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국가가 성매매 조장…기지촌 여성에 배상하라"
[손배] "국가가 성매매 조장…기지촌 여성에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8.02.21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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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위자료 700만, 300만원씩 인정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여성들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성매매를 정당화 · 조장했다고 본 것이다.

서울고법 민사22부(재판장 이범균)는 8일 1957년경부터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미군 주둔지 주변의 미군을 상대로 한 속칭 기지촌에서 미군을 상대로 성매매를 했던 이 모씨 등 여성 11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7나17700)에서 "국가는 원고들 중 위법한 성병치료를 받은 74명에게 각각 위자료 700만원을, 그렇지 않은 43명에게는 3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의 불법적인 기지촌 운영 · 관리, 위법한 절차에 따른 성병치료, 성매매 정당화 · 조장 등의 행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과거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에서 작성한 공문에 따르면 정부가 전국의 기지촌 시설의 개선과 미군 상대 성매매에 있어서의 협조를 당부하고, 기지촌 위안부에게 이른바 '애국교육'을 실시하며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로 추켜세우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성매매를 조장했다는 것이다. 다만 국가의 보호의무 위반, 폭력, 화대 착취, 강제 낙태 등 미군과 포주들에 의한 불법행위를 단속하지 않고 방치했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결국 기지촌에서 성매매에 종사했던 원고들은 기지촌 운영 · 관리 과정에서 피고의 담당 공무원 등이 행하였던 위법한 성매매 정당화 · 조장행위로 인해 그들의 인격권 나아가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당함으로써 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이러한 피해는 원고들 모두에 공통된 손해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피고는 원고들에게 국가배상법 2조 1항에 따라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설령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기지촌에서 성매매를 시작하였더라도, 피고는 이를 기화로 성매매를 적극적으로 정당화 · 조장하거나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위법한 성병치료를 행함으로써, 원고들의 성(性), 나아가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군사동맹의 공고화와 국가안보 강화, 그리고 기지촌 내 성매매 활성화를 통한 외화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삼았다"며 "원고들이 '자발적'으로 기지촌에 유입되어 성매매에 종사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원고들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으며, 피고의 행위와 원고들의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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