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타임즈 파워인터뷰]"법조개혁 방향은 인권, 인권이 곧 국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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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출고 2017.09.12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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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발한 인권행보 돋보이는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장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변호사단체는 1907년 9월 한성변호사회 이름으로 창립 인가를 받은 서울지방변호사회다. 변호사회의 연합체인 대한변협이 출범한 것은 훨씬 뒤다. 7월 현재 서울변호사회 회원은 약 1만 7000명. 교수나 공직 진출 등으로 휴업 중인 변호사를 제외한 개업회원만 쳐도 약 1만 4000명으로 전국 변호사의 73%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역사도 길고, 규모도 가장 큰 서울변호사회가 이찬희 회장 취임 이후 변호사단체로서 의미 있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모두 8453명이 투표한 지난 1월 선거에서 53%가 넘는 높은 지지로 당선된 이 회장이 회무(會務)에 임하는 기본방향은 소통과 화합. 그는 또 보여주기식의 전시회무를 지양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외유내강의 리더십을 내세우고 있다. 내실 있는 운영이 돋보이는 이 회장을 만나 법조개혁의 시기에 서울변호사회가 추구하는 재야법조의 발전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ABA 연차총회 참석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23일,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찬희 회장은 미국 출장 얘기부터 꺼냈다. 이 회장은 뉴욕에서 진행된 미 변호사협회(ABA) 2017 연차총회 참석차 8월 10일 출국, 뉴욕과 워싱턴을 거쳐 17일 귀국했다. 미국 출장 중인 이 회장과의 메신저 교신을 통해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ABA 총회 참석도 중요한 일정이었지만, 이번 방문에서 저희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우리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진출이었어요. 특히 미국, 유럽과는 FTA가 체결되어 미국과 유럽의 변호사들이 외국법자문사(FLC)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우리는 그 다리를 통해 한국의 변호사들이 미국과 유럽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확보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FTA는 상호주의가 기본정신이잖아요."

이 회장이 시간대별로 계획을 짜 움직였다는 미국 출장 때의 일정을 다시 한 번 복기해가며 이야기했다.

심슨 대처, 코브레앤김 방문

그는 뉴욕주와 워싱턴DC 변호사회를 방문해 두 변호사회 회장과 서울변호사회, 한국변호사들과의 교류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뉴욕에서 가장 규모가 큰 로펌이라는 심슨 대처(Simpson Thacher & Bartlett)와 한국계 변호사가 창립 파트너 중 한 명인 코브레앤김(Kobre & Kim)의 뉴욕 본사도 방문했다. 또 뉴욕과 워싱턴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2세, 3세 변호사들도 여러 명 만나 미국 법률시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핵심 화두는 한국 젊은 변호사의 미국 로펌 진출. 이 회장은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통해 미국변호사가 되어 미국 로펌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변호사는 많지만, 사법연수원이나 로스쿨을 마치고 미국 로펌에서 활동하는 한국변호사는 거의 없는 것 같다"며 "미국 로펌 관계자들에게 한국에 기반이 있고, 한국법에 정통한 한국변호사를 채용해 쓰면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인 한국의 기업들을 상대로 자문하는 데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역설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요즈음 우리 변호사들의 어학실력이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어학에서 자유로운, 영어를 아주 능숙하게 하는 변호사들이 많고 그 중에는 외국에서 영어로 소송을 수행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변호사들도 꽤 있어요. 그리고 한국변호사들이 우수하다는 것은 세계가 다 인정하지 않나요. 국내 법률시장이 포화상태라고 하는데 젊은 변호사들이 정말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조태열 유엔대사도 만나

이 회장은 미국에서 조태열 주유엔대사와 김동기 워싱턴 총영사를 만난 얘기도 전했다.

이 회장이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구상하는 또 하나의 방안은 유엔과 국제해사기구(IMO) 등 국제기구 진출과 대사관 등 재외공관에서의 활동이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 회장은 "국제기구에 많은 사람이 진출하고 있는데 변호사자격을 요구하는 자리가 많다"고 소개하고, "변호사들이 로펌뿐만 아니라 국제기구로도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외공관에 한국법에 익숙한 한국변호사가 상주해 근무하면 재외국민의 보호에 훨씬 더 좋고,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이나 정부의 계약 체결 등에 있어서도 유리한 점이 많을 것"이라며 "물론 일부 대사관에 판, 검사 출신들이 나가 있지만 이들이 하는 일과 변호사가 하는 일은 또 다르다"고 덧붙였다.

