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외국법인 홍콩 · 중국 영업소간 불법행위 손배소 준거법은 중국법"
[손배] "외국법인 홍콩 · 중국 영업소간 불법행위 손배소 준거법은 중국법"
  • 기사출고 2019.01.10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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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외화채권 환산 준거법은 한국법"

한국 법원에 제기된 외국법인의 홍콩 영업소와 중국 영업소간 분쟁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에서 법원이 중국법을 준거법으로 삼아 판결했다. 불법행위지가 중국이고, 국제사법상 불법행위에 의해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적용되는데, 이 사건처럼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물품판매 위탁관계가 있다면, 이 위탁관계의 준거법 역시 중국법이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민사19부(재판장 고의영 부장판사)는 최근 박 모씨가 대표로 있는 외국법인인 A사가 중국인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2017나2049752)에서 이같이 판시하고, "피고는 원고에게 31억 5000여만원과 이에 대해 1심 판결 선고일 다음날인 2017. 8. 18.부터 다 갚는 날까지 (중국 사법해석에 의한 지연이자율인) 연 6.38%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대호가 원고 측을, 피고 측은 법무법인 민이 대리했다.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홍콩에 영업소를 두고 있는 A사는 2013년 7월 중국 제조업체에 판매할 목적으로 D사로부터 아이패드용 TFT-LCD 패널 9만 4716개를 284만여 달러(개당 30.07달러)를 주고 구매해 B씨가 운영하는 C사가 관리하는 중국 선전에 있는 보세창고에 보관했다. B씨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에 따라 설립된 C사의 유일한 주주이자 대표자로, B씨의 주소지와 C사의 사업장은 중국 베이징에 있다.

이후 A사가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2013년 10월 중국 제조업체에 패널 1080개를 테스트용으로 인도했으나, 패널을 받아 본 중국 제조업체가 물품의 불량률이 높다고 주장하면서 매매계약이 이루지지 않았다. 결국 A사는 물건을 반품하기로 했다. 그런데 테스트용으로 중국업체에 인도된 부분을 제외한 패널 9만 3636개를 보관하고 있던 C사의 대표 B씨가 2014년 1월 D사의 직원에게 "창고에 보관된 물품 소유자는 자신이 대표인 C사이고, C사가 A사로부터 물품을 매수했다"는 내용의 전자우편을 보냈다. 이후 D사는 자회사를 통해 C사로부터 패널 8만 8736개를 개당 30.07달러에 매수하고 267만여 달러를 지급했다. 이에 박씨가 "B씨가 물품을 임의로 매도한 후 대금을 착복해 횡령했다"며 물품 9만 4716개의 대금 284만여 달러를 소장 부본 송달 무렵의 환율(1달러당 1132.08원)로 환산한 32억 24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인천지법에 냈다.

재판부는 먼저 준거법과 관련, "원고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홍콩에 영업소를 두고 있고, 피고는 중국 국적의 사람이므로, 이 사건은 외국적 요소가 있는 사건에 해당하여 '국제사법'에 따라 준거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는 피고가 문제품 내지 그 판매대금을 횡령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 대하여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하고, 국제사법 32조에 의하면 불법행위는 그 행위가 행하여진 곳의 법에 의하나, 가해자와 피해자간에 존재하는 법률관계가 불법행위에 의하여 침해되는 경우에는 그 법률관계의 준거법이 적용되며,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와 중국에 영업소를 둔 C사와 사이에 물품판매 위탁관계가 있다면, 이 위탁관계의 준거법은 국제사법 26조 2항 3호에 의해 중국법이고, 설령 위탁관계가 없다고 본다 하더라도, 불법행위지가 중국이어서 역시 중국법이 준거법이므로, 이 사건의 준거법은 중국법"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원고로부터 문제품(패널 9만 3636개)을 매수하여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볼 수 없고, 원고와 피고 내지 C사와 사이에 문제품 거래 이전과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LCD패널 등 물품판매와 관련된 위탁관계가 있어 C사가 그러한 위탁관계에 기초하여 원고 소유인 문제품을 운송받아 보관하였던 것으로서, C사는 원고의 요구에 따라 문제품을 반환하거나 판매대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고, 피고는 C사의 대표자로서 직접 이를 실행하는 지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가 원고의 요구를 무시한 채 임의로 문제품을 타에 매도했다"고 지적하고, "피고의 이와 같은 행위는 원고의 반환청구를 거부하여 원고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 281만여 달러와 이에 대한 지연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서 지연손해금은 준거법인 중국법에 따라 발생 여부와 범위가 결정되어야 할 것인데, 중국법에 의할 때 위와 같은 성질의 손해배상 의무에 대하여 지연손해금이 당연히 발생한다고 인정할 만한 근거가 없고, 중국 민사소송법 규정과 사법해석에 의하면, 법원은 손해배상금을 판결선고일에 즉시 지급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 사건의 지연손해금은 1심 판결 선고일의 다음날부터 지연손해금을 가산함이 상당하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변론종결일인 2018. 8. 22.의 기준환율(1달러당 1119원)으로 환산한 손해배상금 31억 5000여만원과 이에 대해 1심 판결 선고일 다음날인 2017. 8. 18.부터 갚는 날까지 (중국 사법해석에 의한 지연이자율인) 연 6.38%의 비율로 계산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외화채권의 환산과 관련, "이와 같은 대용급부는 채무의 내용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이행의 방법에 관한 것이고 환산의 시기와 환산율은 채무의 실질적 내용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에 관하여는 채권이 실제로 이행되는 장소 혹은 이행을 구하는 소가 제기된 장소인 우리나라 법을 준거법으로 하여 판단할 것"이라며 "민법 378조에 의하여 미화의 환산시기는 이행기가 아니라 현실로 이행하는 때 즉 현실이행시의 외국환시세에 의하여 환산한 우리나라 통화로 변제하여야 한다고 풀이함이 상당하므로 채권자가 위와 같은 외화채권을 대용급부의 권리를 행사하여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여 청구하는 경우에도 법원이 채무자에게 이행을 명함에 있어서는 채무자가 현실로 이행할 때에 가장 가까운 사실심 변론종결 당시의 외국환 시세를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하는 기준시로 삼아야 하고(90다2147 판결 참조), 미화 채권을 우리나라 통화로 환산함에 있어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준환율에 의하여 환산함이 상당하다(94다61120 판결)"며 항소심 변론종결일인 2018. 8. 22.의 기준환율인 1달러당 1119원의 비율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