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중국산 전동킥보드에서 화재 발생…구매대행 블로그 운영자 책임 없어"
[손배] "중국산 전동킥보드에서 화재 발생…구매대행 블로그 운영자 책임 없어"
  • 기사출고 2017.11.08 19: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제조업자 아니야"
인터넷 구매대행 블로그에서 구입한 중국산 전동킥보드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구매대행 블로그 운영자에게 제조물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서울중앙지법 강성수 판사는 10월 24일 화재 피해를 입은 아파트 주민들에게 보험금 1억 3600여만원을 지급한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이 인터넷 구매대행 블로그 운영자 고 모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2017가단5026235)에서 "고씨를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로 볼 수 없다"고 판시, 메리츠화재의 청구를 기각했다.

2016년 9월 24일 오후 10시 30분쯤 성남시의 아파트 102동 303호 작은방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그 세대가 모두 타고 소방수와 화재 분진으로 같은동 3, 4, 5호 라인 17세대의 가재도구가 훼손되었으며 엘리베이터실과 계단실 등에 그을음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분석 결과 화재 원인은 전원과 연결되어 있던 전동키보드의 충전기가 전지의 분리막 절연성 약화로 인한 절연 파괴로 자체 발화하고 파열되었기 때문. 중국산 제품인 이 전동킥보드는 신 모씨가 고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구매대행 블로그를 통해 구입한 것이다.

이에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화재보험계약을 체결한 메리츠화재가 화재 피해자들에게 보험금 1억 2900여만원을 지급한 뒤 고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메리츠화재는 "화재는 고씨가 인터넷 구매대행 블로그를 통해 판매한 전동킥보드의 제조상 결함 때문에 발생하였고 피고는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로서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에 해당하므로 제조물책임법에 따라 화재로 인한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 즉 '제조물의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고씨는 2014년 12월 종목을 '구매대행'으로 사업자등록을 하였고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구매 의뢰 제품에 대한 판매자의 정보 수집, 전달이 부정확할 수 있고, 구매한 제품에 대한 반품, 제품의 하자, 배송 중 오염, 파손 등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라고 공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고씨가 낸 민원에 대해, 관세청에 문의한 결과를 참조하여 '구매대행'의 경우 관세법에 따른 수입자와 납세의무자는 해당 물품의 구매대행업자가 아니라 구매대행을 요청한 소비자라고 회신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블로그에 구매대행할 수 있는 전동킥보드의 가격과 배송이 가능한 날짜를 소개하고 발생한 제품 하자에 관하여 소비자와 중국 업체 사이를 매개하여 수리비 등을 그 업체에 전달하기 위하여 국내 소비자로부터 (수리비 등을) 받기도 한 사실을 알 수 있으나, 위의 사실에 비추어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실제로는 '수입을 업으로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피고는 단순히 외국 제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국내 소비자를 위한 구매대행만을 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피고가 국내 소비자에게 외국 제품을 소개하고 그 하자 수리를 위하여 소비자를 대신하여 외국 업체와 연락하였더라도 이는 구매대행을 하면서 소비자의 편의를 늘리기 위한 것으로 보일 뿐, 외국 제품을 직접 반입하여 국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수입업자와 차이가 있음은 분명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피고가 제조물책임법이 정한 제조업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근거한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