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같은 사기꾼은 국선변호 받을 가치도 없어"
"피고인같은 사기꾼은 국선변호 받을 가치도 없어"
  • 기사출고 2005.12.0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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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본 법정언행 바람직한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 대법, 모델 제시 앞서 모니터링 강화, 클리닉 설치등 검토
대법원이 바람직한 법정언행의 다양한 모델 제시에 앞서 법관들의 재판하는 모습을 모니터링해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관련 교육프로그램을 상설화하고, 클리닉 센터를 설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중이다.

그만큼 법관들의 법정언행이 재판과 사법신뢰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법정언행에 관한 논의는 법관 나름대로의 개성있는 재판진행을 침해하거나 재판진행의 획일화를 추구하려는 것이 아니며, 법정언행에는 어떤 룰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재판부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선택이 가능한 영역이다.

이와관련, 2일 대법원에서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선 '변호사가 본 법정언행'이란 한 변호사의 법정 관찰기가 공개돼 주목을 끌었다.

그 변호사는 이 글에서 "법관은 법정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재판 기일이라는 제한된 시간내에서 그 재판이 공명정대하게 결론 지워질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는 보여지는 직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법관이 재판과정을 통하여 소송당사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을 조금이라도 함께 나눈다는 나눔의 생각을 갖는다면 (이런 문제는)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수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가 글에서 적시한 법정언행의 바람직한 사례와 그렇지 못한 사례를 요약, 소개한다.



◇바람직한 사례


-재판이 시작될 때 정중히 방청객에게 인사하고 진행도중 전혀 화를 내지 않았음. 준비절차에서 소송대리인의 이름을 잘못 호명하여 소송대리인이 이를 정정하자 진행하는 내내 미안함을 표현했음.

-한 재판장은 "여기 변호사님들 계시지만, 여러분들도 말 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따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세요"라고 안내했음.

-친구가 운영하는 개인사업체와 다름없는 법인에게 돈을 대여했다가 받지 못하자 법인이 아닌 친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재판장이 피고에게 "원고가 친구인 당신을 보고 돈을 빌려준 것 아닙니까? 당신은 돈 몇 푼 때문에 친구를 잃을 생각입니까?"라고 설득하고 야단쳤음. 이어 원고를 달래며 "누구든지 법정에 오면 떨면서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지도 모릅니다. 지금 친구가 소송이 걸리니까 뭔 소리인지 모르고 자꾸 부인만 하는데, 그건 이해하셔야 합니다"라고 말했음. 피고만을 질책하지 않고 원고를 함께 달래주어 당사자들의 관계가 회복될 가능성을 시도해 본 사례로 평가됨.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

-"피고 대리인은 어제 준비서면을 냈던데 그러면 나보러 퇴근하지 말고 밤새도록 보라는 이야기인가요."

-피고가 억울하다고 하자, 재판장이 원고의 변호사가 동석한 자리에서 "변호사들이 피고에게 많이 받아내기 위해서 과장해서 쓰는 거다"라고 했음.

-원고 본인이 동석한 자리에서 판사가 원고의 소송대리인에게 "원고 대리인이 보기에도 이게 소송꺼리가 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말했음.

-젊은 법관이 법정에서 고령의 변호사들에게 "대리인들이 이렇게 일 안하는 거 당사자들도 압니까?"라고 말했음.

-당사자가 다음 기일을 지정할 때 개인적인 일정 때문에 사정을 봐 달라고 하자 재판장이 "재판을 당신 마음대로 해요?"라고 하면서 거부했음.

-변호사와 원고 본인이 함께 한 자리에서 재판장이 원고에게 "당신이 부도덕한 사람인데 왜 이 따위 청구를 하느냐?"라고 말했음.

-준비절차기일에서 당사자가 출석하여 사건에 관해 진술하려고 하자 판사가 "당신은 나올 자격이 없는데 누가 나오라고 했냐? 당신은 말할 자격이 없다. 누가 허락도 안 받고 맘대로 말 하라고 했냐?"라고 면박을 주고 진술을 막았음.

-소송대리인이 없이 재판을 진행하는 당사자가 증인신청을 하면서 "000를 심문하겠습니다"라고 하자 무시하는 말투로 "잘 알지 못하면 가만히 좀 있으십죠"라고 면박을 주었음.

-재판장이 증인신문 도중 증인에게 "그래서 당신이 어쨌다는 건데? 그래서 당신이 뭘 아는 거야?"라고 따지듯 말하고 일부 방청객들이 웅성거리자 "거기 당신은 가만히 있어"라고 면박을 주었음.



◇바람직한 사례


-형사법정의 분위기는 몇년 사이 전반적으로 개선되었음.

◇바람직하지 않은 사례

-"피고인과 같은 사기꾼은 국선변호를 받을 가치도 없어"라고 하면서 국선변호인 신청을 구두로 취하한 것으로 조서를 정리했음.

-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의 항소심에서 억울하다는 피고인에 대하여 "피고인이 때리지 않았으면 피해자가 왜 맞았다고 합니까?"라고 말했음.

-공소사실을 다투는 사안에서 변호인이 마지막 변론에서 "피고인이 장기간의 수감생활을 통하여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하자 갑자기 재판장이 변호인에게 "부인을 하면서 무슨 반성을 한다는 것인가요. 잘못이 없으면 반성할 일도 없는데 무슨 반성을 한다는 말인가요"라며 변론을 중간에 끊어버리면서 변호인에게 답변을 요구했음.

-변호인이 무죄를 주장하자 재판장이 "변호인! 도대체 누구를 위해 변호를 하는 겁니까? 이게 피고인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하며 무죄 주장을 철회할 것을 종용했음.



-합의부 배석판사가 부모 정도의 나이가 되는 당사자들에게 반말을 하거나 경어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끝을 흐리는 경향이 있음.

-가사사건의 재판장이 "이혼 사건에서 증인의 말이야 어차피 믿을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하면서 주신문을 하지 말고 반대신문만 하라고 하자 증인신문을 신청한 여자 소송대리인이 항의를 했으나 결국 재판장이 주신문을 못하게 했음.

-이혼사건에서 소송이 길어지자 지친 원고 본인이 재판장에게 "판사님, 도대체 재판이 왜 이렇게 오래 걸린데요? 힘들어 죽겠어요. 빨리 끝내 주세요"라고 울먹이자 재판장이 픽 웃으면서 "왜? 남자 있수?"라고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