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 "'첫 만남 이전' 국제결혼 상대방 신상정보 제공 강제 위법"
[행정] "'첫 만남 이전' 국제결혼 상대방 신상정보 제공 강제 위법"
  • 기사출고 2017.03.31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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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법] "국제결혼업체 45일 영업정지 취소하라"
국제결혼 상대방 여성의 건겅상태 등 신상정보를 '첫 만남 이전'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국제결혼중개업자체에 45일의 영업정지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국제결혼중개업자가 업체 이용자와 상대방에게 신상정보를 첫 만남 이전에 제공하도록 한 결혼중개업법 시행령 규정은 어떠한 예외조항 또는 단서조항도 마련하고 있지 않아 무효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3월 17일 국제결혼중개업체인 A사의 대표 김 모씨가 "45일의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서울 은평구청장을 상대로 낸 소송(2016구합61578)에서 이같이 판시, "영업정지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A사는 2014년 5월 한 모씨에게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여성 B씨를 소개해 한씨가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그러나 2015년 8월 국제결혼중개업체에 대한 단속 결과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이용자에게 맞선 전까지 상대방 외국인 여성의 신상정보서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통보받은 은평구청이 결혼중개업법 시행령 3조의2 3항 위반을 이유로 A사에게 45일의 영업정지처분을 내리자 김씨가 소송을 냈다.

결혼중개업법 10조의2 1항은 국제결혼중개업자로 하여금 업체의 이용자와 상대방에게 건강상태 등의 신상정보(증빙서류를 포함)를 서면으로 제공하도록 하면서, 같은조 4항에서 신상정보의 제공 시기 등을 대통령령에 위임했고, 이 위임에 따라 결혼중개업법 시행령 3조의2 3항은 신상정보 제공 시기를 '첫 만남 이전'으로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은 혼인신고 신청을 한 당사자들에게 의무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도록 하고(무료이고, 외국인도 해당), 건강검진 결과에 따라 소정의 절차를 거친 다음에 혼인신고가 수리되며, 건강상태에 대한 부적합판정이 내려지면 혼인신고를 할수 없도록 법령에서 정하고 있다. A사는 한씨에게 이러한 우즈베키스탄의 상황을 설명하면서 상대방 여성의 건강상태에 관한 신상정보를 '첫 만남 이전'에 제공하는 것은 어렵지만 우즈베키스탄에서 상대방과 혼인신고 신청을 하여 건강검진을 받게 되면 그에 따라 상대방의 건강상태에 관한 신상정보 등이 제공된다고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중개용역비를 추가로 받지 않고 다시 다른 여성과의 국제결혼중개를 추진하겠다고 제안했고 한씨가 이에 동의하여 2014년 4월 국제결혼중개약정이 체결됐다. 이후 한씨는 A사의 소개로 B씨를 만났고,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B씨와의 혼인신고가 수리되기 전까지 A사로부터 건강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B씨의 신상정보를 제공받았으나, '첫 만남 이전'에 신상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정지를 당하게 되자 소송을 낸 것이다.

재판부는 "결혼중개업법 시행령 3조의2 3항은 이용자 등에게 올바른 배우자 선택의 자유를 확보해주고자 하는 측면이 있는데, 이용자 등이 건강상태 등에 대한 일부 신상정보가 외국의 법령이나 제도 등으로 인하여 첫 만남 이후 제공될 수 있는 사정 등에 대하여 충분히 설명을 듣고 이에 스스로 동의를 한 후 첫 만남 이후 최종적인 결혼 여부를 결정하는데 이르기까지 신상정보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면 이용자 등이 자기 결정에 따라 신상정보의 제공시기가 첫 만남 이후로 지연되는 것을 용인한 것으로 이는 스스로 배우자 선택의 자유를 탄력적으로 행사한 것이어서 이용자 등의 보호를 소홀히 하였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하고, "이 규정은 첫 만남 이후라도 결혼 이전에 모든 신상정보가 제공되어 이용자나 상대방이 결혼에 이르러 건전한 가정을 이루게 되어 그 결혼을 중개한 국제결혼중개업자가 국제결혼중개업무를 충실히 이행한 결과에 이르렀다고 하여도 첫 만남 이전 신상정보 제공 의무 위반으로 영업정지 등의 처분을 받게 함으로써 공익 보호에 비하여 국제결혼중개업자의 피해가 지나치게 크다고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결국 이 규정은 신상정보 확보의 용이성, 외국의 제도와 법령, 이용자 등의 의사, 신상정보의 실제 제공 여부, 국제결혼 후의 경과 등 여러 사정을 구체적으로 고려함이 없이 일률적으로 첫 만남 이전까지 국제결혼중개업자로 하여금 이용자와 상대방의 신상정보를 제공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그에 대한 어떠한 예외조항 또는 단서조항도 마련하고 있지 않으므로, 모법인 결혼중개업법 10조의2 1항의 범위를 벗어난 내용을 규정하여 위임입법의 한계를 일탈한 위법이 있다"며 "이 규정은 위법 무효이고, 신상정보가 첫 만남 이전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사정은 처분 사유가 될 수 없으므로, 영업정지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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