국제기구, 재외공관에도 변호사 나가야

요컨대 7박 8일의 길지 않은 일정에 젊은 변호사들의 다양한 해외진출 방안을 타진하고 돌아온 셈인데, 이 회장은 미국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주유엔대표부의 조태열 대사도 한국변호사의 국제기구 진출을 매우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구체적인 방법론도 알려주었다는 후문. 서울변호사회 국제위원회 미주소위원회 위원들이 동행한 이번 미국 방문에서 이 회장 일행은 조지타운, 조지워싱턴대 로스쿨을 방문, 로스쿨 운영현황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한국변호사들이 LLM(법학석사) 또는 방문학자(visiting scholar) 과정 등에 유학할 경우 등록금 감액 등 협력방안을 논의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올 봄 서울변호사회와 교류 관계를 맺고 있는 하와이주 변호사회 방문에 이어 두 번째로 미국을 다녀온 이 회장은 국제기구가 많은 영국과 유럽도 방문해 한국변호사의 유럽 진출 전략도 마련하겠다고 의욕을 나타냈다.

물론 중국과 동남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 로펌의 해외진출 다변화도 이 회장이 추진하는 국제화 전략에 포함되어 있다. 이 회장은 로펌의 해외진출에 관련된 세제상의 불합리한 점이나 변호사법상 문제점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더 이상 포화상태의 국내 시장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의 출혈경쟁을 지양하고, 국내 중견 로펌들이 해외시장에서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한국시장은 규모가 크지 않아서 대형 로펌들이 자꾸 위축되어 국내적으로만 관심을 두게 되면 그 여파가 중형 로펌, 중소 법률사무소 등으로 연쇄적으로 미쳐서 개인변호사 사무실까지 입지가 좁아지게 되는 구조에요. 이 점에서도 국내 중견 로펌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변협 재무이사 · 사무총장 등 역임

일찌감치 서울변호사회 재무이사와 대한변협 재무이사 ·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변호사단체의 회무를 경험한 이 회장은 선거 당시 일선 변호사들의 현실을 꿰뚫어보는 마음에 와 닿는 공약으로 '준비된 회장'이란 평가를 들었다.

젊은 변호사들의 해외진출 추진 등 국제화 노력에 이어 이번에는 개혁의 화두가 확산되고 있는 국내에서의 활동에 대해 물어보았다. 이찬희 회장은 서울변호사회와 관할이 겹치는 서울시, 서울경찰청, 서울중앙지검, 서울중앙법무사회와 협의를 갖고 변론권 강화, 피의자 등의 인권보호로 이어질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잇따라 도출해내고 있어 회원들로부터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구속영장 발부여부를 변호인에게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통보해 주는 제도가 일선 변호사들에게 인기다.

"나도 여러 좋은 얘기를 듣고 있다. 너무 필요한 제도라고 하고, 형사사건 변호에 정말 도움이 된다고 하는 변호사들이 많다. 특히 이 제도는 피의자의 인권 측면에서 접근해야 된다. 영장 발부 여부를 변호인이 빨리 알게 되면 그만큼 변론권, 방어권 행사가 빨라지게 된다. 구속 피의자의 경우 당장 내일이라도 구치소에 접견 신청을 넣어 방어전략을 준비할 수 있다. 또 피의자가 석방되었다고 하면 빨리 귀가해 가족과 만나게 해주어야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영장 발부여부를 알 수 없어 가족들도 안 나와 있고, 심야 시간에 피의자 혼자 집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인권에 관한 문제다."

윤석열 검사장 결단으로 시행

-서울중앙지검장과의 협의를 통해 성사된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수사절차에서의 변호인 접견 등 변론권과 관련해 의견이 있으면 개진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래서 6월 7일 만나 요청했는데, 며칠 지나 이거 진행하겠다, 그래서 문자서비스 시행이 빛을 보게 되었다. 변호인 선임계에 휴대폰 번호를 적어내면 통보해 주는 방식인데, 무엇보다도 윤 검사장의 오픈 마인드, 개혁적 마인드와 빠른 결단에 모든 공을 돌리고 싶다.

