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24년간 부검 업무 수행하고 상악동암으로 사망한 국과수 법의학실장…공무상 재해"
[행정] "24년간 부검 업무 수행하고 상악동암으로 사망한 국과수 법의학실장…공무상 재해"
  • 기사출고 2017.12.09 10: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고법]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노출"
24년간 부검 업무를 수행하다가 코 안쪽 부비동에 생기는 암의 일종인 상악동암에 걸려 사망한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학실장에게 공무상 재해가 인정됐다.

서울고법 행정4부(재판장 조경란 부장판사)는 11월 14일 국과수 법의학실장으로 근무하다가 암에 걸려 사망한 조 모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2016누65628)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공무상 재해라고 판시,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을 취소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1989년 4월 국과수 보건연구사로 임용된 후 2002년 12월부터 국과수 중부분원 법의학과 법의학실장으로 근무하던 조씨는 2013년 1월 상악동암 진단을 받은 후 병원에서 치료받던 중 2014년 4월 사망했다. 이에 조씨의 부인이 공무원연금공단에 유족보상금을 청구했으나 거부되자 소송을 냈다. 1심이 공무상 재해를 인정,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리자 공무원연금공단이 항소했다.

6개월간 732건 부검 실시

국과수 보건연구사와 법의학실장으로 재직하면서 부검 감정, 부유미생물 감정과 병리조직 등 업무를 24년 이상 수행한 조씨는 그중에서도 부검 업무를 가장 많이 하였는데, 2005년 1월부터 2010년 6월까지 반기 당 평균 약 234회의 부검을 하였고, 특히 2005년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 동안 무려 732건의 부검을 하였다. 부검 업무의 내용은 장기와 조직을 고정하여 현미경 등으로 이를 검사 · 판독하는 것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포름알데히드가 사용되었다. 평소 섬세하고 꼼꼼한 성격을 가진 조씨는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검실에서 다른 직원들보다 긴 시간에 걸쳐 부검을 수행하였고, 부검이 끝날 때까지 포름알데히드가 들어있는 용기의 뚜껑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방독면 등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부검을 하였다. 포름알데히드는 비강, 인두 등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국제암연구소는 포름알데히드가 비강암과 인두암에 대하여 2A 등급(사람에 대한 발암성이 충분히 있는 물질)에 해당하는 발암물질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이러한 조씨의 작업환경과 작업시간, 근무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조씨는 업무를 수행하면서 상당히 높은 수치의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되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조씨의 사망원인이 된 상악동암에 이르게 된 의학적 근거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상악동암의 발생과 연관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흡연력이 조씨에게 있다 하더라도, 조씨가 부검 업무 등으로 인하여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에 노출됨으로써 상악동암이 발병하여 사망에 이르렀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조씨의 사망과 공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므로, 이와 달리 본 유족보상금 부지급 결정은 위법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피고는 조씨의 흡연력과 치아질환 등이 재해 발생 원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조씨가 치과 치료를 받은 시기와 암 발병 시기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조씨는 상악동암의 영향으로 치과 치료를 받았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며 "피고가 제출한 자료에 의하여도 상악동암은 유해물질이 발생되는 작업환경과 관련성이 있고, 조씨는 초등학생 때 소아마비로 수술받은 것 외에는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었으며, 상악동암과 관련된 가족력도 없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2014두1901)을 인용, "공무원연금법이 정한 유족보상금 지급요건이 되는 공무상 질병 또는 부상으로 인한 사망이라 함은 공무수행과 관련하여 발생한 재해를 뜻하므로 공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 경우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데, 그 증명의 방법과 정도는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당해 공무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같은 작업장에서 근무한 다른 공무원의 동종 질병에의 이환 여부 등의 간접사실에 의하여 공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 증명되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