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형 로펌에 가서 변호사를 만나려면 먼저 그 로펌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해당 변호사가 여전히 그 로펌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그만큼 변호사들의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특정 로펌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스타급 변호사들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로펌의 중견변호사들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친정과 같은 로펌을 떠나 중소 로펌을 열어 새 출발하는 분화와 독립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한국 로펌업계는 끊임없는 분화와 독립이 이어지며 외연을 넓혀온 게 사실이다. 수요가 늘어나며 자연발생적으로 공급시장이 다변화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일상화되다시피 한 대형 로펌 변호사들의 움직임엔 한국 로펌 구조조정의 측면이 없지 않다는 유력한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변호사 숫자로 대표되는 규모의 경쟁에 내몰려온 메이저들이 법률서비스 수요가 정체를 보임에 따라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할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는 분석이다.
친정을 떠나 독립의 깃발을 든 중견변호사들도 또 다른 균형점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중소 로펌들에게 틈새가 무한대로 열려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해야 하고, 하루빨리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 대형 로펌을 나와 비교적 빨리 자리를 잡은 한 중소 부티크의 변호사는 기자에게 "지금이 독립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다"고 비장한 각오를 토로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후로도 비슷한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고, 여러 중소 부티크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중소 로펌 시장엔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지만, 끊임없이 고객의 선택을 보장할 수 있는 틈새를 개척할 때에 가능한 이야기다.
중소 전문 로펌들은 IP와 IT, 해상, 보험, 노동, M&A, 기업분쟁, 국제중재, 스타트업 자문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복수의 숫자로 진격하고 있다. '빅 6' 또는 '10대 로펌' 등으로 그룹이 갈리는 상위 메이저가 로펌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성을 갖춘 중소 전문 로펌들이 한국 로펌업계의 새로운 균형점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면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변화의 바람은 영미 로펌 27곳이 서울에 진을 친 외국 로펌들 사이에서도 감지된다. 시장개방 6년이 지나며 서울사무소 문을 닫고 철수한다는 로펌이 나오고, 영미 로펌 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던 외국변호사들이 한국 로펌으로 옮기는 등 섭외 법률시장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GDP 기준 세계 12위인 한국 법률시장의 작금의 최대 화두는 구조조정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