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전기공사업체가 근로자 면접 후 4대보험 신고하고 기술자로 등록했다면 근로계약 성립"
[노동] "전기공사업체가 근로자 면접 후 4대보험 신고하고 기술자로 등록했다면 근로계약 성립"
  • 기사출고 2019.06.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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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법] "채용내정 취소 무효"

전기공사업체가 인터넷 구직 사이트에 게시한 채용공고를 보고 응시한 근로자를 면접한 다음 이 근로자에 대한 4대보험 취득신고를 하고 자사의 기술자로 등록했다면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업체는 이후 근로자에게 채용 계획을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했으나, 법원은 근로계약을 해지할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채용취소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대구지법 민사12부(재판장 최운성 부장판사)는 6월 13일 전기공사업체인 A사로부터 채용내정 취소 통보를 받은 윤 모씨가 "해고는 무효이고, 부당한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을 지급하라"며 A사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합972)에서 이같이 판시, "피고는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 4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다만 해고무효확인 청구는 근로계약이 기간 만료로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윤씨는 A사가 2017년 9월 21일경 인터넷 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에 게시한, '계약기간 2017년 11월부터 12개월, 임금 350만원 이상 400만원 이하' 등의 내용을 담은 '전기공사기술자 모집' 채용공고를 보고 이메일로 A사에 이력서를 제출, 한 달 후인 10월 21일 A사 본사에서 면접을 보았다. A사는 두 달 전인 7월경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대구연경 공공주택지구 도시기반(공원 등, 가압장, 배수지) 전기공사에 관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이 공사 현장에서 현장대리 등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위해 채용공고를 냈다.

A사는 윤씨를 면접한 후 4일이 지난 10월 25일 윤씨에 대한 4대보험 취득신고를 하고 윤씨를 A사의 기술자로 등록했으나, 다시 6일이 지난 10월 31일 윤씨에게 채용 계획을 없던 일로 하자고 통보하고 윤씨에 대한 4대보험 상실신고를 하고 기술자 등록도 취소했다. 윤씨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 경북지노위는 A사가 윤씨에게 채용내정을 통보하여 근로계약관계가 유효하게 성립되었음에도 A사가 채용내정 취소 통보를 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여 윤씨의 신청을 인용했다. 이에 A사가 재심을 신청, 중노위가 A사의 상시근로자 수는 4명이어서 부당해고 구제신청에 관한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장이 아니라는 이유로 경북지노위의 판정을 취소하고 윤씨의 구제신청을 각하하자 윤씨가 소송을 냈다. 채용내정 취소 통보 당시 A사의 상시근로자는 4명이었다.

재판부는 "4대보험 취득신고와 기술자 등록은 고용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라면 근로계약의 체결이 확실히 예상되는 경우를 전제로 한다고 보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지적하고, "또 근로계약이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목적으로 체결된 것으로서 기본적으로 낙성, 불요식의 계약이고, 피고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채용공고를 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의 유인이라고 보아야 하며, 원고가 채용공고에 응한 것은 근로계약의 청약에, 피고의 채용내정은 근로계약의 승낙의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채용 과정에서 근로계약의 조건에 관하여 특별한 논의가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 사건 채용공고에 기재된 내용과 동일한 내용으로 윤씨와 근로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는 원고가 피고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현장대리인으로 일하기 위해 필수적인 서류인 경력증명서를 제출하지 않았고, 그에 반하여 같은 시기에 면접했던 이 모씨는 전력기술인 경력확인서를 제출하여 원고가 아닌 이씨를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나, 이 사건 채용공고의 '경력조건'란에는 '관계 없음'이라고 기재되어 있어 경력 여부가 채용의 전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이는 점, 채용공고에 제출서류로 기재된 경력증명서는 반드시 전력기술인 경력확인서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피고의 요청에 따라 주민등록등본과 전기공사기술자 경력수첩을 제출한 원고가 피고의 경력증명서 제출 요구에 끝까지 응하지 않았다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의 위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채용내정 취소 통보로 인한 채용취소의 적법성 여부.

재판부는 먼저 "피고가 원고에게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채용내정을 통보하여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이 성립하였음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통보로 인한 채용취소는 사실상 해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채용내정 취소 통보 당시 피고의 상시근로자는 4명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윤씨와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2017. 11. 1.부터 12개월) 계약임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통보에 의한 채용취소는 민법 661조의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고용계약의 해지로서 정당하다고 할 것"이라고 전제하고, "피고는, 원고가 피고가 요청한 경력증명서를 계속하여 제출하지 않았으므로 근로계약을 해지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피고가 원고에게 공식적인 경력증명서를 제출할 것을 여러 차례 요구하였음에도 원고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므로,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근로계약의 존속을 강제하는 것이 사회통념상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러 근로계약을 해지할 부득이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채용내정 취소 통보에 의한 채용취소는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2007다1418 )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는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는 같은 법 23조 1항이 적용되지 않고, 이 경우 근로계약의 해지에 대하여는 민법의 고용 관련 규정 등이 적용되며, 민법 661조는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에도 부득이한 사유 있는 때에는 각 당사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유가 당사자 일방의 과실로 인하여 생긴 때에는 상대방에 대하여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