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카톡으로 분만 지휘' 산부인과 의사, 신생아 사망에 40% 배상책임
[의료] '카톡으로 분만 지휘' 산부인과 의사, 신생아 사망에 40% 배상책임
  • 기사출고 2019.01.16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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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경과관찰 주의의무 등 위반"

산부인과 의사가 10시간가량 병원 외부에서 카카오톡으로 간호사들에게 분만 지시를 했다가 신생아를 사망에 이르게 했다. 법원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4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부 이창영 부장판사)는 12월 27일 A(여)씨 부부가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2033150)에서 B씨의 책임을 40% 인정, "B씨는 A씨 부부에 1억 59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임신 사실을 확인한 후 2014년 5월 B씨의 병원에서 초음파상 재태기간 6주 진단을 받았고, B씨가 주치의로 지정됐다. 이후 A씨는 두 달 뒤인 7월 1차 기형아 산별검사, 다시 한 달 뒤인 8월 2차 기형아 산별검사를 받았고, 그 후에도 혈액 · 소변검사, 초음파검사 등을 받았는데, 태아의 상태는 모두 정상이었다.

A씨는 일요일인 2015년 1월 18일 새벽 복부에 진통을 느껴 오전 6시쯤 B씨의 병원을 방문, 당시 야간 근무조로 근무 중이던 간호사의 안내로 바로 입원했다. B씨의 병원은 책임분만제를 도입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심 기간 중 산모의 주치의였던 의사로 하여금 담당 산모의 최종 분만까지 책임지도록 하고 있었는데, 이 간호사는 A씨가 입원할 때 B씨가 병원에 없자 B씨에게 A씨의 입원사실, 자궁이 열린 정도, 진통의 세기, 태아의 하강 정도 등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고했다. 병원 외부에 있던 B씨는 A씨의 입원 시부터 분만 직전까지 간호사들과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간호사들에게 자궁수축제인 옥시토신 투여 등의 지시를 내렸다. B씨는 오후 4시 5분~4시 30분쯤 병원에 도착했다. A씨는 얼마 뒤인 오후 4시 51분쯤 자연분만으로 남자 아이를 낳았으나, 아이는 출생 직후 자가 울음이 없었고, 근긴장도와 자극반응이 없었으며, 불규칙한 빈맥, 정상범위보다 낮은 산소포화도, 느리고 불규칙한 호흡양상이 나타났다. 아이는 강남세브란스병원으로 옮겨져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 등을 진단받은 후 입원치료를 받고, 다시 서울대병원으로 옮겨 입원치료를 받다가 퇴원했으나 2015년 4월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으로 인한 심장정지로 사망했다. 이에 A씨 부부가 B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대법원 판결(2005다11688)을 인용, "의사가 진찰 · 치료 등의 의료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사람의 생명 · 신체 · 건강을 관리하는 업무의 성질에 비추어 환자의 구체적인 증상이나 상황에 따라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요구되는 최선의 조치를 취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의사의 이와 같은 주의의무는 의료행위를 할 당시 의료기관 등 임상의학 분야에서 실천되고 있는 의료행위의 수준을 기준으로 삼되, 그 의료수준은 통상의 의사에게 의료행위 당시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또 시인되고 있는 이른바 의학상식을 뜻하므로 진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하여 규범적인 수준으로 파악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숨진 아이의 태아심박동수는 2015. 1. 18. 07:07경부터 08:22경까지 분당 100~75회로 늦은 태아심박동수 감소의 양상을 나타내고 있었고, 피고는 이와 같은 태아심박동수의 변화를 자세히 관찰해 태아에게 산소 부족 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적절한 시점에 산소를 공급했어야 함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같은날 09:06경 간호조무사가 산모에게 산소를 공급하기는 했으나 피고와 간호사들 사이에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에 비추어 보면 이는 피고의 지시 없이 간호사가 임의로 판단하여 한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에게는 분만 중 태아심박동수와 자궁수축 감시 등 산모와 태아에 대한 감시, 관찰을 세심하게 주의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게을리 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경과관찰 주의의무 위반 등의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자궁수축 후 약 30초 후에 태아심박동수가 떨어지는 늦은 태아심박동수 감소의 양상을 보이고 있었으므로 그에 따라 옥시토신의 투여를 줄이거나 중지하도록 하였어야 함에도 피고가 그에 대하여 적시에 적절하게 대처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에게는 원고 A 및 태아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는 등의 방법으로 정확하게 확인한 후 옥시토신 투여 여부를 결정하였어야 할 주의의무가 있었음에도 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지적하고, "피고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피고에 대하여 업무상 과실치상의 점에 관해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이는 검사가 제출하는 증거들을 모두 종합하여도 피고의 일련의 의료행위와 숨진 아이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을 원인으로 할 뿐, 피고의 무과실이나 피고의 의료행위와 숨진 아이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없음이 적극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닌 점 등을 더하여 보면, (피고의) 의료상 과실과 아이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관계가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B씨는 업무상 과실치상, 사문서위조 · 동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되어,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에서 2018년 2월 사문서위조 · 동행사, 업무방해 등의 혐의는 유죄가 인정되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그러나 산소를 공급하지 않은 과실, 출산 후 처치상의 과실, 의료법 위반의 과실 등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다만 "의료행위는 의사가 전문적 지식과 숙련된 처치행위를 통해 환자의 질병치료와 출산 등을 하는 것으로 환자의 증상에 대한 판단은 풍부한 임상경험과 고도의 의학전문 지식이 바탕이 되어 내려지므로 의사에게 폭넓은 재량이 부여되어 있고,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신체침해를 수반하고, 특히 출산의 경우 모든 기술을 다하여 진료를 한다고 하더라도 예상 외의 결과가 생기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고도의 위험한 행위이며, 저산소성 허혈성 뇌병증은 신생아 신경질환 중에 가장 흔하게 발생하며 원인 불명인 경우가 많다"며 피고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