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철 헌재 소장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
윤영철 헌재 소장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
  • 기사출고 2006.09.14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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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 출신 변호사 변론 모습 아름답게 보여""인적 구성 다양화 옳지만 변호사 자격 있어야"
다음은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을 이틀 앞둔 12일 가진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내용이다.

-헌법이나 국회법에 보면 헌법재판소장 청문회를 두번 하기로 돼 있다. 이런 문제를 예상하셨는지.

◇윤영철 헌법재판소장이 퇴임을...
"후임 소장에 대한 문제다. 국회에서 정당들간에 많은 법률해석을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잘은 모르나 해결의 실마리가 있고 그런데 헌재 소장이 뭐라 하는 건 적절치 않다."

-위헌 여부를 떠나 헌재 소장이 공석이 될 수 있다고 예상되는데.

"의원들이 소장이 퇴임하고 후임이 결정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냐 등에 대해 다 검토해서 알고 있을 것이다. 다 짐작하면서 국정을 논하고 있을 것이다."

"대법원이냐, 독립기관이냐는 선택의 문제"

-3기 헌재가 정치적 색채를 많이 띠었다는 것은.

"중도적이고 헌법적 입장에서만 판단했다는 의미였다. 정치적인 색을 띠고 판단하면 안되겠죠."

-전효숙 후보자의 청문회 문제는 후임자여서 언급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인사청문회를 제외하면 소장도 6년전에 민간인에서 재판관, 소장에 함께 취임했다.

"국회에서 법률 공방이 오가는 것을 언론에서 봤다.국회에 맡겨야죠."

-목영준 후보자가 대법원 산하에 헌법부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는데.

"세계적으로 기본권 보장 문제는 인류 보편적 가치가 됐다. 이 명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가진 곳은 없다.

각국이 헌법을 가지고 있다. 헌법은 그 나라의 정체성이다. 헌법을 수호해야 할 마지막 기관이 필요하다는 공감도 있다.

이 기관을 어디에 둘 것인가는 그 나라의 문화, 역사 등에 따라 다르다. 크게 2가지인데, 미국은 연방대법원에서 하고 있다. 전임 렌퀴스트 대법원장을 만났는데 한국의 경우와 달리 연방대법원에서 잘 하고 있다고 했다. 독일 등 유럽에서는 별도의 헌재를 만들어 독립시켜놓고 있다.

무엇이 좋으냐, 대법원이냐 독립기관이냐는 그 나라에서 선택해야 할 문제다.

우리나라는 제헌헌법때는 헌법위원회를 만들었다가 그 위원회가 유명무실해 2공화국때 헌재를 도입했다. 그러다가 정권이 바뀌어 그만뒀다. 그 다음에 3공때는 대법원에서 했는데 아무것도 안했다. 다시 빼앗아 헌법위원회를 5공때 만들었다가 1988년에 헌재가 다시 생겼다. 어떤 제도를 두는 것이 좋은가는 선택의 문제이다.

"아시아는 물론 미주서도 헌재 성공적 평가"

한국의 헌재는 일본을 위시한 아시아는 물론 미주에서도 전부다 성공적인 제도라고 평한다. 개인적 소견은 헌법판단권을 대법원으로 합치자는 것은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고 본다. 대법원은 안된다든가 헌재 독립은 안된다든가는 아니라고 본다."

-4기 헌재도 인사청문회 중이지만 대부분 판사, 검사로 구성된다. 헌재 인적 구성의 다양화가 필요한 거 아닌가. 이런 지적이 많은데.

"국민 사이에서 그런 제의가 있고 많이 듣고 있다. 6년간 재판하는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는 것은 옳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교수, 고위 행정관료 이런 것은 옳다고 본다. 다만 변호사의 자격을 갖는 사람 중에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적 생각이다."

-전효숙 후보자의 임기문제와 관련, 6년 임기가 헌재의 중립성에 맞다고 청와대쪽에도 그렇게 말했다는데 소장도 그런 논의 과정을 알고 있었나.

"나는 그것 몰랐다. 그런 얘기는 비밀로 해야지 공개적으로 하겠나."

-헌재의 위상이 많이 강화됐다. 논란이 되는 사건도 많이 처리했는데 역으로 보면 헌재가 중요한 사건 많이 한 것에 비해 사회적 갈등을 봉합하지 못한거 아닌가. 탄핵이나 신행정수도사건이나 그렇지 않은가.

