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당사자 일방 동의 받고 스피커폰 통화 녹음, 통화 상대방 동의 없었으면 증거 사용 불가"
[형사] "당사자 일방 동의 받고 스피커폰 통화 녹음, 통화 상대방 동의 없었으면 증거 사용 불가"
  • 기사출고 2019.04.0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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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불법 감청 해당"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스피커폰으로 상대방과 통화하는 내용을 제3자가 옆에서 디지털 녹음기로 녹음했다. 대법원은 이 경우 전화통화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다면 녹음파일을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불법 감청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월 14일 자신이 수사하는 사건의 피의자에게 매형인 변호사를 소개해 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된 박 모(45) 전 검사에 대한 상고심(2015도1900)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다만 나머지 증거들에 의하더라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충분하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박씨로부터 사건을 소개받은 후 또 다른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피의자로부터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박씨의 매형인 김 모 변호사(54)는 징역 1년의 실형이 확정됐다.

박씨는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검사로 근무하던 2010년 3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몇몇 성형외과에서 의사가 아닌 간호사나 상담실장 등 무자격자가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불법 투여하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하고, 2010년 9월 초 4개 병원의 원장들이 프로포폴을 800~1400회 가량 불법 투여한 사실을 적발하여 이들에 대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한편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성형외과의 원장 A씨와 상담실장 B씨를 수사하여, 이들이 공모하여 2008년 7월경부터 약 2년 동안 프로포폴을 598회 가량 불법 투여한 의료법 위반 혐의를 적발했다. 박씨는 9월 6일경 구속영장 청구 등을 걱정하는 B씨를 조사실이 아닌 자신의 사무실로 따로 불러 "이 사건을 잘 알고 있고 마무리 작업을 할 수 있는 변호사를 한 명 소개시켜 주겠다, 나하고는 사법연수원 동기인데 그 변호사를 선임해 보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자신의 매형이자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김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에 B씨가 A씨에게 박씨가 변호사를 소개해 준 사실을 즉시 알리자, A씨는 이틀 후인 9월 8일경 김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1주일 후 김 변호사에게 착수금 8000만원과 성공보수금 1000만원 등 9000만원을 지급했다. 이로써 박씨는 수사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으로서 직무상 관련이 있는 법률사건의 수임에 관하여 당사자를 특정한 변호사에게 소개한 혐의로 기소됐고, 박씨는 이 사건으로 2013년 2월 면직되었다.

김 변호사는 2010년 10월 초 박씨로부터 A씨의 또 다른 의료법 위반 사건이 경찰에서 송치되어 박씨에게 재배당된 사실 등을 듣게 되자 10월 11일경 A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 검사실에  A씨 사건이 하나 더 있다고 하는데, 그 사건이 또 기소될 것 같다, 이 사건이 또 기소되면 두 번 영업정지가 될 것이고 징역형이 나올 수도 있어 문제가 커진다, 내가 박 검사에게 얘기를 해서 추가 기소가 되지 않게 해줄 테니 현금으로 5000만원을 달라'는 취지로 말하고 A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기소됐다.

재판에서는 A, B, 김씨 세 사람이 만나 대화하는 것을 A, B씨가 함께 녹음한 2010년 9월 8일자 녹음파일과 B씨가 스피커폰으로 박씨와 통화하는 것을 A씨가 녹음한 2010년 9월 9일자 통화내용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쟁점이 되었다. 녹음파일의 녹취록에 의하면, B씨는 A씨와 김 변호사가 2010년 9월 8일 선임 약정을 체결할 당시 동석한 자리에서, 김 변호사에게 '자신들의 수사협조로 신뢰가 쌓였기 때문에 소개를 받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씨가 추천해서 급하게 왔었다', '부담스러울까봐 박씨가 소개한 것을 말 안하려고 했었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고, 2010년 9월 9일 박씨와 전화통화를 할 때도 '어제 김 변호사를 만났고, 박씨가 소개한 것이라고 말 안하려고 했는데, 김 변호사도 상황을 알아야 될 것 같아서 말하였다'는 취지로 이야기하자, 이에 대하여 박씨가 아무런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좋아하시더라구, 전화왔었거든'이라고 대답하였음이 확인된다.

대법원은 2010년 9월 9일자 통화내용 녹음파일에 대해, "2010. 9. 9.자 전화통화는 피고인 박씨와 B씨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므로 전화통화의 당사자는 피고인 박씨와 B씨이고, A씨는 이 전화통화에 있어서 제3자에 해당한다"며 "A씨가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인 B씨의 동의를 받고 통화 내용을 녹음하였다고 하더라도 전화통화 상대방인 피고인 박씨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A씨가 이들 간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음한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에 위반한 '전기통신의 감청'에 해당하여 4조에 의하여 그 녹음파일은 재판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피고인 박씨가 1심에서 이 녹음파일과 이를 채록한 녹취록에 대하여 증거동의를 하였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2010년 9월 8일자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2010. 9. 8.자 녹음파일의 대화당사자는 피고인 김씨와 A, B씨이고, 당시 A, B씨가 이 3인간의 대화를 녹음하였다고 인정하여, 이 녹음파일은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에서 규정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이들이 A씨의 매형의 권유 또는 지시에 따라 녹음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A, B씨가 녹음의 주체이므로 제3자의 녹음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에 위법이 없다"고 밝혔다.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은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전기통신의 감청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4조는 "3조의 규정에 위반하여, 불법감청에 의하여 지득 또는 채록된 전기통신의 내용은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에 따르면 전기통신의 감청은 제3자가 전기통신의 당사자인 송신인과 수신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전기통신 내용을 녹음하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만을 말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므로,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 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그러나 제3자의 경우는 설령 전화통화 당사자 일방의 동의를 받고 그 통화 내용을 녹음하였다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이는 여기의 감청에 해당하여 통신비밀보호법 3조 1항 위반이 되고, 이와 같이 3조 1항을 위반한 불법 감청에 의하여 녹음된 전화통화의 내용은 4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없고, 사생활과 통신의 불가침을 국민의 기본권의 하나로 선언하고 있는 헌법규정과 통신비밀의 보호와 통신의 자유 신장을 목적으로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나 변호인이 이를 증거로 함에 동의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