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갑자기 튀어나온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사고 낸 화물차 운전자 무죄
[교통] 갑자기 튀어나온 무단횡단 보행자 치어 사망사고 낸 화물차 운전자 무죄
  • 기사출고 2018.05.14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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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지법] "무단횡단 예측 어려워"

화물차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하며 갑자기 차도로 튀어나온 보행자를 들이받아 숨지게 했다. 서울북부지법 김재근 판사는 5월 3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화물차 운전사 고 모(54)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2017고단5037).

고씨는 2017년 9월 5일 오전 8시 20분쯤 마이티 화물차를 운전하여 서울 중랑구에 있는 편도 4차로 도로의 2차로를 따라 진행하던 중 고씨의 진행방향 우측에서 좌측으로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김 모(여 · 62)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차량의 적재함 우측 옆 부분으로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현장은 편도 4차로의 도로로 1차로에는 버스 전용차로가 설치되어 있고, 2차로는 좌회전 전용차로이며, 3차로와 4차로는 직진차로인데, 사고가 일어난 지점의 약 40m 전방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었다. 고씨가 진행하던 2차로는 좌회전 전용차로로, 사고 당시 전방에는 좌회전 신호만이 들어와 있었다. 3, 4차로의 직진 차량들은 정지신호에 따라 정차하고 있었다. 고씨는 좌회전하기 위하여 좌회전 신호에 맞춰 시속 약 30km의 속도로 2차로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김씨가 오른쪽 3차로에 정차해있던 차량들 사이에서 갑자기 튀어나와 사고가 일어나게 된 것이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교통사고분석 감정 내용에 따르면, 김씨가 3차로에 정차하고 있는 차량들 사이를 통과한 때로부터 약 0.44초 후에 고씨가 운전하던 화물차량과 충돌한 것으로 조사되었고, 통상적으로 인지반응시간은 1초 정도가 걸린다고 되어 있다.

김 판사는 먼저 "자동차의 운전자는 통상 예견되는 사태에 대비하여 그 결과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주의의무를 다함으로써 족하고 통상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을 예견하여 이에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까지 있다 할 수 없는 것(85도833 판결)"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행자는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는 도로에서는 횡단보도로 횡단하여야 하고, 차량의 바로 앞이나 뒤로 횡단하여서는 아니되는 바(도로교통법 10조), 당시 2차로에서 좌회전을 하는피고인으로서는 3, 4차로를 가로질러 피해자가 다른 차량들의 사이로 무단횡단할 것을 예측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를 충격한 부분이 화물차량의 앞 부분이 아닌 우측 뒤 적재함 부분으로 보여 피고인은 충격 당시 피고인을 발견하지 못하였을 개연성이 있는 점,  설령 피고인이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하였더라도 발견시간과 반응시간의 간격에 비추어 제동장치를 조작하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고 보이고, 피해자와 충돌을 피할 수 있는 그밖의 다른 조치를 취하기도 불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한발 더 나아가 이러한 상황에서는 피고인이 어떤 조치를 취하였다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