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말다툼 중 혼잣말로 'fucking crazy'…모욕죄 아니야"
[헌법] "말다툼 중 혼잣말로 'fucking crazy'…모욕죄 아니야"
  • 기사출고 2017.06.0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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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정말 말도 안 돼' 정도 의미 "기소유예처분 취소하라"
말다툼 중 영어 욕설인 'fucking crazy'를 혼잣말로 한 행위는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6월 6일 이런 말을 하여 모욕죄로 고소되고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이 모(62)씨가 기소유예를 취소해달라며 낸 헌법소원 사건(2017헌마1)에서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기소유예란 혐의가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정황을 고려해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는 불기소처분으로, 이 경우엔 '죄 안 됨' 불기소처분을 내렸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씨는 일요일인 2016년 5월 29일 오후 아파트 앞 주차장 부근에서 아파트 뒤편 화단에 물을 주는 것과 관련해 갈등을 겪던 같은 아파트 주민 A(42)씨와 말다툼 중 A씨에게 영어로 "you are fucking crazy"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A씨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되어 의정부지검 고양지청이 기소유예처분을 내리자 헌법소원을 냈다. 이에 앞서 한 달여 전 이씨와 A씨 사이에 다툼이 발생하여 이씨는 A씨를 폭행죄로, A씨는 이씨를 무고죄로 고소한 상태로, 이들 고소사건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말다툼이 인 것이다.

재판부는 "'you are fucking crazy'에서 'fucking'은 'crazy'를 강조하는 수식어로 '대단히', '지독히', '매우' 등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crazy'는 '미친', '정상이 아닌', '말도 안 되는', '열광하는' 등의 다양한 의미를 가진다"고 지적하고, "당시 A씨는 20년이나 연상인 이씨에게 반말로 계속하여 시비를 걸며 따라오다가 멀리 쓰레기분리수거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을 발견하자 갑자기 이씨에게 존댓말을 하는 등 모순된 태도를 보였고, 이에 이씨는 A씨의 갑작스런 태도돌변에 어이가 없어 혼잣말로 이와 같이 말하였다는 것이 이씨의 수사 당시부터 이 사건 청구에 이르기까지의 일관된 주장이고, 기록에 첨부된 녹취록 등에 의하면, 이와 같은 영어표현을 하게 된 동기와 상황에 대한 이씨의 진술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씨의 영어표현에 다의적인 해석가능성이 존재하고, 이씨가 당시 이 표현을 하게 된 구체적인 경위 및 상황 등을 종합할 때 그 의미는 '당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당신 정말 말도 안 된다' 정도의 의미로서, 이씨에게 A씨를 모욕할 의사가 있었다거나, 이 표현이 A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씨의 영어표현을 들었다는 아파트 경비원의 사실확인서만으로는 경비원이 당시 상황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무엇을 듣고 보았다는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하기에 부족하므로, 그 내용만으로 이씨의 행위에 공연성이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며 "(이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은 법리오해에 기초하여 이루어진 자의적인 처분으로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결정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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