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주사바늘 잘못 꽂아 뇌손상…병원 책임 60%"
[의료] "주사바늘 잘못 꽂아 뇌손상…병원 책임 60%"
  • 기사출고 2017.12.30 18:3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패소 판결 "경막 천공시켜 뇌척수액에 약물 유입"
환자가 어깨 통증으로 신경차단술을 시술받다가 의사가 주사바늘을 잘못 꽂아 경막에 구멍이 생겨 뇌척수액에 약물이 흘러들어가면서 뇌손상을 입었다. 법원은 병원 측에 60%의 배상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12월 24일 뇌손상을 입은 경영 컨설팅회사 대표 A(62)씨가 손해를 배상하라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이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최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항소심(2014나38809)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60% 인정, "피고들은 연대하여 일시금 배상으로 1억 5000여만원을 지급하고, 정기금 배상으로 A씨가 살아 있는 동안 매달 20일에 113만여원을 A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교통사고 후 발생한 목과 오른쪽 어깨통증에 시달리다가 2010년 12월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을 찾은 A씨는 이 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인 최씨로부터 통증유발점에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신경차단술을 시술받았으나, 시술과정에서 주사바늘로 인해 척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경막에 구멍이 생겨 공기와 약물이 뇌척수액으로 흘러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후 뇌 속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과 경련발작, 뇌 자체의 기질적 변화에 의한 정신, 행동장애를 총칭하는 기질적 뇌증후군 등이 발생한 A씨가 소송을 냈다. 서울대병원 지능평가에 따르면, A씨는 전체 지능지수 66으로 경도의 정신지체 수준을 보이고 있다.

재판부는 "최씨는 신경차단술을 시행하던 중 주사기를 잘못 조작하여 경막을 천공하거나 손상시켜 경막 내로 공기와 약물이 유입되도록 한 과실이 있다"고 지적하고, "시술 당시의 최씨의 과실과 시술 직후 원고에게 발생한 기뇌증과 경련발작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시술 후부터 인지기능저하, 정신병과적 증상이 갑자기 발생하여 지속되고 있는데, 이러한 증상은 내인적 요인에 따른 자연적 발병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최씨의 시술상 과실로 인하여 원고에게 기질적 뇌증후군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따라서 피고 측에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

재판부는 그러나 "원고의 뇌척수액에 주입된 약물들로 인한 장기간의 인지기능 저하를 보고한 증례가 확인되지 아니하여 시술 이후 원고에게 기질적 뇌증후군이 나타나게 된 기전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고, 원고는 2006년 11월 기억력감퇴를 이유로 정신과진료를 받은 사실이 인정되는데, 이러한 원고의 기왕증도 현재 원고의 상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