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회계사 조언 따라 연금보험 해지했다가 세금 3억 추가 납부…회계사 책임 50%"
[손배] "회계사 조언 따라 연금보험 해지했다가 세금 3억 추가 납부…회계사 책임 50%"
  • 기사출고 2017.10.18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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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용역계약 체결 전이라도 신중 상담해야"
상속세를 아낄 수 있다는 회계사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가 든 연금보험을 해지했다가 오히려 3억 1800여만원의 세금을 추가로 납부하는 손해를 입었다. 법원은 회계사에게 5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 부장판사)는 9월 29일 강 모(여)씨가 "잘못된 조언을 하여 손해를 입혔다"며 D회계법인과 이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김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2016가합534403)에서 김씨의 책임을 50% 인정, "김씨는 1억 5900여만원을 D회계법인과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D회계법인에 대해서는, 변론기일에 나오지 않아 민사소송법상 원고의 주장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보아 추가 납부세액 3억 1800여만원 외에 보험계약을 유지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일실이익 등 김씨가 청구한 7억 7700여만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정에 나와 다퉜으면 김씨에 대한 사용자책임으로 김씨와 마찬가지로 1억 5900여만원만 배상하면 되나 법정에 나오지 않아 6억 1800여만원을 더 물게 된 것이다.

2015년 7월 어머니를 여읜 강씨와 강씨의 언니는 같은해 8월 5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T법무법인 사무실에서 상속세 신고와 절감방안 등에 관하여 D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인 김씨와 상담했다. 김씨는 보험과 관련하여 '보험금은 현금화하는 것이 상속세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취지로 조언했고, 강씨 등은 8월 10일 김씨의 조언에 따라 어머니가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에 든 연금보험 21개를 해지하고 두 보험사로부터 15억 3200여만원의 해지환급금을 받았다. 강씨 등은 다음날인 8월 11일 T법무법인 사무실에서 D회계법인과 착수금은 2500만원, 잔금은 추후 협의해 정하기로 하고 상속세 신고와 절감방안 마련에 관한 용역계약서를 작성했으며, 그날 D회계법인에 착수금 중 일부로 1000만원을 지급했다.

보험계약 해지환급금 15억 3200여만원과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예금 900여만원을 합한 15억 4100여만원의 금융소득을 얻게 된 강씨 등은 원천징수된 소득세를 포함, 종합소득세와 지방소득세 등 6억 6800여만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10년 이상 연금보험을 유지하면 비과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강씨는 김씨와 D회계법인을 상대로 7억 7700여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먼저 김씨에 대한 청구에 대해, 용역계약 체결 전인 2015. 8. 5.에도 이미 용역계약의 대금에 관하여 상호 간에 의견 교환이 있었고, 그 후에도 계약 체결 전에 통화 3회, 문자 메시지 3회 등 상속세 관련 논의를 한 사실을 인정하고, "비록 김씨가 원고 등과 상속세 절감과 신고 업무에 관하여 용역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상태에서 구두 상담을 하는 것이라도 신중하게 상담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하고, 김씨가 그와 같은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관련 법령을 찾아보거나 정확한 근거자료를 확인하지 아니한 채 만연히 상속세 절감을 위해서는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좋다는 취지로 잘못된 조언을 함으로써 이를 신뢰한 원고 등으로 하여금 보험계약을 해지하도록 하였으므로, 김씨는 이와 같은 불법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책임의 범위와 관련, "원고 등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비과세시점까지 유지하였더라면, 원고 등에 대한 종합소득세 과세대상인 금융소득은 상속예금에서 발생한 금융소득 900여만원이 전부가 되고, 이는 2000만원 이하의 금융소득에 해당되어 종합소득세가 부과되지 않으므로, 상속예금에 원천징수되는 소득세액과 지방소득세액까지 포함하여 3200여만원의 세액만을 부담하였을 것"이라며 강씨 등이 납부한 세금 6억 6800여만원에서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았다면 납부했을 세금 3200여만원을 뺀 6억 3600여만원을 강씨 등이 입은 손해로 보았다. 따라서 강씨의 손해는 상속분에 따라 그 1/2인 3억 1800여만원이라는 것.



재판부는 다만 ▲강씨 등이 김씨에게 정확한 상속세 산정을 위한 보험계약서, 약관과 같은 자료를 제공하면서 상담한 것이 아니어서 김씨의 답변이 정확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만연히 김씨의 답변을 신뢰하여 보험계약을 해지한 강씨 등의 과실도 손해의 발생에 기여하였다고 보이는 점 ▲강씨 등은 보험계약을 해지할 당시 보험담당자들로부터 중도해지에 따른 손해를 고지받았으며, 보험을 해지하지 않고 계약자만을 변경한 후 대출이나 중도인출 등을 이용하는 방법에 대하여 설명을 들었음에도 김씨의 답변만을 신뢰한 채 보험계약을 해지한 점 ▲구두 상담만으로는 상속세 절감을 위한 방법을 결정하기 어려운 상속세 산정 업무의 특성 등을 감안, 김씨의 책임을 50%로 제한하고, "김씨는 D법무법인과 연대하여 원고에게 1억 5900여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법무법인 이제가 강씨를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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