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시각장애인 넘어져 다쳐…지자체 책임 60%"
[손배]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시각장애인 넘어져 다쳐…지자체 책임 60%"
  • 기사출고 2019.04.24 14: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구고법] "점형블록 미설치"

지방자치단체가 설치, 관리하는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시각장애인이 넘어져 다쳤다. 법원은 말뚝의 높이, 지름 등이 규정을 위반했다며 지자체의 책임을 60% 인정했다.

대구고법 민사2부(재판장 박연욱 부장판사)는 3월 21일 대구 달성군이 "손해배상 채무가 800여만원을 초과하여서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하라"며 1급 시각장애인인 A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8나23163)에서 달성군의 책임을 60% 인정, "원고는 피고에게 11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10월 15일 오후 4시쯤 달성군에 있는 지하철역 출구 부근 인도에서 남동생의 안내를 받으며 보행하던 중 달성군이 설치, 관리하는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걸려 넘어지는 사고를 당해 전치 12주의 요추 부위 폐쇄성 골절상을 입었다. 이 말뚝은 보행자의 충격을 흡수하기 어려운 대리석으로 만들어졌고, 전면에 시각장애인이 충돌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미리 알 수 있도록 하는 점형블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또 밝은 색의 반사도료 등을 사용하여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설치되지 않았고, 말뚝의 높이는 80센티미터에 미달하였으며 지름은 20센티미터를 초과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가 걸려 넘어진) 말뚝은 원고가 설치하여 관리하는 공공의 영조물로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21조 1항 5호에 규정된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이 말뚝은 교통약자법과 그 시행규칙의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관한 규정을 위반하여 보행안전시설물로서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설치와 관리의 하자가 존재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교통약자법과 시행규칙의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은 밝은 색의 반사도료 등을 사용하여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설치하여야 하고, 말뚝의 높이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하여 80~100센티미터로 하고, 지름은 10~20센티미터로 하여야 한다. 또 보행자 등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하되, 속도가 낮은 자동차의 충격에 견딜 수 있는 구조로 하여야 하고, 말뚝의 0.3미터 전면에는 시각장애인이 충돌 우려가 있는 구조물이 있음을 미리 알 수 있도록 점형블록을 설치하여야 한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가배상법 5조 1항에 따라 상해를 포함하여 이 사고로 인하여 피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하고, 다만 사고 발생에는 A씨를 인도하여 가던 남동생이 전방을 잘 살피지 않고 남씨를 제대로 도와주지 못한 잘못도 상당 부분 기여한 것으로 보이는 점, A씨는 사고가 발생하기 전부터 허리 부분에 지병이 있어 상당히 빈번하게 치료를 받고 있었고, 이러한 사정이 사고로 A씨가 입은 상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원고의 손해배상책임을 6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