아쉬운 것은 검찰의 직구속영장에 대해서만 문자 통보가 서비스된다는 점이다. 오히려 사건이 더 많은,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까지 확대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법원에서 해주면 경찰이나 검찰이 안 해도 모든게 원천적으로 해결되는 셈인데, 서울중앙지방법원에도 같은 요청을 했으나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향적인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

검찰 직구속영장만 대상

-경찰을 상대로 한 인권교육 등 수사절차에서의 변론권 보장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진전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이 6월 14일 수사경찰 600여명을 상대로


"시간 순서로 따지면 구속영장 발부여부 문자서비스보다 경찰과의 협조가 먼저 시작되었다. 사실 변호사들이 형사사건을 하면서 제일 많이 접하는 기관이 경찰이다. 실질적인 수사를 경찰에서 많이 진행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경찰 수사 때 입회가 훨씬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검찰보다도 경찰을 더 많이 상대하게 된다. 이처럼 굉장히 밀접한 관계에 있는 곳이 경찰인데, 그동안 별다른 교류도 없고, 의견소통 창구도 없었다. 지난 4월 이철성 경찰청장을 예방한 데 이어 김정훈 서울경찰청장께 연락드려 6월 2일 찾아뵈었다. 여기서 변론권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래야 피의자의 인권이 보장된다, 변론권 보장이 인권보장의 가늠자가 될 수 있는데 변론권 보장과 관련해 변호사들 사이에 불만이 많다고 말씀드렸다. 김정훈 청장이 흔쾌히 동의하고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해서 내가 먼저 팀장급 수사경찰 600여명을 상대로 경찰의 준법수사와 인권의식 함양을 위한 법교육을 진행했다."

31개 경찰서별로 인권교육

서울변호사회에 따르면, 6월 14일 서울경찰청에서 진행된 이찬희 회장의 "변호사가 바라본 수사경찰 인권의식의 현주소"라는 주제의 인권강연에 이어 9월 말부터 서울시내 31개 경찰서별로 변호사들이 일선 경찰관을 상대로 인권교육을 실시하게 된다. 이미 강사진 편성도 마쳤다.

특히 서울변호사회 변호사들의 인권강의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강조되고 있는 인권경찰의 구현에 부합하는 매우 필요한 내용이어 한층 주목을 받고 있다.

이찬희 회장은 이와 관련,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논의 등을 염두에 두고 추진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서울변호사회에선 이미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인 지난 4월 전체 회원 변호사들에게 이메일을 돌려 검찰과 경찰 수사과정에서의 인권침해, 변론권 침해사례를 모아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검찰과 경찰에 이런 의견이 있으니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물론 이 회장은 서울경찰청 강연 때 서울변호사회가 수집한 변론권 침해사례를 많이 소개했다. 변호사들의 일선 경찰서 강연에도 이들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인권보장 TF 구성

이 회장은 "경찰들이 이렇게 하면 인권침해라는 것을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고, '관행적으로 이렇게 해왔으니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많다"며 "그래서 교육이 필요한 것이고, 경찰에서도 이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고 강연 소감을 전했다. 서울변호사회에선 인권보장을 위한 개혁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메일을 통해 수집된 회원들의 의견을 구현하고 개선하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5월엔 서울시와 함께 철거현장의 인권지킴이단을 발족하는 등 이찬희 회장의 인권행보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은 강제철거 집행과정에서의 폭력 등 물리력에 의한 인권침해로부터 거주민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로, 서울시 공무원과 변호사가 함께 팀을 이뤄 직접 철거현장에서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

