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표지에 공저자로 이름 추가했어도 출고 전이면 처벌 불가"
[형사] "표지에 공저자로 이름 추가했어도 출고 전이면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8.02.2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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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창고 보관 중 검찰에 압수당해"
대학교수들이 저자가 아니면서도 서적 표지에 공저자로 이름을 추가해 이른바 '표지갈이'한 서적을 발행했더라도 시장에 출고되기 전이라면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월 24일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 모(56)씨 등 국립대 교수 7명에 대한 상고심(2017도18230)에서 시장에 출고되지 않은 책 발행 부분과 관련한 저작권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해 벌금 5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권씨 등은 2009∼2015년 전공서적의 저작자가 아니면서도 서적 표지에 자신들의 이름을 공저자로 추가해 이른바 '표지갈이'한 서적의 초판과 1∼3차 개정판을 발행하고 이를 자신들이 재직하던 대학에 교원업적 평가자료로 제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이들이 발간한 표지갈이 책 가운데 3차 개정판은 인쇄된 뒤 출판사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하여 시중에 출고된 적이 없었다.

저작권법 137조 1항 1호는 '저작자 아닌 자를 저작자로 하여 실명 · 이명을 표시하여 저작물을 공표한 자를 형사처벌한다'고 정하고 있고, 저작권법 2조 25호는 '공표'의 의미에 관해 '저작물을 공연, 공중송신 또는 전시 그 밖의 방법으로 공중에게 공개하는 것과 저작물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공표의 한 유형인 저작물의 '발행'에 관하여 저작권법 2조 24호는 '발행은 저작물 또는 음반을 공중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복제 · 배포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 '복제 · 배포'의 의미가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 아니면 '복제하거나 배포하는 행위'를 뜻하는지가 재판의 쟁점.

재판부는 "'공표'는 사전(辭典)적으로 '여러 사람에게 널리 드러내어 알리는 것'을 의미하고, 단순히 저작물을 복제하였다고 해서 공표라고 볼 수 없으며, 가운뎃점(·)은 단어 사이에 사용할 때 일반적으로 '와/과'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부호"라고 지적하고, "저작권법 2조 24호에서 말하는 '복제 · 배포'는 문언상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벌법규는 문언에 따라 해석 · 적용하여야 하고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해서는 안 되고, 이러한 견지에서 '복제 · 배포'의 의미를 엄격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며 "결국 저작물을 '복제하여 배포하는 행위'가 있어야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있고, 저작물을 복제한 것만으로는 저작물의 발행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소사실 중 2015. 9. 20.경 저작권법 위반에 관하여 저작권법 137조 1항 1호의 구성요건인 '공표'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한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에 앞서 항소심을 맡은 의정부지법은 2015. 9. 20.경 전공서적의 3차 개정판은 인쇄되어 출판사의 창고에 입고된 직후 검찰로부터 압수당하여 시중에 출고되기 전 상태였고, 3차 개정판이 배포되는 등의 방법으로 일반 대중에 공개 가능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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