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임금피크제 반대' 진정 · 소송 이유 은행 직원 면직 위법
[노동] '임금피크제 반대' 진정 · 소송 이유 은행 직원 면직 위법
  • 기사출고 2018.01.19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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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하나은행에 패소 판결"은행 신용, 명예 손상됐다고 볼 수 없어"
노사 합의를 거쳐 도입한 임금피크제에 반대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소송전을 벌였다는 이유로 은행이 직원을 면직한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2부(재판장 장순욱 부장판사)는 1월 11일 하나은행이 "직원 김 모(60)씨에 대한 면직을 부당해고로 판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하라"며 중노위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7구합66664)에서 이같이 판시, 하나은행의 청구를 기각했다.

하나은행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와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의 개정으로 2016년 1월 1일부터 정년 60세가 의무화되자 2016년 1월 노조의 동의를 얻어 임금피크제 운용세칙을 개정해 임금피크제의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실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나은행 인사부 차장으로 근무하던 김씨가 이에 반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법원에 임금피크제 운용세칙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무효확인소송 등을 제기하자 하나은행이 은행의 신용과 명예를 심각하게 손상시켰다는 이유 등으로 김씨를 징계면직했다. 이에 김씨가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노위가 부당해고라는 판정을 내리자 하나은행이 중노위 재심판정의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낸 것이다.

한편 김씨가 낸 임금피크제 운용세칙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은 기각됐고, 무효확인소송 역시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기각되어 현재 김씨의 상고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김씨는 임금피크제도가 2016년 1월부터 책임자를, 2016년 3월부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확대시행되면서 기존에 비해 40%의 임금을 받게 되었으므로, 직접적인 이해당사자로서 원고에 대해 임금피크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김씨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대한 진정 또는 법원에 대한 소송의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도에 대하여 문제제기를 한 것은 관계 법령과 절차에 따른 것이며, 이를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고, "고령자고용법에서는 사업자로 하여금 근로자가 연령차별행위에 대한 진정, 소송 등을 하였다는 이유로 해당 근로자에게 징계 등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고(4조의9), 김씨는 임금피크제도의 내용이 연령에 기초한 차별행위라고 주장했으며, 실제로 임금피크제도가 연령에 따라 임금을 차등하여 지급받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김씨가 임금피크제도에 대하여 진정이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을 징계사유로 삼는 것은 고령자고용법 규정의 취지에 반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씨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다고 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단순히 김씨가 원고에 대해 임금피크제도에 관한 진정 · 소송을 제기했다는 것만으로 원고의 신용과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김씨가 원고를 상대로 악의적으로 진정이나 소송 등을 제기했고, 이로써 원고의 신용과 명예가 손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익위에 진정하고 소송을 낸 것이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가 '블라인드' 앱에 실명으로 게시한 글의 내용 중 임금피크제도에 대해 '최악의 임금피크제'라고 표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부당성을 인정한 듯이 표현한 부분이 존재하기는 하나, 임금피크제도의 구체적 · 직접적인 내용을 언급한 부분은 없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입장이라고 밝힌 내용도 결과적으로는 노조의 동의를 얻은 이상 문제가 없다는 취지이며, 전체적으로 볼 때 글의 내용은 자신이 임금피크 제도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했음을 알리고, 노동조합 선거에서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김씨가 임금피크제도 등 인사제도 관련 정보를 SNS에 누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실명으로 SNS를 통하여 원고의 정보를 누설하고, 허위사실 유포 및 비방과 대직원 선동으로 물의를 야기했다는 징계사유 역시 정당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징계사유 중 김씨가 상급자에 대해 하대행위를 한 부분을 제외하고는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되지 않으며, 하대행위도 임금피크제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상급자에 대하여 '당신'의 호칭을 일회적으로 사용한 것으로서 비위의 도가 심하다고 보기 어렵고 우발적인 행위로 보인다"며 "김씨에 대한 면직은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고 사회통념상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재량권의 일탈 · 남용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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