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비상상고 부탁하며 3500만원 자기앞수표 동봉 서신 검찰총장 앞으로 보내…뇌물공여 유죄"
[형사] "비상상고 부탁하며 3500만원 자기앞수표 동봉 서신 검찰총장 앞으로 보내…뇌물공여 유죄"
  • 기사출고 2019.06.22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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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수수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족해"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배준현 부장판사)는 최근 자신의 형사사건을 비상상고 해달라며 액면금 합계 3500만원의 자기앞수표 2장이 들어 있는 서신을 대검찰청에 등기우편으로 보낸 A(81)씨에 대한 항소심(2018노3245)에서 뇌물공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인정, 징역 10월을 선고했다(2018노3245). 또 압수된 1500만원권 자기앞수표와 2000만원권 자기앞수표를 몰수했다.

A씨는 2017년 9월 21일경 자신이 징역 8월을 선고받은 폭행 사건 등에 대한 진정서가 첨부된, '검찰총장님 전상서'라는 제목의 서신에 액면 2000만원의 자기앞수표 1장과 액면 1500만원의 자기앞수표 1장을 동봉하여 대검찰청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했다. 이 서신은 다음날 대검찰청 운영지원과에 도착했다. 서신에는 '소인의 사건이 판사의 법령에 위반하기까지 하여 판결한 것이 많아 총장님께서 사건을 임기내 처리해 줄 것을 부탁하오니 거절하지 마시고 사건을 조사하시어서 대법원에 총장님이 비상상고를 하시어서 무죄의 결과가 있으실 것을 기대하옵니다', '2천만원 수표와 천오백만원 수표를 보내오니 거절하지 말고 부담없이 받으시고 사건을 어렵지만 노력하시어서 잘 처리하여 주십시오'라고 기재되어 있었다.

이에 검찰이 뇌물공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 1심에서 징역 1년 6월이 선고되자 A씨가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나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금품 등의 제공'이란 상대방에게 금품 등 부정한 이익을 취득시키는 것이므로 '수수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으로 족하고 현실로 상대방이 수수할 필요는 없다"고 전제하고, "A씨가 보낸 우편물이 대검찰청 내에서 민원서류 접수와 처리를 맡아 하는 운영지원과의 담당 직원에게 도달한 이상, 이 우편물 안에 들어있던 수표도 언제든지 검찰총장이 수수할 수 있는 상태에 놓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는 형법상 뇌물공여죄나 청탁금지법에서 말하는 '금품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청탁한 사항은 검찰총장의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얼마든지 검찰총장의 권한에 의하여 행사할 수 있는 것이었고, 해당 사건을 특정하여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밝히고 상당한 자료까지 첨부하였다면, 검찰총장이 그 내용에 따라 비상상고를 제기하거나 진상조사를 지시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며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뇌물죄의 보호법익인 공무원의 직무집행 공정성, 직무행위의 불가매수성이 침해되거나 청탁금지법위반죄의 보호법익인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저해될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밝혔다. A씨의 뇌물공여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모두 유죄라는 것이다.

형사소송법 441조에 따르면, 검찰총장은 판결이 확정한 후 그 사건의 심판이 법령에 위반한 것을 발견한 때에는 대법원에 비상상고를 할 수 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한 청탁의 내용은 비상상고를 통하여 대법원에서 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해달라는 것으로서 검찰총장의 정당한 권한 범위를 벗어나는 내용이라고 보기 어렵고, 범행방법이 다소 어설플뿐더러 검찰총장이 위 수표를 받은 대가로 피고인이 청탁한 대로 직무를 집행하였을 가능성은 없어 공정한 직무 집행이 저해될 위험성은 낮아 보이며, 피고인은 만 81세의 고령으로서 건강이 그리 좋지 않다"며 1심보다 형량을 8개월 낮추어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