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기체결함으로 37시간 지연' 이스타항공, "1인당 위자료 90만, 50만원 주라"
[손배] '기체결함으로 37시간 지연' 이스타항공, "1인당 위자료 90만, 50만원 주라"
  • 기사출고 2018.04.16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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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몬트리올 협약상 지연 해당"
2017년 8월 기체결함 탓에 항공기가 2차례 연속 결항해 승객들에게 37시간의 지연손해를 끼친 이스타항공이 승객들에게 1인당 90만원 또는 50만원의 위자료를 물어주게 됐다.

부산지법 서부지원 양민호 판사는 4월 11일 신 모씨 등 승객 119명이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7가단107238, 110326)에서 "성년 승객 101명에게 9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미성년 승객 18명에게는 1인당 50만원씩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스타항공으로부터 부산-코타키나발루(말레이시아)간 왕복항공권을 구입하여 코타키나발루에 간 신씨 등은 2017년 8월 22일 오전 0시 30분쯤 코타키나발루에서 출발 예정인 항공기를 타고 오전 6시 10분쯤 부산으로 돌아올 예정이었으나 항공기의 왼쪽 바퀴다리 올림 감지기의 작동불량으로 출발시간이 2시간 30분 정도 연기되었다가 결국 결항됐다.

신씨 등은 이스타항공이 정해준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뒤 다음날인 8월 23일 0시 15분쯤 대체항공기에 탑승했으나 이 항공기의 엔진출력을 제어하는 부품인 ECC(Electronic Engine Control)의 기능불량으로 기내에서 1시간 30분 정도 대기하다가 또 다시 항공기의 운항이 취소됐다. 신씨 등은 반나절이 지난 오후 1시 30분쯤에야 대체항공기를 이용하여 코타키나발루를 출발해 예정보다 37시간 늦은 8월 23일 오후 7시 10분쯤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재판부는 먼저 "국제항공운송에 있어서의 일부 규칙 통일에 관한 협약(몬트리올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국제항공운송에 관해서는 이 협약이 우리나라의 민법이나 상법보다 우선 적용된다"고 전제하고,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항공운송구간은 '부산→코타키나발루→부산'으로서, 출발지와 도착지가 모두 몬트리올 협약의 당사국인 한국이고 예정 기항지가 타 국가인 말레이시아이므로 몬트리올 협약 1조 2호에 따라 이 항공운송에 관해서는 몬트리올 협약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연착은 몬트리올 협약 19조에서 말하는 지연에 해당한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연착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몬트리올 협약에 가입하여 2007년 12월 29일 발효되었다. 몬트리올 협약 19조는 '운송인은 승객 · 수하물 또는 화물의 항공운송 중 지연으로 인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송인은 본인 · 그의 고용인 또는 대리인이 손해를 피하기 위하여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하였거나 또는 그러한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1항공기가 결항된 것은 당시 항공기의 정비문제로 인한 운항지연과 이에 대한 승객들의 과도한 보상요구 때문이었고, 당시 이 항공기에 '좌측 바퀴다리 올림 감지기의 작동불량'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는 사소한 정비사항에 불과하고 이러한 사소한 부품의 기능저하까지 사전에 모두 예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2항공기의 운항이 취소된 것은 ECC의 기능불량 때문이었는데 이는 사전 징후 없이 갑자기 발생한 고장으로 당시 코타키나발루에 내린 폭우로 인하여 전기회로에 습기가 침투하여 합선이 발생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몬트리올 협약 19조에 따라 운항지연에 의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모든 조치를 다했으므로, 이 협약에 따라 면책된다"고 주장했다. 이스타항공은 또 "운항지연에 관해 사전에 문자 메시지로 안내하거나 탑승구에서 육성으로 필요한 안내를 해 주었고, 저가항공사라는 점과 현지 물가수준 등을 고려하여 원고들에게 적정한 형태의 추가 숙박 및 식사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이와 같은 기체결함이 피고에게 합리적으로 요구되는 정비의무를 다하여도 피할 수 없는 것이라거나, 코타키나발루의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 관하여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연착에 이르게 된 원인, 경위와 결과, 이에 따른 피고의 대응조치, 지연안내 및 추가 숙식제공 등의 조치, 코타키나발루에서 부산까지의 운항거리 및 소요시간 그 밖에 원고의 연령 등 변론과정에서 나타난 모든 사정을 참작하여 성년인 원고들에게는 각 90만원, 미성년인 원고들에게는 각 50만원으로 위자료를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법무법인 예율이 원고들을, 이스타항공은 법무법인 민주가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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