인권지킴이단 변호사 충원 계획

이 회장은 "철거 현장에서의 대치과정에서 계속 설득하고 또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항의하는 식으로 감시활동이 이루어지는데 대치가 길어질 경우 하루 종일 현장을 지키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하고, "현재 20명인 인권지킴이단 변호사가 부족해 10명을 더 충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발족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변호사회 변호사들의 활동은 변론권 강화 등 피의자 인권보호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이 회장은 "일반 시민의 생활 속의 작은 인권들이 너무 많다"며 "이런 영역으로도 변호사들이 적극 진출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변호사법 1조에 보면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 이렇게 되어 있어요. 인권옹호라는 게 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철거현장이라든지, 성 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일반 노동자, 여성, 유아, 양심적 병역거부자 등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이런 부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변호사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관심을 갖고 진출하면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변호사는 국민의 다정한 이웃'

서울지방변호사회 홈페이지(www.seoulbar.or.kr)의 맨 앞에 나오는 회장 인사말에서 이 회장은 '변호사는 국민의 다정한 이웃'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활발한 인권행보는 이러한 소신에서 비롯되고 있는 것이다.

1만 7000명의 변호사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서울변호사회는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서울변호사회도 홈페이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서울변호사회', '회원을 위한 서울변호사회'로 영역을 나눠 주요 활동을 소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찬희 회장은 특히 전국의 14개 지방변호사회의 연합회인 대한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위상을 구별해 "변협은 변호사 전체의 권리, 재야법조계의 정책적인 이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활동해야 하고 서울변호사회는 회원들의 복지, 교육 이런 것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실제로 서울변호사회는 사회적인 현안 등에 대한 성명서나 의견 발표 등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내지 않고 있다.

"사회적 이슈나 시국에 관한 내용은 대한변협에서 이미 많은 양의 성명서를 내고 있어요. 이런 와중에 서울변호사회가 변협과 다른 내용의 성명서를 내면 이것은 변호사단체의 통일된 목소리가 아니라 마치 내분이 있는 것처럼 비쳐지고, 회원들도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유해하죠. 반대로 변협과 똑같은 내용의 설명서를 내는 것은 무의미해요. 물론 변협이 성명서를 발표하기까지 변협에 충분히 의견을 개진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어 "변협 역시 지방회가 할 수 있는 일을 일종의 생색내기 차원에서 하려고 한다면 옳지 않다"며 "변협과 서울변호사회의 역할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회장 취임 후 많은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회원들의 권익을 위한 대표적인 사업 두, 세 개만 소개해달라.

3월부터 구치소 셔틀버스 운행

"회장이 되어 회원들을 위해 한 일 중 하나가 서울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의 셔틀버스 운행이다. 요즈음 변호사들이 구치소로 피고인을 접견하러 갈 때 다 자가용으로 다니는 게 아니다. 지하철을 많이 이용하는데, 인근 지하철역에서 내려 외정문까지 마을버스나 택시를 타고 가서 걸어서 올라가야 하는데, 변호사들이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 3월부터 21인승 버스 두 대를 서울구치소와 남부구치소에 한 대씩 투입해 운행하고 있는데, 변호사들이 무척 좋아한다. 편하기도 하지만 '내가 서울지방변호사회의 마크가 달린 차를 타고 접견을 간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어 좋다는 것이다. 구치소 측에선 처음에 반대했는데, 변호사들이 다 차를 가지고 오면 주차장이 포화상태가 될 것이라고 설득해 관철시켰다. 셔틀버스가 정문을 통과해 접견실 근처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다."

또 하나 서울변호사회가 추진하는 주목되는 사업은 변호사대학원대학교의 설립. 현재 증권, 특허, 회사법 등 분야를 나눠 운영하고 있는 10개의 연수원을 확대 개편해 석, 박사학위를 수여하는 대학원대학교를 만들자는 내용으로, 성사되면 로스쿨 출신 변호사에게는 실무교육 강화라는 일종의 포스트 로스쿨 기능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에게는 석, 박사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찬희 회장의 선거공약 중 하나다.

멘토링 대상 확대

이 외에도 이 회장은 현재 운영 중인 신입변호사, 사내변호사, 여성변호사 멘토링을 공익변호사, 공기관 근무 변호사에 대한 멘토링까지 확대하는 방안과 변호사 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문구류 등을 제공하는 생활협동조합 설립 등 회원들에게 실질적인 이익이 돌아가는 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회원 변호사들로부터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변호사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제공하는 특별교육도 인기가 높다.

