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산후조리원 간호조무사가 신생아 30명에 결핵균 옮겨…산후조리원도 사용자 책임"
[손배] "산후조리원 간호조무사가 신생아 30명에 결핵균 옮겨…산후조리원도 사용자 책임"
  • 기사출고 2018.01.11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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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감염 위험 차단 주의의무 게을리"
결핵이 의심되는 상황에서 산후조리원에 계속 출근해 신생아 30명에게 결핵균을 옮긴 간호조무사가 산후조리원과 함께 억대의 위자료를 물게 됐다. 산후조리원 간호사가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산모와 아기를 입소시켰다가 다른 신생아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고가 나 피해자들에게 보험금이 지급된 데 이어 이번엔 결핵이 의심되는 간호조무사의 계속 근무로 신생아들이 잠복결핵 감염 판정을 받아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오선희 부장판사)는 2015년 8월 '잠복결핵 집단감염' 사태가 있었던 서울 은평구 녹번동에 있는 산후조리원을 이용한 신생아와 부모들 230명이 산후조리원과 대표 김 모씨, 간호조무사 이 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합579935)에서 "산후조리원과 이씨는 연대하여 위자료 약 2억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1월 10일 판결했다. 대표 김씨에 대한 청구는 현실적으로 구체적인 사업을 감독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씨의 사용자는 김씨가 아니라 회사라는 것이다.

이 산후조리원의 간호조무사였던 이씨는 2015년 6월 29일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으려고 서울 강북삼성병원을 찾아 결핵을 의심하는 의사로부터 비정형 결핵균의 확인을 위한 가래검사 처방을 받았으나 계속 산후조리원에서 일했다. 4일 후인 7월 2일 이 병원에 입원해 복강경하 충수 절제술을 받고 7월 6일 퇴원한 이씨는 7월 13일까지는 병가를 내 산후조리원에 출근하지 않았으나, 7월 14일부터 8월 9일까지 근무했다. 8월 10일부터 8월 13일까지 다시 휴가를 냈다가 8월 14일부터 근무하던 중 8월 19일 가래검사 결과 양성이라는 판정이 나오자 산후조리원 근무를 중단했다. 이씨는 8월 24일 폐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이해 5월 21일부터 8월 18일 사이에 이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던 신생아 30명이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역학조사 결과 잠복결핵 감염 판정을 받자 원고들이 소송을 냈다. 잠복결핵은 결핵균에 감염됐으나 결핵이 발병하지는 않은 상태로 결핵 증상이 없고, 다른 사람에게 결핵을 전염시키지 않으며, 치료로 결핵이 발병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신생아들은 잠복결핵 감염으로 또는 결핵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복용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는 이씨에 대해 결핵 확진 판정이 나자 산후조리원에 머물렀던 신생아들에게 결핵균이 전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아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재판부는 "산후조리 업무 종사자 스스로 결핵과 같은 전염성 있는 질병에 감염되어 있는 경우 그로 인하여 면역력이 취약한 신생아들에게 심각한 위해를 미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질병이 확인되기 전이라도 신생아들에 대한 전염의 차단 내지 피해 감소를 위해 가능한 최선의 조치를 취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전제하고, "이씨는 2015년 6월 29일 의사로부터 결핵이 의심되므로 가래검사를 해야 된다고 설명을 듣고 검사처방을 받음으로써 자신의 결핵 감염 가능성을 인식했다고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들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와 같이 공기 중 전염이 되는 결핵의 감염 가능성을 인식했으면 즉시 업무를 중단하고 가래검사 결과 결핵이 아니라는 확진이 나올 때까지 신생아들과의 접촉을 피함으로써 신생아들에 대한 감염의 위험을 차단 또는 최소화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인데, 이씨는 2015년 6월 29일 이후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를 돌보는 업무를 중단하지 않은 채 2015년 7월 2일 충수염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하기 전까지 업무를 계속했고, 퇴원 후 7월 14일부터 8월 9일까지와 8월 14일부터 8월 19일까지 기간에도 계속 근무를 했음을 알 수 있는 바, 이씨는 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 관리업무를 하는 사람으로서 2015년 6월 29일 이후 신생아들에 대한 감염의 위험을 차단 또는 최소화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는 이와 같은 과실로 2015년 6월 29일 이후 산후조리원에서 머문 원고 신생아들과 원고 신생아들의 부모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산후조리원에 대해서도, "산후조리원은 이씨를 사용해 산후조리원의 신생아 집단관리 업무에 종사하게 했음을 알 수 있다"며 "산후조리원은 민법 756조 1항에 따라 이씨의 사용자로서 원고 신생아들과 원고 신생아 부모들에게 그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잠복결핵 감염 양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 23명에 1명당 400만원, 부모 46명에 1명당 50만원의 배상을 인정했다. 또 2015년 6월 29일 이후 산후조리원에 입소했으나 음성 판정을 받은 신생아 52명에 대해서도 1명당 200만원, 부모 96명은 1명당 30만원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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