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여우 불태운 가루로 굿하면 모텔 팔린다'며 2억 1000만원 가로챈 무속인…징역 2년 실형
[형사] '여우 불태운 가루로 굿하면 모텔 팔린다'며 2억 1000만원 가로챈 무속인…징역 2년 실형
  • 기사출고 2019.06.1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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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전 남편이 재력가로 가장해 모텔 방문"

수원지법 김두홍 판사는 5월 21일 여우를 불태운 가루로 굿을 하면 모텔이 팔릴 것이라고 속여, 울산에서 모텔을 운영하는 A(여 · 69)씨로부터 2억 1000만원을 가로챈 혐의(사기)로 기소된 무속인 이 모(여 · 50)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2019고단528).

수원시에서 신당을 운영하는 이씨는 2017년 9월 18일경 (A씨의) 친구의 소개로 찾아온 A씨에게 "나는 하늘에서 바로 신의 계시를 받고 있다, 야생 황여우 · 백여우 · 검은여우를 불태운 가루로 행사를 치르면 모텔이 10월 또는 늦어도 12월 말 사이에 43억원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반드시 매각된다. 그런데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는 구하기 어려워 비용이 많이 필요하다. 효험을 보기 위해서는 행사를 치러야 하고 그 대가로 2억원 중 1억원은 선납하여야 하고 나머지 1억원은 매각된 이후에 지급해도 된다. 이 일은 어느 누구에게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라고 거짓말을 하여, 이에 속은 A씨로부터 같은날 자신의 딸 명의 신한은행 계좌를 통하여 무속행위의 대가 명목으로 1000만원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2018년 1월까지 8회에 걸쳐 2억 1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사실 이씨는 당시 신용불량 상태여서 딸을 사업자 명의로 하여 신당을 운영하면서 그동안 기껏해야 1500만원을 넘는 행사비용을 받아본 적이 없었고 고가의 모텔을 매도하려는 A씨에게 무속행위를 빌미로 고액의 대가를 받아낼 생각일 뿐이었으며, 무속행위를 하더라도 A씨가 원하는 가격으로 모텔이 판매될지 여부를 알 수 없었고 모텔이 고가에 판매되도록 할 능력도 없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2017. 9. 28.경, 10. 28.경과 2018. 1. 27.경 신당 또는 피해자의 모텔에서 부적을 태우거나 굿을 하는 등의 무속행위를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언급한 야생여우를 불태운 가루를 사용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없고, 오히려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지급받은 금원을 다시 피고인의 가족에게 이체하거나 그 무렵 생활비로 모두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전 남편을 모텔 매수에 관심이 있는 재력가인 것처럼 가장하여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의 모텔에 피고인과 함께 방문하게 하였다"고 지적하고, "피고인은 종교행위인 무속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피해자로부터 돈을 편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경찰 조사과정에서, 이씨는 A씨가 원하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약정서 2매를 제출하였으나, 이에 대해 A씨는 본 적도 없는 문서라고 작성 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약정서에 대한 검찰 지문감정결과에 의하면 그 무인이 피해자의 무인과 동일한 것으로 인정되나, 무속인과 사이에 무속행위를 의뢰하면서 서면으로 된 약정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데, 위와 같이 약정서를 두 번씩이나 작성하면서 의뢰인인 피해자의 자필서명 없이 오로지 무인만 날인한 것은 더욱 이례적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은 처음에 굿을 해주는 대가로 피해자로부터 2억원을 받기로 약속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2017. 9. 18.자 약정서에 기재된 천도제 금액은 1억 8000만 원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인지에 대하여 다소 의심이 든다"며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설령 위 각 약정서가 진정하게 작성된 것이라고 하더라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모텔을 43억 이상의 높은 가격으로 매각시켜 줄 수 있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를 기망하였고, 피해자가 위와 같이 속은 상태에서 위 약정서를 작성한 것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며 "위 약정서의 존재만으로 피고인의 사기 고의를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무속행위와 관련, "굿을 하는 등의 무속은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고 있지만, 고대로부터 우리나라의 일반 대중 사이에서 오랫동안 상당히 폭넓게 행하여 온 민간 토속신앙의 일종으로서, 의미나 대상이 객관적으로 인식 가능한 논리의 범주 내에 있다기보다는 영혼이나 귀신 등 정신적이고 신비적인 세계를 전제로 하여 성립된 것이어서, 이러한 무속의 실행에 있어서는 요청자가 반드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요구하기보다는 그 과정에서 직 · 간접적으로 참여하게 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 또는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예외적으로 어떤 목적된 결과의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경우에 있어서도, 시행자가 객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무속행위를 하고, 주관적으로 그러한 목적 달성을 위한 의사로서 이를 한 이상, 비록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시행자인 무당 등이 굿 등의 요청자를 기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다만 시행자가 진실로 무속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효과를 믿지 아니하면서 효과 있는 것 같이 가장하고 상대방을 기망하여 부정한 이익을 취하거나, 통상의 범주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가장하여 요청자를 적극적으로 기망한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