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호 파워인터뷰]'사법정보화 기수' 강민구 관장의 'IT론'
[7월호 파워인터뷰]'사법정보화 기수' 강민구 관장의 'IT론'
  • 기사출고 2017.07.10 07: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 기술 활용하고 생각근육 키우자""법률실무 증진 앱 많아"

지난 6월 7일 오전 서초동의 서울고법 1층 대회의실. 열변을 토하는 강민구 법원도서관장의 2시간 강연에 200여 변호사, 법무사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법조 IT계의 최고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강 원장은 이날 전 세계를 넘나들며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IT 기술의 현장을 조명했고, 강연이 끝난 후 '강민구교'의 열렬한 신자가 되었다고 고백하는 변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현직 판사로서, 이미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깊숙이 자리잡은 IT 기술의 적극적인 활용과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바람직한 자세를 함께 모색하는 강민구 관장의 행보가 법조 안팎에 일대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지난 1월 부산지방법원장 퇴임을 앞두고 행한 비슷한 내용의 고별강연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이미 조회수 100만 건을 돌파했다. 그의 사무실엔 또 직접 육성강연을 듣고 싶다는 강연 초청이 전국 각지에서 쇄도하고 있고, 미디어의 인터뷰도 이어지고 있다. 리걸타임즈가 이번에 그를 인터뷰했다. 'IT와 법'이란 주제로 법조가 헤쳐가야 할 IT 시대의 발전방향, 미래 모습을 조명해보았다.

◇강민구 관장이 구글 드라이브와 아래한글을 연동시켜 직접 마이크로 글을 적어 문서를 편집하는 요령을 시연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강민구 관장이 구글 드라이브와 아래한글을 연동시켜 직접 마이크로 글을 적어 문서를 편집하는 요령을 시연하며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혁신의 길목에 선 우리의 자세"란 제목의 강연 동영상이 인기다. 조회가 얼마나 되나.

4개월만에 100만 돌파

"6월 19일 현재 109만 6000여 건, 동영상을 유튜브에 올린지 4개월 만에 조회 100만을 돌파했다. 더구나 정치선전물이나 야한 동영상이 아닌 학구적인 내용의 동영상이 100만 건을 돌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그만큼 IT 세계, IT의 발전에 대한 유저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강원도의 한 군청에선 강당에서 동영상을 빔으로 쏘아가며 군청 직원 몇 백 명이 함께 시청했다고 하고, 모 언론사에선 기자들을 포함해 전 직원이 함께 시청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직접 와서 강연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받고 있는데, 공직자 신분상 국가기관, 공공기관과 지방자치단체, 학교, 군부대 등 외엔 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곳엔 미안하다는 메일과 함께 동영상 자료를 보내주고 있다."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강연 내용이 화제다. IT 기술을 법률실무에 활용하는 방법도 많을 것 같다.

"이미 사용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에버노트(Evernote)'나 '원노트(One Note)'와 '토크프리(Talk FREE)' 앱을 잘 활용하면 법률실무에 굉장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에버노트에 음성입력 모듈을 작동시키면 말로 글을 쓸 수 있고, 토크프리 앱에 글을 붙여넣기 해서 시작 버튼을 누르면 반대로 글을 말로 들을 수 있다.

구글 드라이브도 음성인식 제공

2015년 9월부터는 구글의 크롬 웹브라우저를 통해 제공되는 구글 드라이브에도 음성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마이크를 꽂고 말로 읊으면, 아무리 빨리 말해도 다 인식해서 곧바로 글자로 변환된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입력할 필요도 없다. 석, 박사 논문, 소장, 준비서면, 답변서, 변론요지서 이와 같은 것을 모두 PC 버전에서 말로 적을 수 있다.

랩톱(노트북)엔 마이크가 필요 없고, 일반 PC에는 마이크를 꽂아야 하는데, 시중에서 2~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 단일지향성 마이크를 활용하면 매우 효과적이다.

수많은 강연을 다니면서 이 얘기를 하는데, 의외로 이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거의 없더라.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다. 또는 뉴스에서 음성인식이 가능하다는 뉴스를 접하긴 했는데, '설마 되겠나'라고 의심하며 더 이상 시도해보지 않는 것이다. 내가 반드시 타파해야 할, 두 마리 개로 표현하는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다."

딕타폰에서 텍스트 노트로 발전

-예전에도 딕타폰(dicta phone)이라고 해서 소형 녹음기에 입을 대고 소장을 불어넣고, 이를 여직원이 헤드폰 끼고 트랜스크라이버(transcriber)로 풀어내면 교열 과정을 거쳐 소장을 만들어 제출했던 변호사들이 있었다. 그것이 에버노트, 구글 드라이버로 된다는 얘기 아닌가.

