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유산 못 받은 딸들, 아버지 빚 갚을 책임 없어"
[가사] "유산 못 받은 딸들, 아버지 빚 갚을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18.09.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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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법] "포괄유증 받은 아들이 채무도 승계"

아버지가 생전에 아들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주기로 유언하고 별세했다면 상속재산을 받지 못한 딸들은 아버지의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1977년 12월 유류분 제도가 창설된 이후에도 종전 대법원 판례의 취지가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상속법 관계에서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강열 부장판사)는 8월 30일 돌아가신 아버지의 생전 채권자가 아버지가 진 빚 11억 8000만원을 상속분대로 나눠 지급하라며 아들과 네 딸, 피상속인의 배우자인 어머니를 상대로 낸 대여금 청구소송의 항소심(2018나52917)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딸 4명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자백간주로 판결을 선고했으며, 아들과 어머니는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부인과 사이에 1남 4녀를 둔 A씨는 1999년 10월 유산 전부를 아들 B씨에게 유증한다는 내용의 유언공정증서를 작성한 후 한 달 뒤 사망했다. 유언공정증서에는 'A씨 소유의 모든 부동산과 향후 취득하게 될 모든 부동산, 진해시(현재 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일대 주택지 조성사업과 관련한 모든 권리, A씨가 제3자에 대하여 가지는 일체의 청구채권, A씨가 보유하는 현금 · 예금자산, 유가증권 및 동산, 기타 A씨가 남기게 될 유산 전부를 B씨에게 유증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상속재산 전부를 B씨에게 준다는 포괄적 유증을 한 것이다. 재판부도 포괄적 유증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풍호동 일대 주택지 조성사업과 관련해 A씨로부터 '수시 차용한 11억 8000만원을 사업 완료 후 우선 지불할 것을 확약한다'는 내용의 지불확약서와 차용증을 받아두었던 채권자가 부인과 자녀 모두를 상대로 상속분에 따라 빚을 갚으라고 소송을 내 1심에 이어 항소심이 열리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어느 망인의 '재산 전부'가 다른 사람에게 포괄적으로 유증이 된 경우 그가 망인 사망 시에 망인의 적극재산은 물론 채무까지 포괄하여 취득 또는 승계한다고 보아야 한다"며 "만일 적극재산과 달리 채무만을 망인의 직계비속 등이 상속분에 따라 승계하는 것으로 본다면, 이는 망인의 의사와도 다를 뿐만 아니라 상속받은 재산이 없는 직계비속 등에게 망인의 생전채무만을 전가하게 되는 것으로서 불합리하고, 변제자력 있는 자에게 상속재산 전부를 포괄적으로 유증하는 한편 변제자력 없는 상속인들에게 상속채무를 승계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높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포괄적 수증자가 아닌 상속인들에게 생전채무가 승계되는 것으로 본다면, 포괄적 수증자는 상속채권자의 책임재산이 되는 상속재산을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게 되는 반면, 상속채권자 등으로서는 책임재산을 보전할 수단이 없게 되어 부당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밝혔다.

결국 망인의 상속재산 전부가 다른 상속인 또는 제3자에게 포괄적으로 유증된 경우에는 포괄적 수증자가 망인의 생전채무를 승계하는 것으로 보아야 하고, 이 경우 망인의 직계비속 등은 망인의 생전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유류분 제도와 관련해서도, "유류분 제도는 유족들의 생존권 보호 및 상속재산형성에 대한 기여 보장과 법적 안정성이라는 공익을 입법목적으로 하고 있고,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에 일정한 기간 제한이 있으며, 실제 유류분반환청구권 행사 여부는 유류분권리자의 의사에 달려 있다"며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유류분 제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달리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리걸타임즈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