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방 쪼개기'에 보증금 떼여…설명 안 한 공인중개사 책임 40%
[부동산] '방 쪼개기'에 보증금 떼여…설명 안 한 공인중개사 책임 40%
  • 기사출고 2018.09.28 09:4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천지법] "2개 호실 존재 안 알려"

집주인이 불법으로 방을 쪼갠 줄 모르고 원룸에 세 들었다가 집이 경매에 넘어가 임차인이 보증금 일부를 떼이게 됐다. 법원은 이 사실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에게 임차인이 못 받은 보증금의 40%를 물어주라고 판결했다.

인천지법 김선아 판사는 9월 11일 보증금 5500만원 중 3600여만원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 정 모씨가 집주인 황 모씨와 공인중개사 최 모씨, 최씨가 보험에 든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6가단30592)에서 최씨와 서울보증보험의 책임을 40% 인정, "최씨와 서울보증보험은 연대하여 정씨가 입은 손해액의 40%인 14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또 "집주인 황씨는 정씨가 입은 손해액 전부인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황씨에 대한 판결은 공시송달의 방법으로 선고됐다.

정씨는 2014년 10월 최씨의 중개로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건물 6층에 있는 황씨 소유의 원룸 32㎡에 관하여 임대차기간 1년, 임대차보증금 5500만원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뒤 그 무렵 임대차보증금을 모두 지급했다. 부동산등기부상 이 부동산의 면적은 49.2㎡였다. 그러나  최씨가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작성하여 정씨에게 준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는 '등기부에 기재되어 있는 소유권 이외의 권리사항'으로 A신용협동조합 명의의 채권최고액 3억 7180만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기재되어 있었고,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란에는 아무런 기재도 되어 있지 않았다.

그런데 집주인 황씨는 이 원룸을 불법으로 용도 변경하여 장씨와 임대차계약을 맺기 7개월 전인 2014년 3월 11일 이미 원룸 중 일부인 13.44㎡에 관하여 다른 사람과 임대차보증금 3500만원인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상태였다. 정씨가 계약한 집이 601호이고, 다른 사람이 임대차계약을 한 집이 602호로 나뉘어 있으나 사실은 601호와 602호가 부동산등기부상 같은 한채의 원룸(49.2㎡)을 이루고 있었던 것. 

이 임차인은 2014년 4월 1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뒤 전입신고도 마쳤다. 정씨가 2014년 11월 20일 임대차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은 뒤 전입신고를 하면서 이같은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에 대해 황씨와 최씨에게 항의했다.

이후 근저당권자인 A신용협동조합의 신청으로 2015년 11월 황씨의 원룸이 경매에 넘어갔고, 정씨와 이 원룸의 다른 임차인은 2018년 4월 소액임차인으로 각각 1830여만원만을 배당받았다. 이에 정씨가 받지 못한 나머지 임대차보증금 36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법률구조공단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낸 것이다.

김 판사는 먼저 대법원 판결(2011다63857 판결 등)을 인용, "중개업자는 다가구주택의 일부에 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함에 있어서 임차의뢰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후에 임대차보증금을 제대로 반환받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데 필요한 다가구주택의 권리관계 등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여야 하므로, 임차의뢰인에게 부동산 등기부상에 표시된 중개대상물의 권리관계 등을 확인 · 설명하는데 그쳐서는 아니 되고, 임대의뢰인에게 그 다가구주택 내에 이미 거주해서 살고 있는 다른 임차인의 임대차계약내역 중 개인정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고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부분의 자료를 요구하여 이를 확인한 다음 임차의뢰인에게 설명하고 그 자료를 제시하여야 하며,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이 정한 위 서식에 따른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중개목적물에 대한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아니한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그 내용을 기재하여 교부하여야 할 의무가 있고, 만일 임대의뢰인이 다른 세입자의 임대차보증금,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자료요구에 불응한 경우에는 그 내용을 위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에 기재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며 "그러므로 중개업자가 고의나 과실로 이러한 의무를 위반하여 임차의뢰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에는 공인중개사법 제30조에 의하여 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는 이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계약을 중개하는 과정에서 원고에게 부동산이 불법으로 용도 변경되었다는 점과 부동산 중 일부에 관하여 다른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 및 그 임차인의 임대차보증금의 액수,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 등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지 않았고 근거자료를 제시하지도 않았으며, 최씨가 임대차계약 중개 당시 원고에게 교부한 중개대상물 확인 · 설명서의 '실제 권리관계 또는 공시되지 않은 물건의 권리사항'란에 다른 임차인의 임차상황에 대한 아무런 기재가 없다"고 지적하고, "최씨는 부동산등기부와 집합건축물대장상 부동산이 위치한 건물의 6층에는 위 부동산 한 개 호실밖에 존재치 아니함에도 현황상 2개 호실이 존재한다면 그 원인을 알아본 연후 이를 임차인인 원고에게 고지하여야 함에도 이를 해태한 것 자체가 과실"이라고 밝혔다. 

김 판사는 "최씨는 원고에게 부동산의 권리관계에 대한 확인 · 설명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아니한 과실이 있고 이로 인하여 원고가 임의경매절차에서 임대차보증금 일부를 회수하지 못하는 손해를 입게 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최씨는 중개행위상의 과실로 인하여, 서울보증보험은 최씨와 사이에 체결한 인허가보증보험계약에 기한 책임으로 공동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부는 다만 "원고로서도 부동산의 등기부를 열람했더라면 임대차계약서상의 목적물 면적과 부동산등기부상 위 부동산의 면적이 17㎡ 이상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알았을 것이어서 부동산에 관하여 다른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그럼에도 원고는 황씨나 최씨에게 다른 임차인의 존부, 임대차보증금의 액수, 임대차의 시기와 종기에 관하여 문의하거나 자료 제출을 요구하지 아니한 점, 원고로서는 부동산에 전입신고 할 무렵 부동산에 다른 임차인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 즉시 임대차계약의 해지를 요구하거나 임대차보증금의 감액을 요구할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아니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에게도 부동산의 시가나 선순위 임차인의 존재와 임대차보증금의 액수, 임대인의 재정 상태를 확인하여 임대차보증금의 반환가능성에 대하여 판단하고 이를 기초로 임대차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하여야 함에도 이를 게을리 한 채 황씨, 최씨의 말만 듣고 섣불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잘못이 있다"며 최씨와 서울보증보험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