"딕타폰을 활용하는 것도 선구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은 에버노트의 '텍스트 노트' 기능을 클릭하고 구술하면 바로 타자가 되는 것이다. 여직원이 타자 칠 필요 없고, 글로 나온 내용을 자신이 직접 읽어가며 고치면 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었다.

법조인은 기본적으로 문서로 먹고 사는 직업이다. 법조인은 시간이 돈인데, 판사든 검사든 변호사든 문서 작업에 들어가는 품을 확 줄일 수 있다.

문서 타이핑은 어찌 보면 단순작업, 막일이다. 머릿속에서 창조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법조인은 그것이 핵심인데, 많은 법조인들이 단순반복적인 문서작업에 몸도 마음도 다 빼앗기고 있다.

문서작업에 들어가는 절대적인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에버노트, 원노트, 구글 드라이브 등에 내장되어 있는 음성인식 모듈이다. 문자메시지, 카톡에서도 음성인식 모듈로 말로 메시지를 보내는 게 가능한데, 시간제한 등 한계가 있기 때문에 에버노트나 구글 드라이브 사용을 권한다. 음성인식 오류 비율도 줄어 예전엔 완성도가 70~80%쯤 되다가 지금은 신형폰에서 거의 100% 구현이 가능하다."

강민구 관장이 에버노트를 사용하게 된 본인의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그가 창원지법원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6월 6일 창원의 저도 용두산에 올랐을 때의 일이다. 놓치기 아까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급히 메모를 하려고 했으나,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그가 그때까지 사용해오던, 직접 손가락으로 두드려 스마트폰에 메모하는 방법은 더 이상 소용이 없었다. 그는 전에 깔아놓았던 에버노트 앱을 열어 말로 텍스트를 옮기기 시작했고, 훌륭하게 노트된 결과물을 확인한 그는 '유레카'를 외쳤다.

8200개 콘텐츠 저장

IT의 선구자인 강 관장도 휴대폰에 깔아놓은 에버노트 앱을 사용하기까지 2년 정도 걸렸다고 하니 항상 처음 시도가 어려운 법이다. 이때부터 에버노트 애용자가 된 그의 '모든 노트'엔 8200개가 넘는 지식 콘텐츠가 저장되어 있고 요즈음도 하루 10꼭지 이상씩 DB가 늘어나고 있다.

-에버노트 등을 활용해 말로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을 작성하는 편리함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말로 장문의 글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사실 그것이 핵심이다. 말이 글자로 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충분한 양의, 제대로 된 문서를 생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사람들이 말을 몇 페이지씩 이어서 하지 못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키보드 앞에 앉으면 10장, 100장도 치는 사람이 말로 구술하라고 하면, 두 장만 쓰면 입이 얼어붙는다.

하지만 그것은 연습의 부족에 불과한 문제다. 연습만 하면 한 달 안에 그 틀이 깨진다. 해결된다. 연습을 안 하는 게 진짜 문제다.

키보드나 만년필을 잡아야만 글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내가 얘기하는 게 석가, 예수, 마호메트, 공자, 소크라테스 어느 누구도 글을 쓴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그들은 다 말로 했다. 그것이 불경, 성경 등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도 말로 하면 된다, 말로 글을 쓸 수 있다. 연습하면 된다."

-글자판으로 치면 수정, 첨삭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말로 하면 그건 어떻게 하나.

수정은 키보드 써야

"말로 쓰는 것은 일종의 초벌구이다. 사후에 완벽하게 완성하려면 에버노트 등을 열어 다시 수정하면 된다. 수정은 키보드를 써야 한다. 손가락으로 한다.

한 가지 추가하면, 에버노트 계정을 PC나 노트북에도 깔아놓으면, 연동시켜놓으면, 밖에서 에버노트에 말로 쓰는 글이 PC나 노트북에 실시간으로 다 뜨고, 동기화가 된다.

또 에버노트의 기능들은 안드로이드나 애플의 iOS를 가리지 않고 어떤 운영체계, 어떤 기기에도 종속되지 않고 다 동기화가 된다. 어디서든 열어서 수정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에버노트는 생각 컨테이너처럼 사람의 생각이나 정보를 인간의 두뇌를 통한 암기 대신 저장해두는 일종의 저장창고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강 관장에 따르면, 에버노트와 필적할만한 것으로 MS의 원노트가 있다. 그는 특히 두 개의 모니터(듀얼 모니터)를 띄워놓고, 구글 드라이브 또는 에버노트와 아래한글이나 MS워드 문서편집기를 연동시켜 한쪽에선 말로 글을 쓰고, 또 한쪽에선 붙여넣기로 가져다 수정, 첨삭하고, '차례만들기' 등의 기능을 활용하면 매우 손쉽게 문서를 생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IT 전도사'라는 별칭을 얻은 강 관장은 직접 만든 '에버노트+아래한글 연동문서작성' 등의 동영상을 유튜브에 띄워 유저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들 동영상 또한 조회 수가 엄청나다.

