[민사] 대한항공 제주 정석비행장 인근 풍력발전소 공사금지가처분 기각
[민사] 대한항공 제주 정석비행장 인근 풍력발전소 공사금지가처분 기각
  • 기사출고 2019.07.11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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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고법] "비행장 활용 방해 수인한도 넘지 않아"

대한항공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운영하는 정석비행장 인근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경우 항공기 운항에 지장이 예상된다며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주고법 제주민사1부(재판장 이재권 부장판사)는 6월 24일 대한항공이 풍력발전소 개발사업 시행사인 수망풍력과 시공사인 한화건설을 상대로 낸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사건의 항고심(2019라508)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대한항공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한항공이 재항고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법무법인 광장이 대한항공을 대리했다. 수망풍력은 법무법인 비엘에스, 한화건설은 김앤장과 법무법인 대륙아주가 대리했다.

수망풍력이 정석비행장으로부터 남서쪽 방향으로 약 4.5km 떨어진 곳에서 풍력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해 제주도에 전기사업(풍력발전)허가와 개발사업 시행승인을 신청하자, 제주도는 2016년 10월 '구 항공법 시행규칙이 정한 바에 따라 항공기의 비행안전에 지장이 있는지 여부를 비행장 설치자인 대한항공과 협의하기 바란다'는 취지의 제주지방항공청의 의견을 비롯한 관련기관과 부서 협의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 등을 조건으로 이를 승인했다. 대한항공은 두 달 후 제주도에 조속한 시일 내에 이와 같은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해 줄 것을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다. 그러나 제주도는 2017년 4월 대한항공에 구 항공법 관련 규정은 공공용 비행장에만 적용되므로 대한항공과 협의할 의무가 없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이후 수망풍력이 2018년 3월 한화건설 등과 풍력발전소 공사를 위한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뒤 제주도에 풍력발전소 공사계획 인가와 개발사업 착공 신고를 해 수리되었고, 이에 대한항공이 공사금지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1심에서 기각되자 항고했다. 대한항공은 "이 공사로 설치될 풍력발전기가 정석비행장을 이용하는 항공기의 운항상 안전을 위협함에 따라 정석비행장을 본래 용도로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며 공사 중단과 함께 이를 위반할 경우 위반행위 1일당 50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대한항공은 정석비행장을 주로 항공기 조종인력 양성 교육과정에 활용하고 있고, 한국항공대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의 비행훈련 등 교육 지원에도 활용하고 있다.

항고심 재판부는 "이 비행장을 이용하는 항공기는 세스나 172 스카이호크(C172) 등 접근범주(Approach Category, 착륙속도에 따른 항공기 분류 방법으로, 민항기의 경우 A, B, C, D 등급으로 분류되며, A등급 항공기는 주로 소형 비행기이고, 일반 여객기는 대부분 C, D 등급임) A등급의 소형 항공기가 주류를 이루고, 2008년 이후 비행장의 교통량 중 시계비행규칙(Visual Flight Rules, VFR)에 따른 운항이 전체의 약 85%를 차지하는 사실, 풍력발전소 공사로 설치될 풍력발전기 7기 중 6기(이 사건 구조물)가 공항시설법이 정한 '장애물 제한표면' 중 원추표면의 높이를 초과하고, 인근에 있는 자연 장애물인 영아리오름을 고려하여 같은법 시행규칙에 따른 '차폐'를 적용하더라도 이 사건 구조물의 높이가 장애물 제한표면보다 약 76m 내지 96m 높게 되는 사실, 이 사건 구조물은 비행장에 남북 방향으로 설치된 주활주로인 활주로 19/01(현재 이 활주로만 사용하고 있다)에 설정된 시계비행교통장주(장주)들 가운데 접근범주 C등급 항공기용 서쪽 장주 아래 지상에 설치될 예정이고, 이는 접근범주 A등급 항공기의 서쪽 장주 진입 방법 중, 항공정보간행물(국토교통부령 항공정보간행물 발간규정에 따라 발간된 것)의 이 비행장에 관한 부분에 명시된 시계비행방식 항공기 입출항 경로 중 시계비행 보고지점 M(물찻오름, M 지점)을 거쳐 입항하는 경우로서, 활주로 01(남→북 방향) 착륙을 위하여 M 지점 접근 도중 장주 베이스 레그(base leg, 활주로에 수직방향으로 접근하는 구간)에 바로 진입하는 때 등 특정한 경우 또는 장주 혼잡에 따른 M 지점 체공 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위치인 사실, 이 비행장의 활주로 운용은 최근 4년 평균 활주로 01 방향 입출항이 70.4%를 차지하는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는바, 인정사실에 의하면 풍력발전소 공사가 완공되는 경우 비행장은 본래의 용도대로 완전히 활용하는 것을 방해받게 된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비행장 부지와 시설의 소유자인 채권자로서는 이와 같은 방해가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수인할 정도(수인한도)를 넘어선다고 인정되는 한 소유권에 기하여 방해의 제거나 예방을 청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항고심 재판부는 그러나 "위와 같은 방해가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어서는지 여부는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가해행위의 태양, 가해행위의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 공법적 규제와 인 · 허가 관계, 지역성, 토지이용의 선후관계 등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 비행장은 당초 주활주로의 동쪽 장주만 이용되었고, 서쪽 장주는 접근범주 A등급 항공기에 대하여만 설정되어 있었으며 그마저도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가 (수망풍력의) 개발사업 승인이 이루어진 후인 2017. 8. 31.경에 이르러서야 서쪽 장주의 사용이 허용되고 접근범주 B, C등급 항공기에 대하여도 서쪽 장주가 설정되었는데, 이 사건 구조물이 완공되더라도 채권자가 종전처럼 동쪽 장주를 이용하여 비행장을 운용하는 것이 가능한 점, 비행장을 이용하는 비행기는 주로 접근범주 A등급의 소형 항공기인데, 원칙적으로 이 사건 구조물이 설치될 토지 상공은 A등급 항공기의 서쪽 장주에 포함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고, 장주 입항절차는 다운윈드 레그(downwind leg, 활주로에 평행한 구간)에 45° 각도로 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이 사건 구조물로 인하여 A등급 항공기가 서쪽 장주의 베이스 레그에 바로 진입하는 절차의 운용이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 비행장 활용에 대한 제한의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이 비행장의 경우 접근범주 C등급 항공기의 입출항 비율은 미미한 수준이므로 C등급 항공기용 서쪽 장주 운용이 제한되는 것의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인 점, 채권자는 장주 혼잡 시 M 지점에 체공하여야 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점도 주장하나, 비행장은 주로 훈련비행용으로 사용되므로 채권자가 장주 혼잡도를 상당 부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그밖에 풍력발전소가 들어설 토지와 비행장 사이의 거리, 비행장의 용도, 토지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이용관계, 이 사건 개발사업 승인 경위 및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채권자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이와 같은 방해가 수인한도를 넘어선다고 보기에 부족하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신청은 피보전권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여 이유 없다는 것이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