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반복적 악성 민원에 뇌출혈로 숨진 근로감독관…공무상 재해"
[노동] "반복적 악성 민원에 뇌출혈로 숨진 근로감독관…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8.08.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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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피로 누적 상태서 정신적 스트레스 받아"

반복적인 악성 민원과 과로에 시달리다가 뇌출혈로 숨진 근로감독관에게 업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유진형 부장판사)는 6월 28일 뇌출혈로 숨진 근로감독관 A(사망 당시 46세)씨의 부인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80615)에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2006년 고용노동부 7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A씨는 2016년 2월 부산지방노동청 진주지청으로 전보되어 근로개선지도과 소속 근로감독관으로 근무하게 되었으나, 전보된 지 5개월 후인 7월 20일 오전 9시 20분쯤 관사 화장실에서 쓰려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사인은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비외상성 지주막하 출혈. 이에 A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 지급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A씨의 부인은 "A씨가 과도한 업무, 잦은 초과근로 및 야간근로, 악성 민원에 따른 극도의 스트레스 등으로 인하여 뇌동맥류가 파열되면서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하였고,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진주지청은 2개시 6개군을 관할하고 있어 다른 지청보다 관할 범위가 넓고, 최근 진주 혁신도시에 공공기관 10개소가 이전되면서 전체적으로 업무량이 증가한데다가, A씨가 속한 근로개선지도과의 주요 업무가 임금체불 · 해고 사건이어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했다. A씨가 사망하기 한 달 전인 2016년 6월말을 기준으로 진주지청에 접수된 신고건수는 1717건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에 접수된 1408건에 비하여 22% 가량 증가하였고, 그 무렵 A씨는 진주지청 1인당 평균 사건수인 190건보다 많은 288건의 신고사건을 담당하고 있었다. A씨의 업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 5일 근무가 원칙이지만, A씨는 실제로는 출근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자정 무렵이 되어서야 퇴근을 하였다.

A씨는 특히 사망 2개월 전부터 진정사건의 민원인 B씨로부터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폭언과 협박, 모욕, 집요한 통화시도에 시달렸다. B씨는 해고를 당하였으니 무조건 해고예고수당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주장하며 (A씨가 진정사건을 배당받은) 2016년 5월 12일부터 19일까지 5회, 5월 20일부터 6월 19일까지 65회, 6월 20일부터 7월 19일까지 98회에 걸쳐 A씨의 사무실, 휴대전화 또는 진주지청 고객지원실 등으로 전화를 걸어 A씨에게 욕설, 협박, 모욕적인 언사 등을 하였다. B씨는 A씨가 사망하기 전 1개월간 근무일과 휴일을 불문하고 100여회 가까이 전화를 시도하였고, 2016년 7월 8일부터 10일까지 A씨에게 '병신, 똘아이, 개**, 사기꾼 **, 쓰레기 **' 같은 욕설과 함께 '가만 두지 않겠다, 죽고 싶어 환장했느냐, 검찰에 고소하겠다, 노동청에서 잘라버리겠다'는 등의 협박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재판부는 "A씨가 진주지청으로 전보되면서 단순히 근무지만 변경된 것이 아니라 가족들과 떨어져서 관사에서 생활하게 되는 등 생활환경에 적지 않은 변화가 있었던 점, 진주지청의 관할 범위가 다른 지청에 비하여 넓고 그 무렵 사건 수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어서 A씨의 업무 부담이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되었던 점, 실제로 A씨는 평일에는 거의 자정 무렵까지 야간근무를 하였고 출장업무를 수행한 날에도 출장을 마치면 다시 청사로 복귀하여 근무를 했던 점, 사망 전 3개월 동안 A씨의 주당 근무시간을 살펴보면,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을 초과하는 때도 있었고, 평균적으로 50시간을 초과하고 있어 업무량이 상당히 과중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진주지청에서 근무하면서 누적된 신체적 · 정신적 피로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지 않아도 과중한 업무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A씨는 B씨의 민원으로 상당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이는 근로감독관이 업무로 인하여 받게 되는 통상적인 스트레스의 수준을 벗어났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정이 이와 같다면, 이미 신체적으로 상당한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사망 1~2개월 전부터 급격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에 노출됨으로써 뇌동맥류가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되어 파열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유족보상금 부지급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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