◇강민구 제작, '법조인 필수' 앱 영상(유튜브)

-소장이나 준비서면 등을 작성할 때 에버노트 등을 활용하는 것 외에도 변호사 사무실 운영이나 변호사업무(lawyering)에 활용할 또 다른 IT 기술, 앱은 없나요.

실시간 협업 가능

"에버노트 활용과 관련해 한 가지 추가할 것이 있는데, 로펌 등에서 파트너, 어소시엣 변호사들이 협업을 통해 문서를 만들 때 에버노트를 활용하면 대단한 진전을 이룰 수 있다. 즉 에버노트에서 어떤 문서를 생산해 이를 공유하면, 권한을 받은 사람들이 문서를 동시에 열어보고 동시에 편집하는 실시간 협업(co-work)이 가능하다. '노트 공유'를 눌러 이메일 주소를 입력하면 그 사람에게 권한이 부여되는데, 공유자 중 한 사람이 문서를 고치면 실시간으로 수정된 문서가 다시 공유자들에게 제공되며 얼마든지 협업이 가능하다. 물론 구글 드라이브에도 똑같이 공유기능이 있다."

-로펌에서 파트너들이 어소시엣이 작성한 문서에 빨간 줄을 그어가며 수정하고, 어소시엣이 준비한 문서를 데스킹한다고 하는데, 실시간으로 문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 주니어나 시니어 변호사, 파트너가 함께 문서를 공유해 거기서 순차적으로 협업하는 게 가능하다. 물론 아날로그에서 문서를 수정하면 수정하기 전의 내용을 참조할 수 있는 좋은 점이 있다. 디지털로 고치면 어느 부분을 고쳤는지를 잘 모르는데, 색깔을 달리해서 고치면 된다.

또 계층 트리를 만들 수 있는 마인드맵(mind map) 앱을 사용하면 소장이나 준비서면의 뼈대를 구성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단체카톡방을 적절히 활용하면 사무실에 모이지 않고 시간과 장소의 제한을 뛰어넘어 회의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뼈대 짤 땐 마인드맵 앱

이 외에도 일정관리 앱을 통한 변호사, 직원들과의 일정 공유 등 여러 명이 함께 근무하는 로펌, 변호사 사무실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협업 도구가 널려 있다. 적극적으로 찾아서 활용하기 나름이다."

-법률정보 검색과 관련해서도 IT 기술을 활용하면 유리한 점이 많을 것 같다.

"검색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또 검색 노하우가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먼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구글링 등 외부 정보의 검색 이전에 자신이 쓰고 있는 하드웨어, 로컬 정보의 검색과 활용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정보의 검색부터 잘 하라는 것이다.

한 가지 더 얘기하면 검색도 고도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적인 검색기법이 여러 개 있는데 그런 걸 학습해야 한다. 그걸 안 하고 자꾸 맨땅에 헤딩하듯 검색해선 곤란하다. 학습 자료들은 다 있다. 본인의 연습의 문제다.

Everything.exe라는 파일 검색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것을 깔아 가동시키면 마치 총알을 탄 것처럼 빠른 속도로 로컬 컴퓨터 내부 검색이 이루어진다. 어느 자료든 낚시로 물고기를 낚듯 다 건져낸다.

Everything.exe 프로그램 유용

그리고 요즈음엔 외국 자료도 손쉽게 입수할 수 있고, 번역 앱을 통해 한글로 전환해 읽는 것도 어렵지 않다. 영어권 자료의 경우 구글 번역 앱이나 네이버 파파고에서 1차로 일본어로 번역하고, 다시 2차로 일본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정확도가 높아진다. 인구 3억 2000만명의 미국과 1억명이 넘는 일본 사이에는 우리보다 훨씬 많은 번역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어 번역의 정확도가 높다. 우리도 한국어-영어 번역 앱을 자꾸 사용해 데이터를 쌓고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PDF로 된 영어권 자료는 아도비 프로그램이나 구글 드라이브를 통해 TXT 파일로 변환한 후 번역 앱에 넣으면 된다."

강 관장은 "말로 하는 것이 글자가 되고 글자로 된 것이 말로 된다는 것은 말과 글의 경계가 기술에 의해 허물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고, 번역 앱의 발달은 각국의 외국어 언어의 장벽이, 컴퓨팅 기술에 의해, 인간이 만든 또 다른 기술에 의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표현했다.