"탄핵기각, 수도이전 위헌결정에 대다수 승복"

"정치적인 쟁점이 됐던 탄핵사건, 신행정수도사건, 안마사사건 등이 사회반향을 일으킨 건 안다. 재판관들은 최선을 다해 결정했다.

미국에서는 2000년 부시 대통령이 당선될 때 플로리다주의 수기 개표가 옳은가에 대해 양쪽에서 대법원에 갔다. 엄청난 대립이 있었는데 연방대법원에서 수기개표하지 말라고 결론나니깐 조용해지고 하나의 미국이 됐다. 아주 인상적이었다.

2005년 독일 총선때도 총리가 의회해산하자 헌법소원을 내 합헌결정이 나오자 모든 혼란이 없어졌다. 총선이 조용히 치러졌다.

우리 헌재도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지만 신행정수도, 탄핵사건에 대해 일부 불복하고 승복하지 못하는 세력이 있다고 알지만, 대다수는 그대로 따르고 법적 효력에 문제제기 안하고 있다. 그에 따른 정책도 뒤따랐다. 독일, 미국에 버금가는 법치주의의 완성품이다.



안마사 문제는 상당히 착잡하다. 시각장애인들이 좌절에 빠지고 심지어 투신자살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우리 헌법은 신체장애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이 10여만명이다. 그 중 안마사자격자가 5000여명이다. 이들이 안마를 통해 거둬들인 돈으로 시각장애인 생계를 이어간다.

국가가 단순히 안마사자격증 가지고 할 일을 다했다고 하지 않느냐하는 판단이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5000여명에게 독점적 자격을 주는 것보다는 안마사자격을 개방하고 경쟁에서 밀리는 시각장애인에게 의무고용제를 둬라는 것이다. 국가가 적극적 헌법사안을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반면 발마사지사, 스포츠마사지사는 완전 불법인데 단속을 못하고 있다. 이들도 경쟁해 안마사 자격증을 따고 자격증 없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이행하라는 취지였는데 너무 한쪽만 몰아 기사화됐다.

-헌재의 위상에 대한 많은 얘기를 했다. 헌법상 위상 자체가 낮게 평가돼 있지 않은지. 헌법재판소장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장'이라고 돼 있고 해서 결국 전 후보자 논란이 오게 된 것 같은데, 향후 헌법개정을 통해서라도 헌재의 위상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지.

"헌재의 위상을 올리라고 해서 올라간 것도 아니고 장기간 활동을 통해 이뤄진 것이다. 헌재의 장과 헌법재판소장의 말 차이가 있나. 사실은 소장은 재판관 9명 중 한 사람이라는게 이게 얼마나 소장의 큰 위상인가. 소장이 행정업무만 보면 되나.

법에는 헌재소장의 대우와 보수는 대법원장의 예에 의한다고 돼 있다. 초기에는 '준한다'고 돼 있었는데 법률을 고쳤다.

헌법이나 법률상 순서도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그 다음에 헌재소장이다. 이것은 아마 헌재가 사법권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서 대법원에서 분리된 대법원이라는 것이다. 법률적 위상을 찾았고, 국민의 신뢰를 받고 사회통합 역할을 해서 권위 인정받는 헌재라는 것은 국민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탄핵사건 재판관 의견 공개했으면 정치적 분쟁 계속됐을 것"

-대통령 탄핵사건때 재판관 각자의 의견 공개가 안됐다. 대통령이라는 강한 권력을 의식해서인가.

"헌재법에 (헌재의) 기능이 5가지이다. 그 중 가장 정치성을 띤 게 탄핵재판과 정당해산이다. 헌재법에 위헌법률심판, 헌법소원, 권한쟁의 사건에서는 반대의견에 대해 결정문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 탄핵사건과 정당해산은 이런 조항이 없다. 또 재판부의 평의내용과 서면결의는 비밀을 지키게 돼 있다. 이의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하다가 다수 의견이 공개 안하는 쪽으로 가닥잡았다.

독일에서는 정당해산사건이 있었다. 그때 소수의견 발표를 못했다. 재판소법에 소수의견을 발표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었다.

지금도 친구들과 함께 밥먹다가 '그때 누가 반대했어'라는 질문이 나오는데, 만약에 극단적인 예로 5:4라든가 하면 정치적으로 사실상 탄핵이라고 해서 정치적 분쟁이 계속될 것 아닌가."

