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지입차주도 종속관계 인정되면 근로자"
[노동] "지입차주도 종속관계 인정되면 근로자"
  • 기사출고 2018.07.31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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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법원] "상사 지시로 박스 포장 등 업무 처리"

회사에서 지입차주로 배송업무를 담당했더라도 배송업무가 끝난 후 회사로 복귀하고, 상사의 지시에 따라 박스 포장, 창고정리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등 종속관계가 인정된다면 근로자로 보아 산재 혜택을 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이승원 판사는 7월 20일 본인의 차량을 가지고 회사에 입사해 배송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동료 직원이 운전하는 지게차에 깔려 허벅지뼈 골절 등의 상해를 입은 김 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8구단57660)에서 산재라고 판시, "피고는 원고에 대한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에선 지입차주인 김씨가 근로자인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김씨가 근무한 농업회사법인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회사 소유 명의의 차량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1유형, 회사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자신 소유 명의의 차량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2유형,  회사와 지입차량 관리 및 운용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3유형 등 3가지 유형이 있었다.

제3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배송업무를 마치면 회사에 복귀할 필요 없이 현장에서 곧바로 퇴근하고, 배송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는 맡지 않으며,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지만, 제1, 2유형에 속하는 사람들은 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어 배송업무를 마친 후 회사로 복귀하여 업무보고를 한 뒤에 퇴근하고, 배송업무 이외에 다른 업무도 처리하며, 산재보험에도 가입되어 있다.

김씨는 2015. 12. 28.부터 2016. 12. 27.까지 이 회사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1유형의 직원으로 일한 적이 있다. 2017. 3. 1.부터 다시 회사에서 자신의 차량으로 주로 배송업무를 하였는데, 배송업무가 끝난 후 회사로 복귀하였고, 회사 전무의 지시에 따라 박스 포장, 금속검출, 창고정리 등의 업무도 처리했다. 김씨는 기본급과 별도로 시간 외 수당을 받았으며, 제3유형에 속한 사람들과 달리 회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식사비를 결제했다. 김씨는 2유형으로 배송업무를 처리하기로 하였는데, 배송업무를 시작할 무렵 배송업무에 제공하기로 한 차량의 소유 명의를 자신 앞으로 이전하지 못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못했다. 김씨가 사고를 당한 것은 2017년 4월 27일.

이 판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 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원고는 회사에서 전무의 지시를 받아 배송업무 이외에 박스 포장, 금속검출, 창고정리 등의 업무도 처리하였고, 배송업무를 마친 후 곧바로 퇴근하지 않고 회사로 복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순수한 지입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만을 담당하였던 사람(제3유형)과는 명백히 다른 점, 원고와 회사가 지입차량 관리 및 운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등 그 밖의 여러 제반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회사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던 근로자로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 부지급처분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