-이번엔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며 법학을 공부하고 있는 로스쿨 학생들을 위한 IT 팁을 부탁드린다.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강민구 법원도서관장

"사법시험 응시생들이 학원강사 테이프를 구해 반복해 들으며 공부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스마트폰에 토크프리 앱을 깔아 서브노트나 암기할 내용을 TXT화 해서 음성으로 청취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부산지법원장으로 있을 때 법원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 방법으로 공부해 법원사무관 승진시험 합격률이 확 올라갔다. 원래 시각장애인용으로 만들어진 토크프리가 수험생들에겐 꿈의 앱으로 통한다."

-응시생이 누적되며 로스쿨 학생들은 일단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급선무이겠으나,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시에 합격해도 바늘구멍에 비유되는 취업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이에 대한 좋은 해법은 없나요.

시험공부할 땐 토크프리

"글로벌 마인드를 가져야 해요. 한국시장만 보지 말고 중국이나 미국, 전 세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연구하고 찾아보라는 거죠. 로스쿨 출신들은 학부 때 전공이 따로 있잖아요. 그 전공을 죽이지 말고 계속 팔로잉(following) 해서 그 전공하고 법하고 양수겸장의 보검을 갖추어 전 세계를 자기 시장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을 한 번 해보라는 거예요.

한국에서 로스쿨에 들어갈 정도의 실력이면 학부 전공에서 대개 A+ 받은 우수한 학생들이거든요. 학부 학점이 나쁘면 로스쿨에 입학 자체가 어려워요.

그런 우수한 학생들이 왜 법 전문가로만 인생을 살려고 해요. 학부 전공, 그것을 왜 썩히느냐는 거예요. 비법대 출신이 로스쿨에서 법학을 공부할 땐 상대적으로 힘들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법대+로스쿨'보다 '비법대+로스쿨'의 조합이 환상의 조합이라고 생각해요. 보검을 두 개 들고 있는 건데, 로스쿨을 마쳤으면 다시 학부 전공을 생각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송무만 생각할 것도 아니에요. 자문시장도 있고 기술 분야도 있고 금융도 있고 벤처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왜 재판하는 것만 생각하느냐 그 말이예요.

로스쿨 출신도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해요. 왜 자꾸 남의 밑에만 들어가려고 하느냐는 거죠. 심하게 말하면 법조계를 떠나도 돼요. 변호사 자격은 그냥 면허증으로 가지고 있으면 되죠. 미국이나 외국엔 로스쿨 나와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성공한 사람들도 많아요."

어소 일 절반 사라질 것

대법원의 사법정보화전략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강민구 관장은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의 진화에 주목하고, "상대적으로 단순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판례 검색이나 관련 논문 정리 이런 일은 인공지능이 대신하고, 미래에는 어소 변호사들의 일이 절반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법원에서도 판사들의 판결문 작성 시간 절약을 위한 음성인식 모듈 활용 등 여러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소개하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기술의 진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의를 환기했다.

강 관장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날로그 콘텐츠의 중요성을 빼놓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역시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라는 것이다.

그는 "법조계도 기계, 컴퓨터는 다 보조고, 기계가 인간을 앞선다는 특이점(singularity)이 오기 전까지는 결국 아날로그에서 승부가 난다"며 생각근육의 증진을 주문했다. 그가 말하는 생각근육이란 광범위한 독서, 끊임없는 글 쓰기, 깊이 있는 사고, 고수와의 접촉 기회 늘리기 등을 통해 증진시킬 수 있는 종합적인 인문교양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보고 IT 전문가라고 하고, 컴퓨터만 싸고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사실 IT 전문가 이전에 아날로그 전문가이고, 30년째 판사로 근무하고 있는 재판전문가입니다."

에버노트와 토크프리, 구글 드라이브와 아래한글을 연동시킨 말로 작성하는 문서편집까지 강 관장이 직접 IT 기술의 현장을 시연하며 시작한 인터뷰가 1시간 30분을 훌쩍 넘겼다. 그러는 사이에 인터뷰의 화두는 다시 아날로그 콘텐츠, 생각근육의 증진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의 강연을 방불케 하는 인터뷰 답변을 요약하면, 빠르게 진보하는 IT 기술의 얼리 어댑터가 되어야 하는 동시에 생각근육의 증진에 힘써야 한다는 것. 그것이 그가 강연장을 찾을 때마다 빼놓지 않고 주문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 생존법으로 이해됐다.

카톡 상태 메시지는 '적자생존'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담대하게 새로운 추세에 올라타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의 카톡 '상태메시지'는 '적선하고 기록하는 자 생존한다.' 축약하면 적자생존이다.

리걸타임즈 김진원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