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강정구 교수 '집유' 선고
'국보법 위반' 강정구 교수 '집유' 선고
  • 기사출고 2006.06.01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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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대 필화' 사건 등 4년8개월만에 마무리
(서울=연합뉴스) 국가보안법 7조(찬양 ㆍ 고무 등)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정구 동국대 교수에게 유죄가 인정돼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4단독 김진동 판사는 26일 '6ㆍ25 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취지의 글을 언론매체 등에 게재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된 강 교수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여러 글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민족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고 미군의 개입이 없었다면 적화통일이 달성됐을 것이며 대한민국도 존재할 수 없다는 추론으로 이어짐이 명백하다. 자극적 방법으로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해칠 수 있는 선동적 표현을 한 데 대해 엄격한 사법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헌법상 학문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되지만 역시 헌법에 의해서 내심의 영역을 벗어난 표현의 영역에 대해 상대적 제한이 가능하다. 피고인이 각종 글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합리적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없고 국가 질서에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주장을 했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주장은 주체사상에 의한 미제식민지 지배 청산 등을 주장하면서 민중을 동원해 통일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동하는 북한의 대남 적화혁명론에 동조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주장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인의 행위와 주장은 대한민국의 존립 ㆍ 안전이나 자유민주적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가할 위험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피고인의 평소 전력, 직업 등에 비춰 피고인도 그러한 사정을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다시 숙고하면 민주사회에서 어떤 주장이나 표현의 해악을 시정하는 1차 기능은 사상의 경쟁시장에 의해야 하고, 우리 사회가 이를 검증할 수 있을 만큼 건강해져 위험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 유죄 선언 자체로도 처벌의 상징성이 있고 신분적 불이익 등을 참작해 징역을 선고하되 집행을 유예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강 교수의 표현이 국가의 존립 ㆍ 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가할 수 있는 정도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았다. 대한민국의 과거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국가공무원법상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될 경우 일정 기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사립학교법은 이 조항을 준용해 교원이 공무원 임용 결격사유에 해당하면 당연퇴직된다고 규정해 강 교수는 형 확정시 퇴직될 가능성도 있다.

강 교수는 "법은 법이니까 법의 기준에 따라 하는 것이지 민족사적 요구와 사회적 요구, 인류 보편사적 원칙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볼 수 없다.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강 교수가 2001년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글을 써 기소된 사건과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계간지 등에 '6ㆍ25전쟁은 북한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써 기소된 사건을 병합해 선고가 이뤄져 강 교수가 2001년 9월 기소된 후 4년8개월만에 마무리됐다.

임주영 [zoo@yna.co.kr] · 안희 기자[prayerahn@yna.co.kr] 2006/05/26 15: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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