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래 평전/안경환/도서출판 강
조영래 평전/안경환/도서출판 강
  • 기사출고 2006.01.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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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열정으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인권변호사 조영래 평전
1990년 마흔셋의 한창 나이에 세상을 뜬 조영래 변호사.

◇조영래 평전
그의 이름 앞에 늘 따라붙는 에피셋이 있다.

인권변호사.

하나가 더 있다.

'전태일 평전'의 숨은 저자.

조영래를 우리 시대의 공동 기억으로 만드는 이 두 가지 형용어구 속에 그의 짧은 삶이 압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만큼 조영래의 생애는 4.19로 시작된 60년대부터 겨울공화국의 70년대를 거쳐 광주민주화항쟁으로 타오른 80년대까지, 그리고 현실사회주의의 몰락을 알린 90년대 초입까지 질곡과 격랑의 한국 현대사를 한복판에서 가로지르며 내달린 열정의 그것이었다.

조영래는 시대와 함께 살았고 그 시대 속에 자신의 꿈을 깊이 새겨 넣었다.

조영래의 대학 1년 후배인 서울법대 안경환 교수가 5년여의 준비 끝에 펴내는 '조영래 평전―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열정'은 조영래 사후에 나오는 최초의 평전이다.

1주기를 맞아 유고집 '진실을 영원히 감옥에 가두어둘 수는 없습니다―조영래 변호사가 남긴 글 모음'(1991, 창비)이 간행되었고, 2주기에는 '조영래 변호사 변론 선집'(1992, 까치)이 출간되었는 바, 1990년 12월 12일 조영래가 세상을 뜬 직후 만들어진 '추모 모임'(대표:홍성우 변호사)이 일의 중심이었다.

이후로도 매년 추모 모임 주도로 조영래의 역사성과 현재성을 되새기는 진지한 토론의 자리가 마련되었고, 10주기인 2000년에는 '서울대 법대 공익 · 인권법 센터'와 함께 국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2004년 4월 19일에는 모교인 서울대 법대에 조영래 기념홀이 만들어져서 시대를 건너 젊은 후학들이 조영래라는 시대정신을 새겨볼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조영래가 이 땅을 떠난 지 15년, 평전을 집필한 안경환 교수는 같은 대학을 비슷한 시기에 다녔지만, 어느 면 조영래와는 다른 길을 걸어온 사람이다.

안교수는 법학자로 자신의 길을 잡았고 사회적 실천도 아카데미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점이 안경환 교수에게는 조영래 평전의 집필에 용기를 준 '적절한 거리감'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평전 집필의 소회를 밝히는 저자의 '머리말'은 그 거리감의 실체가 그리 단순하지 않았음을 무겁게 전해준다.

"그와 절친했던 분들의 평가대로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법학자로서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훈련을 쌓아왔다는 점에 용기를 얻어 감히 평전의 저술에 나선 것이 거의 5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이 작업은 당초부터 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과중한 일이었다. 글을 쓰면서 나는 항상 가슴이 답답했다. 조영래와 비슷한 시기에 살았지만 어떤 의미에서든지 그처럼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열등감이 집필의 진도를 늦추었고, 그저 덮어두고 싶었던 아픈 기억을 애써 되살려야 하는 부담도 져야만 했다. 어쨌든 불완전하기 짝이 없는 저술이나마 한동안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을 드러내어 참고와 비판의 자료로 제공하고자 한다." (출판사 서평-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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