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안심설계 전기주전자 넘어져 아기 화상…제조사 책임 70%"
[손배] "안심설계 전기주전자 넘어져 아기 화상…제조사 책임 70%"
  • 기사출고 2017.06.2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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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광고 내용과 달라…제조물책임 인정"
화상방지를 위한 안심설계를 했다는 광고와 달리 넘어진 전기주전자 뚜껑에서 물이 새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큰 화상을 입었다. 법원은 전기주전자 제조 · 판매사에 70%의 책임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이원 부장판사)는 6월 13일 A씨 부부가 한일전기가 만들어 판매한 '미피 안심 전기주전자'에서 물이 새 아기가 화상을 입었으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일전기(주)와 이 회사와 생산물배상책임공제계약을 체결한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소송(2015가합547075)에서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인정, "한일전기는 9900여만원을 지급하고, 현대해상은 이 중 잔여 보상책임한도액인 2900여만원에 대해 한일전기와 연대하여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4년 6월 8일 A씨 부부가 외출을 준비하던 중 주방 바닥에서 물을 끓이고 있던 '미피 안심 전기주전자'가 넘어져 끓는 물이 흘러나왔다. 이 사고로 A씨 부부의 생후 8개월된 딸이 양팔에 2~3도의 화상 등 신체표면 10% 미만에 화상을 입었다. 이에 A씨 부부가 "전기주전자의 제조상 결함으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한일전기 등을 상대로 2억 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A씨 부인은 딸을 임신 중이던 2013년 이 전기주전자를 구입했다. A씨 부부의 딸은 이후 이후 병원에서 피부이식술 등을 받았으나, 현재 오른쪽 엄지손가락 대부분과 다른 네개의 손가락, 손등 전체, 손바닥 일부와 손목 관절 상부에 피부이식으로 인한 흉터가 있고, 오른쪽 엉덩이와 종아리 부위 앞, 뒷면에 피부이식 공여에 따른 흉터가 있어 향후 수차례의 레이저성형술이 요구되며,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한 상태이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2015년 5월 A씨 부부와 한일전기의 요청에 따라 사고로 인한 A씨 부부의 딸에 대한 손해배상금의 중간지급 명목으로 2230만원을 지급했다. 현재 현대해상화재보험의 보험책임한도액 1억원 중 잔여액은 2900여만원이다.

A씨 부인은 사고 후 한일전기의 고객센터에 전기주전자의 안심버튼이 해제되어 있지 않았음에도 물이 흘러나와 딸이 화상을 입었다고 항의했다. 한국소비자센터에도 같은 내용의 제보를 했다. 한국소비자원은 직접 이 전기주전자와 같은 모델을 조사한 결과 안심설계 버튼이 있어 사용 중 넘어져도 뜨거운 물이 쏟아지지 않는다는 광고 내용과 달리 해당 모델의 주전자를 기울이면 뚜껑개폐 버튼부의 스프링과 고리 부분이 불량하여 그 틈새로 물이 새어나오게 되는 제조상 결함을 발견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2014년 11월 한일전기에 대해 자발적 시정조치를 요구, 한일전기가 한국소비자원의 권고를 수용하여 '미피 안심 전기주전자'의 제품 판매를 중지하고 2012년 5월 제조된 2302대에 대한 환급을 실시했다.

재판부는 ▲현대해상화재보험이 손해배상금의 중간지급 명목으로 2230만원을 지급할 당시 한일전기가 날인한 요청사항란에 사고의 내용에 관해 '전기주전자 뚜껑폐쇄 버튼부의 스프링과고리 부분의 불량으로 인해 전기주전자가 넘어지면서 발생된 화상사고'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A씨 부인이 구입한) 전기주전자의 결함 확인 과정과 그 이후 한일전기와 현대해상화재보험의 대응 등을 살펴보면 이 전기주전자는 한국소비자원이 뚜껑개폐 스프링 부분에 결함이 있음을 확인한 제품과 같은 모델이었던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딸의 화상 부위와 면적 등을 더해 볼 때, 사고가 A씨 부부의 사용상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전기주전자에는 제조물 책임법 2조 2호 가목의 '제조물이 원래 의도한 설계와 다르게 제조, 가공됨으로써 안전하지 못하게 된 경우'에 해당하는 제조상 결함이 있고, 그 결함으로 인해 딸이 사고를 당하게 되었다"며 "한일전기는 사고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현대해상화재보험은 보험계약상의 보상한도액 내 잔여 금액의 범위 안에서 한일전기와 공동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 부부에게 딸의 보호자로서 당시 배밀이 단계에 있던 만 8개월 가량의 딸을 예의주시하여 딸이 위험한 물건이 있는 장소 등에 함부로 기어가지 못하도록 보호감독하거나 딸이 사고를 당했을 경우 즉시 보호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것임에도 이를 일부 게을리 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들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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