6월 1일부터 29일까지 서초동 교육문화관에서 진행된 전대규 수원지법 부장판사의 채무자회생법에 관한 강의는 신청을 받기 시작한 지 5분만에 200명 정원이 마감될 정도로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됐다.

'채무자회생법' 3000부 추가 배포

이어 서울변호사회가 강의내용을 묶어 무료배포한 채무자회생법 책자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서울변호사회는 기존의 2000부에 3000부를 더 찍어 모두 5000부를 배포 중에 있다. 지난달 19일 서울변호사회가 400쪽 분량으로 제작한 이 책자를 받기 위해 서초동 변호사회관 근처에 변호사와 법무법인 직원 등이 기다랗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 회장은 "파산과 회생 분야가 변호사들의 새로운 시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며 "또 하나 잠재적인 수요가 대단한 것으로 기대되는 성년후견 분야도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스로 '지금은 개혁의 시대'라고 규정하는 이 회장은 앞으로 남은 인기를 어떻게 이끌어갈까.

그는 무엇보다도 집행부가 아닌 위원회 중심의 서울변호사회 운영을 강조했다. 국제위원회, 법제위원회, 조사위원회 등 약 25개가 운영 중인 서울변호사회의 위원회는 회원들이 적성에 따라 가입해 활동하는 전문위원회로, 위원회 중심으로 변호사회를 운영하겠다는 것은 곧 회원 중심의 운영을 의미한다.

이 회장은 이번 미국 출장 때도 국제위원회 미주소위 위원들과 함께 방미단을 구성했다.

회의비 예산 집행 늘어

그는 "지금까지는 회장이 임기 시작과 함께 위원들을 뽑아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회장의 임기와 겹치지 않게 격년제로 위원들을 선임해 회장 임기 종료 후에도 활동하게 함으로써 집행부와 일종의 견제와 균형을 도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찬희 회장 취임 이후 회의비 지급 등 위원회 관련 예산의 집행이 늘어난 데서도 위원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 강화도 이 회장이 의지를 갖고 중시하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그는 "법원, 검찰에서 문제가 있는 변호사를 알려오면 사실 여부를 가려 징계하겠다는 것"이라며 "변호사회가 변호사들을 최대한 보호하는 역할을 하겠지만, 만약에 변호사법이나 실정법을 위반하는 변호사가 있다면 봐주기식 징계는 하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엄격한 징계를 통해 변호사 사회의 자정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봐주기식 징계 안 한다"

-검찰개혁, 경찰개혁, 국정원개혁, 법원개혁 등 법조 유관 분야의 개혁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은 없나.

"매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라고 생각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만 해도 수사의 주체가 누구냐에 관계없이 인권을 보장하는 쪽으로 수사가 진행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인권이 곧 국민이다."

이찬희 회장은 사시존치 논란이 극에 달했던 시기에 로스쿨을 옹호하는 주장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이원우 서울대법학전문대학원장의 추천으로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 시종일관 소신 있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 사법시험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 마당에 그는 로스쿨의 발전을 위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을까.

"로스쿨 제도의 도입 취지는 원래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관심을 가진 변호사들을 배출하겠다라는 거였는데 지금은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에만 매달리는 그런 식으로 교과목이 잘못 운영되고 있어요. 교육방법도 실무위주의 교육이 되어야 되는데 변호사시험에 합격시키기 위한 교육으로 변질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교과목과 교육방법의 개혁을 주문했다. "우수한 인재들을 모아다가 예전의 사법시험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인재들을 더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퇴화시키고 있다"고 질타했다.

한 가지 더 그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로스쿨 교수들의 코페르니쿠스적 사고의 전환. 이 회장은 "로스쿨 교수들 중에 법과대학에서 법학교육을 하던 법대식 사고를 가지고 계신 분들이 여전히 많다"고 지적했다.

"로스쿨 개혁 논의 시작할 때"

그러나 이러한 개혁을 '로스쿨 당신들이 알아서 하라'고 로스쿨에만 맡겨선 곤란하다는 게 이 회장의 의견이다. 그는 "대법원과 국회, 법무부, 교육부, 변호사단체 등 관련 기관이 함께 로스쿨과 머리를 맞대고 솔직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개원 9년째를 맞이한 로스쿨에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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