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영장 사본만 팩스로 보내 압수한 이메일, 증거로 쓸 수 없어"
[형사] "영장 사본만 팩스로 보내 압수한 이메일, 증거로 쓸 수 없어"
  • 기사출고 2017.09.1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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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위법수집증거에 해당"
원본을 제시하지 않은 채 압수수색영장 사본만 팩스로 보내 압수한 이메일은 위법수집증거여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형사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안재구(84) 전 경북대 교수에 대한 상고심(2015도10648)에서 이같이 판시, 일부 찬양 · 고무 혐의를 무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안 전 교수는 2006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등의 동향과 주요 인물의 신상자료 등을 모아 대북 보고서를 작성하고, 2008∼2009년 친북 인사들과 함께 통일대중당 설립에 참여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에서 안 전 교수가 전 말지 기자 정 모씨에게 2008∼2009년 북한의 주의 · 주장에 동조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혐의와 관련, 수사기관이 네이버에서 압수한 안 전 교수의 이메일을 적법한 증거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수사기관은 안 전 교수의 이메일을 확보하기 위해 2010년 1월 다음에 압수수색영장 사본을 팩스로 보낸 다음 직원을 보내 영장 원본을 제시하고 이메일이 저장된 CD나 USB 등을 건네받았으나, 네이버에 대해서는 영장 사본 팩스만 보냈을 뿐, 영장 원본과 압수조서 · 목록을 제시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의 압수 · 수색은 법관이 발부한 압수수색영장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 영장에는 피의자의 성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 신체 · 물건과 압수수색의 사유 등이 특정되어야 하며, 영장은 처분을 받는 자에게 반드시 제시되어야 하고, 압수물을 압수한 경우에는 목록을 작성하여 소유자, 소지자 등에게 교부하여야 한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형사소송법과 형사소송규칙의 절차 조항은 헌법에서 선언하고 있는 적법절차와 영장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것으로서 그 규범력은 확고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형사소송법 등에서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는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인용, "수사기관이 2010년 1월 네이버에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여 피고인이 정씨에게 발송한 이메일을 압수한 후 이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수사기관은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당시 네이버에 팩스로 영장 사본을 송신한 사실은 있으나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았고 또한 압수조서와 압수물 목록을 작성하여 이를 피압수 · 수색 당사자에게 교부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고 지적하고, "이와 같은 방법으로 압수된 이메일은 헌법과 형사소송법 219조, 118조, 129조가 정한 절차를 위반하여 수집한 위법수집증거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고, 이러한 절차 위반은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적법절차 원칙의 실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하고 위법수집증거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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