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음주운전하다가 적발된 현직 판사에 벌금 100만원
[교통] 음주운전하다가 적발된 현직 판사에 벌금 100만원
  • 기사출고 2019.04.0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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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상승기에 측정해 단속 기준 초과' 주장했으나 유죄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현직 판사가 "음주측정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여서 처벌기준을 넘은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조아라 판사는 3월 18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충청 지역의 법원에 근무하는 A 판사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2019고정110).

A 판사는 2018년 10월 27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음식점에서 술을 마신 후 오후 11시 20분쯤 음식점 앞 도로에서 술에 취해 아우디 A6 승용차를 약 200m 운전했다가 단속에 걸렸다. 구강 내에 남아 있는 알코올 성분을 제거하기 위하여 입안을 물로 헹구는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오후 11시 28분 호흡측정을 통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0.056%.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혈중알코올농도 0.05%부터 단속되어 처벌되나, 법이 개정되어 오는 6월 25일부터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처벌기준이 강화된다.

A 판사는 재판에서 "음주측정이 내가 최종 음주를 한 후로부터 90분 이내에 이루어졌는데, 이때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는 때이므로,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가 0.05% 이상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A 판사는 또 수사기관에서 "2018년 10월 27일 오후 8시 30분쯤부터 오후 10시 30분쯤까지 음식점에서 친구 2명과 소주 2병을 나눠마셨고, 본인은 3잔 정도 마셨다"고 진술하다가, 법정에서는 "식당에서 내내 술을 마시지 않다가 자리를 파하기 전인 오후 11시쯤 소주 2∼3잔을 마셨다"고 주장했다.

조 판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3도6285 등)을 인용, "운전 시점과 혈중알코올농도의 측정 시점 사이에 시간 간격이 있고 그때가 혈중알코올농도의 상승기로 보이는 경우라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무조건 실제 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처벌기준치를 초과한다는 점에 대한 입증이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경우 운전 당시에도 처벌기준치 이상이었다고 볼 수 있는지 여부는 운전과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측정된 혈중알코올농도의 수치와 처벌기준치의 차이, 음주를 지속한 시간과 음주량, 단속과 측정 당시 운전자의 행동 양상, 교통사고가 있었다면 사고의 경위와 정황 등 증거에 의하여 인정되는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논리와 경험칙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조 판사는 "피고인의 경찰 진술에 나타나는 바와 같이 피고인이 최초 음주를 시작한 시간을 오후 8시 30분으로 볼 경우 단속과 측정은 그로부터 90분이 지난 시점에 이루어졌으므로, 이미 상승기를 지난 것으로 보이고, 피고인의 주장과 같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최종 음주 시각을 오후 11시로 볼 경우 음주단속과 측정 시점이 최종 음주시점으로부터 90분이 경과하지 않았으므로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있을 여지는 있으나, 단속경위서 기재에 의하면 이 음주단속은 오후 10시 30분쯤부터 서울강남경찰서 교통과 소속 경찰관들이 서울 강남구 앞 노상에서 일제히 실시한 것으로, 피고인에 대한 음주단속 중 음주감지가 되자 차량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한 후 입안을 헹군 다음 곧바로 호흡측정을 실시한 사실을 알 수 있다"며 "이처럼 일반적인 음주단속에 따른 음주감지와 음주측정까지의 절차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에 대한 음주운전 적발 시점인 오후 11시 20분으로부터 불과 8분 후에 이루어진 호흡측정은 사실상 운전 종료 직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로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하고 이를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음주단속 및 음주측정 사이에 상당한 시간적 간격이 있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조 판사는 또 "피고인의 호흡측정 수치는 0.056%로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처벌기준치를 매우 근소하게 초과한다고 보기 어렵고, 음주단속과 음주측정 사이의 짧은 시간 동안 혈중알코올농도가 0.006%를 훨씬 초과하여 급격하게 상승한다고 상정하기도 어려우며, 나아가 통상 호흡측정기의 오차범위인 ±0.005%를 적용하더라도 처벌기준을 넘는 수치"라며 "피고인의 음주 시점, 음주량, 음주 운전 단속 시점 및 호흡 측정 사이의 시간 간격, 혈중알코올농도 수치, 적발 당시 관찰된 피고인의 행동 양상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혈중알코올농도 0.056%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를 운전하였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조 판사는 "음주운전 당일 작성된 수사보고(주취운전자 정황보고)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의 음주단속 당시 행동 양상은 '언행상태:약간 말 더듬거림', '보행상태:약간 비틀거림', '운전자 혈색:얼굴 약간 붉음'인바, 외관상으로도 일정 정도 이상의 주취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