-3기 헌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탄핵과 신행정수도 사건인데, 탄핵결정에서 소수의견 공개 안됐지만 주문 내용은 대통령에 대해 '헌법질서 준수 의무'를 강조했다. 그 이후 현 정부나 정치권의 헌법관에 대한 생각은. 신행정수도사건때는 '관습헌법'이 등장했다. 그 이후 재판관 구성이 바뀌면서 행정복합도시 사건에서는 3명의 재판관이 관습헌법의 존재를 부인했다. 노대통령이 신행정수도 위헌결정때 관습헌법이론에 대해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탄핵사건 각주에도 관습헌법이 언급된다. 탄핵사건에서 언급된 관습헌법은 어떤 것이었나.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수 없고, 관습헌법은 헌법교과서에 나온 얘기다. 헌법 뿐 아니라 법률 차원에서도 있다. 사실이나 행위가 반복되고 계속되면 모든 사람이 위반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정도로 규범력이 생긴다. 그것은 어느 시대나 다 있는 얘기다. 그 규범력이 법률 차원을 넘어 헌법차원을 넘어서면 관습헌법이라고 한다. 서울이 수도인 게 500년 이상이고, 국민이 이를 당연히 생각하는 것처럼 확신적 인식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탄핵 사건 이후 정치권의 법개정 등이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춰진 것인가.

"그건 비법률적 문제다. 여기에서 말할 게 못된다."

"인권 개선 결정 많이 내려"

-사회가 합의한 사안을 지키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 집단이기주의 등에 대해 어떻게 보나. 헌법적 가치란 무엇인가.

"어느 사회나 단체간의 갈등이 있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그런 정도의 대립이나 갈등은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은 서로 대화하고 타협하면서 조화로운 결론 이끄는 것이다. 그런 과정 통해 하나로 뭉쳐질 수 있는 결론을 이끌어 정책에 반영되는 것이 옳다고 본다."

-3기 헌재소장 퇴임 즈음에 가장 판단하기 어려웠던 사건은. 또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어려운 사건은 여러분이 짐작하는 것과 같다. 사회적 갈등과 대립이 심했던 사건이다. 3기 재판부에선 구금된 피의자들이 경찰서 유치장에서 지내는데 화장실이 더러워 인권이 침해됐다고 결정해 개선됐고, 검사 앞에서 변호인 입회없이 피의자신문은 안된다, 수갑을 안 풀고 재판받는 것도 안된다, 피의자 구속시 신체검사가 모욕감 주면 위배된다, 교도소 수감자의 외부통신제약도 일부 위헌이라는 등 인권을 개선하는 결정이 많았다.

연극하는 교수를 한 명 아는데, 요즘에 연극이 활발해졌다며 문광부에서 법을 개정해 창작활동을 많이 도와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이유를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길래 '헌재에서 사전검열이 위헌이라고 결정해서 그렇다'고 했다. 헌재가 예술의 꽃을 피우는데도 일조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전관은 변호사해선 안된다고 생각하면 안돼"

-퇴임 이후 계획은.

"확정적인 것은 아니지만 결국 법률업무를 취급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

-변호사 개업하나.

"변호사활동을 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요새 고위법관 출신이 변호사 안했으면 좋겠다는 게 젊은 변호사나 국민 생각이라고 아는데, 변호사 시절 법정에서 보면 대법관 출신들이 구두변론하는 모습이 얼마나 훌륭한가. 참 훌륭하고 아름답게 보였다. 대법관까지 한 사람이 젊은 판사들 앞에서 어떻게 변호사 하나가 아니라 법정에 나가서 변론하는 게 귀감으로 보였다.

전관예우 방지 차원에서 변호사하지 말아라는 여론도 있지만, 일을 할 수 있는 동안에는 일을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법률일이고 반드시 부정적 측면만 있는것이 아니다. 권리침해받는 사람들을 위한 당당한 일일 수 있다.

전관예우 때문에 사법부 불신이 오는 것은 변호사의 양식을 고쳐야 하고,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으로 이뤄져야 한다. 꼭 전관과 법조비리가 연관된다는 국민의 인식도 개선돼야한다.

원천적으로 전관은 변호사해서는 안된다고 하면 안된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교각살우의 우가 아닌가.

변호사의 양식있는 활동을 통해 법조비리 등이 치유돼야한다."

-전관예우는 변호사의 양식과 국민의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하는데, 헌재소장이 법이 아니라 인식이나 양식을 강조하는게 어폐가 있지 않나.

"나도 법조인이다. 34년 동안 판사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를 것이다. 헌법적인 측면에서 보면 국민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예전에 변호사법에 최종 근무지에서 2년간 개업 못한다는 규정이 헌재에서 위헌결정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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