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외국어학원 영어 강사와의 1년간 경업금지약정 유효"
[손배] "외국어학원 영어 강사와의 1년간 경업금지약정 유효"
  • 기사출고 2019.02.0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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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배상액 예정 5천만원은 과다…3천만원 물라"

외국어학원의 영어 강사가 학원과 맺은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인근 학원에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경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조국인 판사는 1월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A외국어학원이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했으므로 5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영어 강사 B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8가단5059836)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다만 손해배상금이 과다하다며 "B씨는 A학원에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 외국어학원인 A외국어학원은 2016년 11월 B씨와 계약기간 2017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보수 월 400만원(세전, 다만 특강시 시간당 3만원을 추가 지급하고, 등록률 90% 이상시 25만원의 보너스 추가 지급)으로 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B씨는 당시 업무를 수행하면서 취득한 모든 정보와 노하우가 영업상의 중요사항과 기밀사항임을 인정하고,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A외국어학원이 위치한 대치동 또는 인근의 학원 등에서 근무하거나 개원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였을 경우 50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학원에게 지급한다'고 약정했다.

A외국어학원이 1년 후인 2017년 11월경 B씨에게 근로계약을 연장할 의사가 없음을 통보함으로써 2017년 12월 31일 근로계약이 종료되었다. 그런데 B씨는 그 다음날인 2018년 1월 1일부터 A외국어학원에서 약 500m 떨어진 어학원에서 영어 강사로 일하다가 9개월 후인 2018년 9월 퇴직했다. 이에 A외국어학원이 경업금지약정 위반이라며 소송을 냈다.

B씨는 재판에서 "경업금지약정은 경업금지에 따른 반대급부의 약정도 없이 근로계약 종료 후 1년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인근 지역에서의 취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생존권을 위협하고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 등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에 해당하므로 민법 103조에 따라 무효이며 근로기준법 20조에도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20조는 '사용자는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위약금 또는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 판사는 그러나 "원고와 피고 사이의 근로계약을 통해 피고는 원고가 형성한 학원의 유형의 시설과 무형의 서비스를 활용하여 강의를 하면서 수강생들에게 자신들의 강의능력, 노하우, 경험 등을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므로, 수강생들이 피고의 강의를 다른 강사들의 강의에 비하여 선호하게 되는 것이 전적으로 피고의 노력과 능력에 기인한 것이라고만 평가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피고가 경업금지약정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금전적 보상을 받기로 하는 약정이 없기는 하나, (원고와 피고가 맺은) 근로계약에는 피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많지 않을 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통상의 비율제 단과학원과는 달리 피고에게 최소 월 400만원의 급여를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이는 경업금지약정과 같은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근로계약을 체결함에 있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경업금지약정과 같은 약정을 두지 않을 경우 경쟁학원들이 서로 유명강사를 빼내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함으로써 학원업계의 거래질서가 문란해지고, 학원에서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으며, 피고가 경업금지약정에 의하여 일정한 범위 내에서 직업선택의 자유에 제한을 받기는 하나, 경업금지약정에 따른 경업금지기간은 1년으로, 경업금지지역 역시 일정한 범위 내로 제한되어 있어, 피고로서는 경업금지약정에서 금지된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아무런 제한 없이 영어 강의를 하여 수입을 얻을 수 있으므로,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가 본질적으로 침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원고와 피고가 맺은) 경업금지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조 판사는 또 "경업금지약정은 원고와 피고 사이에 근로계약의 종료 이후 일정한 기간 동안 일정한 지역적 범위 내에서 피고가 영업하는 것을 금지하고 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일 뿐, 직접적으로 피고의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 아니어서 근로기준법 20조가 금지하는 계약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A외국어학원과 B씨가 맺은 경업금지약정은 유효하다는 것이다.

조 판사는 B씨가 물어야 할 손해배상액과 관련, "위약금의 약정은 민법 398조 4항에 의하여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되는바, (원고와 피고가 맺은) 손해배상약정은 '피고가 근로계약 종료 후 1년 이내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인근의 학원 등에서 근무하거나 개원할 경우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피고가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할 경우 원고에게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사전에 예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하고, "피고가 2017. 12. 31. 근로계약 종료 이후 1년 이내인 2018. 1. 1. 부터 원고의 학원이 위치한 서울 강남구 소재 어학원에서 영어 강의를 함으로써 경업금지약정을 위반했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에게 경업금지약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금 500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손해배상약정은 피고가 부담할 손해배상액에 관하여서만 일방적으로 예정하고 있고, 액수도 5000만원에 달하여 사회통념상 과다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가 학원업체와 강사의 관계라는 계약상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하여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약정의 체결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는점, 약정을 문언 그대로 적용하여 피고에게 손해배상의무를 부과할 경우 피고로서는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기간에 대하여도 책임을 부담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한 점, 경업금지약정에서 경업을 금지한 기간, 그 지역적 특성과 범위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다소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점 등 변론과정에 나타난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손해배상액을 3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