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영 경찰청장 전격 사표…노 대통령 수리
허준영 경찰청장 전격 사표…노 대통령 수리
  • 기사출고 2006.01.0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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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치에 부담 드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에 사퇴 결정""경찰청장 물러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엔 변함 없어"
시위 과정에서 두 농민이 숨진 것과 관련, 사퇴 압력을 받아 온 허준영 경찰청장이 29일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에게 전격 사표를 제출, 이날 오후 노무현 대통령이 수리했다.

◇허준영 청장
이로써 허 청장은 올 1월 경찰총수가 된 지 1년이 안 돼 도중하차했으며, 2003년 12월 도입된 경찰청장 임기제는 최기문 전 청장에 이어 또한번 지켜지지 않게 됐다.

허 청장은 이날 사표 제출과 함께 발표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에서 "연말까지의 예산안 처리 등 급박한 정치 현안을 고려, 평소 국가경영에 동참하는 치안을 주장했던 저로서는 통치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되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사퇴를 결정했다"고 사퇴 배경을 설명했다.

허 청장은 "금번 사고는 최대 국가행사인 APEC기간에 성난 농민들의 불법 폭력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중 우발적으로 발생한 불상사"라고 지적하고, "결과적으로 농민 두 분이 돌아가신데 대해서는비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그러나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청장이 물러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에는 변함이 없고, 평화적인 집회시위문화 정착과 경찰을 더욱 업그레이드시키는데 최선을 다하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론조사에서 70% 내외의 지지를 보여주신 국민 여러분과 여러모로 부족한 청장을 믿고 따라준 전국 경찰관과 가족 여러분에게 한없는 사랑을 보낸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적 집회 · 시위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에 있어서, 경찰의 장비보강이나 관련 법규의 강화는 오히려 과격시위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결국은 문화다. 거국적으로 뜻을 모아 평화적 집회 · 시위 문화를 꼭 만들어 나가야겠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수사구조개혁, 평화적 집회 · 시위 문화 정착, 학교폭력근절, 재외국민 보호 등 할 일 많은 경찰 조직의 조속한 안정과 심기일전의 분발을 기대한다"며, "병상에 있는 전 · 의경, 농민의 쾌유를 빈다"고 말했다.

외무고시 출신으로 1984년 경찰에 입문한 허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을 역임한 뒤 올 1월 경찰인사와 관련해 사표를 낸 최기문 전 경찰청장의 후임으로 경찰총수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