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결혼전 구입한 TV 부순 남편, 재물손괴죄 처벌 불가"
[헌법] "결혼전 구입한 TV 부순 남편, 재물손괴죄 처벌 불가"
  • 기사출고 2017.05.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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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본인 특유재산…'타인의 재물' 아니야"기소유예 처분 취소 결정
결혼 전 구입해 사용하던 TV모니터를 부부 싸움 도중 남편이 부수었더라도 재물손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4월 27일 결혼 전 쓰던 TV모니터를 부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이 모씨가 인천지검 검사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2016헌마160)에서 "이 모니터는 이씨의 특유재산이라 할 것이므로, 이씨가 모니터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라"고 결정했다. 기소유예 처분은 비록 기소는 하지 않더라도 유죄의 혐의를 인정하는 것이어 이씨에게 취소의 이익이 있다.

2015년 11월 결혼해 인천에 살던 이씨는 결혼 두 달만인 2016년 1월 24일 오전 4시쯤 안방 선반 위에 놓여있던 TV모니터를 넘어뜨려 화면 유리를 깨뜨린 혐의(재물손괴)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TV모니터로 무료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는 사이트를 찾고 있었는데, 부인(28)이 짜증난 말투로 그런 곳을 검색하면 여자 연예인 사진이 팝업으로 뜰 수 있으니 검색하지 말라고 하자, 순간 기분이 상해 벌어진 일이었다. 이 TV모니터는 이씨가 혼인 전인 2015년 5월 초순경 조립PC를 판매하는 곳에서 중고로 15만원에 구입한 것이었다. 이에 이씨가 기소유예 처분에 불복, "모니터는 내 소유의 물건이므로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재판부는 "형법 366조의 재물손괴죄는 타인의 재물을 손괴 또는 은닉하거나 기타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여기서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는 것은 타인과 공동으로 소유하는 재물을 손괴하는 경우도 포함되는바, 청구인에 대하여 재물손괴죄가 성립하려면 청구인이 망가뜨린 모니터가 피해자의 소유이거나 청구인과 피해자가 공동으로 소유하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민법은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830조 1항), 이 모니터는 청구인이 피해자와 혼인하기 전에 구매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고유재산으로 인정된다"고 지적하고, "청구인이 2015년 11월 피해자와 혼인한 다음부터 모니터를 피해자와 함께 사용한 사실이 인정되나, 청구인이 모니터를 망가뜨린 2016년 1월 당시는 피해자와 혼인생활을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인데, 혼인 후 그 소유권이 피해자에게 이전되었다거나 공동소유관계로 변경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달리 볼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모니터는 청구인의 특유재산이라 할 것이므로, 청구인이 모니터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타인의 재물을 손괴하였다고 볼 수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의 재물손괴 혐의를 인정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는바, 이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수사미진 또는 법리오해의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서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 관계자는 "부부가 공동으로 사용한 가재도구라고 하더라도, 부부의 일방이 혼인 전 자신의 비용으로 구매한 것은 그 일방의 특유재산이라 할 것이므로, 그 일방이 가재도구를 망가뜨렸다고 하더라도 형법상 재물손괴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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