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로펌 알타미미의 조언
중동 로펌 알타미미의 조언
  • 기사출고 2016.12.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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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별 정확한 타깃팅 필요…분쟁해결방안까지 고려해 진출해야"
◇11월 8일 중동 로펌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이 한국을 찾아 중동에서의 분쟁해결에 관한 세미나를 열었다. 중동 로펌의 세미나로는 처음인 이날 세미나에 100명이 넘는 기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 중동에 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오마르 변호사가 강연장을 왔다 갔다하며 열정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중동지역은 매우 특수한 지역입니다. GCC(걸프협력기구) 6개국의 경우 주로 샤리아법(Sharia Law)을 근간으로 하지만 나라마다, 도시마다 법제도와 실무가 서로 달라 면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수 있어요."

첫 중동 로펌 세미나 인기

11월 8일 오후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국제중재센터 대회의실. 통로까지 의자를 놓고 만원을 이룬 가운데 기업체 관계자 등 청중들이 중동 로펌 알타미미(Al Tamimi)의 오마르(Omar Omar) 중동 변호사의 발표에 집중하고 있었다. 알타미미는 중동에서 제일 큰 로컬 로펌(local law firm)으로, 알타미미의 '운송 및 보험(Transport & Insurance)' 부문장을 맡고 있는 오마르 변호사는 GCC 지역에서의 소송과 중재 등 분쟁해결과 함께 그의 독보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는 선박체포와 관련해서도 이날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서울에서 중동 로펌이 세미나를 직접 주관하기는 이번이 처음. 그만큼 한국 기업들이 중동에서 잦은 분쟁과 선박체포 등 응급을 요하는 문제에 많이 노출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오후 2시부터 4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엔 주한아랍에미리트대사관 2등 서기관 Ahmed Aldahmani를 포함한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 총 60여 기관에서 1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다. 세미나에 참석한 한화학업체 관계자는 "회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데, 마침 중동에서의 분쟁 등 법적 문제에 관한 세미나가 있다고 해서 미리 대비하자는 생각에 참석했다"고 관심을 나타냈다.

100명 이상 참석

오마르 등 알타미미의 변호사들은 이날 한국 기업들에게 중동지역의 사업환경과 분쟁해결 방법에 대해 개괄적으로 소개하고, 최근 주요 현안으로 떠오른 중동지역에서의 해운 관련 분쟁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하 세션별로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세션 1 GCC내의 사업환경]

하지원 미국변호사의 사회로 진행된 세미나 첫 세션에서는 알타미미의 한국총괄을 맡고 있는 이종은 미국변호사의 간략한 알타미미 소개 이후 곧바로 오마르 변호사의 열정적인 강의가 시작되었다.

◇아라비아 만을 따라 위치하고 있는 GCC 6개국

중동지역에서 다양한 해상분쟁을 다뤄온 오마르는 우리가 흔히 중동이라고 일컫는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 이하 GCC)를 구성하는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를 일일이 언급하며, 기업이 진출하고자 하는 각 국가들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타깃팅을 하고 접근할 것을 강조했다.

GCC 인구 5500만명

총 인구 5500만명 정도로 GDP 규모는 3.5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규모를 가지는 GCC는 공통적으로 이슬람법인 샤리아 율법에 기반을 두기는 하나, 개별 국가가 대륙법(Civil Law), 영미법(Common Law) 그리고 샤리아 율법을 적절히 절충하는 법적 구조를 띄고 있다. 흔히 문화 · 사회적 관습뿐만 아니라 법률 등도 유사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각국의 문화, 사업환경, 법률제도, 규제사항들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대강 비슷한 사업환경을 갖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접근했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라고 한다.

일례로 아랍에미리트는 수도이자 석유와 가스매장량이 풍부한 아부다비, 상업도시로 잘 알려진 두바이, 전 세계 벙커공급량 4위를 차지하는 푸자이라, 라스알카이마, 샤르자, 아즈만, 움알꽈인 등 총 7개의 토후국(에미리트)연합으로 구성되는데, 군사, 보건 등 연방정부가 독점적으로 관할하는 분야가 존재하기는 하나, 각 에미리트가 별도의 관할권, 법률, 법원 제도 등을 가지고 있어, 기업이 준수하고 고려해야 할 규제사항들이 모두 다르다. 연방법과 개별 토후국의 법 해석 상의 충돌이 있을 경우, 연방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개별 토후국 간의 분쟁 또는 토후국과 연방정부간의 분쟁은 아부다비에 위치한 대법원에 관할이 있다.

오마르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GCC 내에서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지 비즈니스 환경뿐만 아니라 문화 · 관습, 현지법, 계약서상의 조항 및 문구를 꼼꼼히 확인해야 하고, 실제로 분쟁이 일어났을 때 적용 가능한 분쟁해결방안까지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첫 세션을 마무리했다.

[세션 2 GCC내 분쟁해결 절차]

세션 2에서 법무법인 율촌의 이영석 변호사가 한국 기업이 중동에서 분쟁상황을 맞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특히 각 기업들이 분쟁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적시에 현지법에 정통한 변호사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 부분을 강조하며, 이는 전적으로 스스로 보유한 사내 법률조직의 역량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통해 한국 로펌을 통해 현지의 로컬 카운슬을 검증하고 선정한 후 컨트롤하도록 할 것인지, 아니면 직접 실사를 통해 적절한 현지 로펌을 선정하여 업무를 맡길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인하우스 역량이 관건

그는 "인터내셔널 로펌이든 중동 지역의 로컬 로펌이든 이들 로펌을 상대할 해당 기업의 인하우스 역량이 문제 된다"며 "외국 변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이 되고, 즉 저쪽에서 말하는 것을 알아듣고, 협상(negotiation)이 될 수 있으면 현지 로펌을 바로 써도 되고, 그게 아니면 한국 로펌의 도움을 함께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마이크를 이어받은 오마르가 본격적으로 GCC내의 분쟁해결방법과 절차, 집행 등 다양한 이슈들을 소개했다.

◇왼쪽부터 발표에 열중인 오마르와 이종은, 하지원 미국변호사.

그는 우선 계약서의 분쟁해결 조항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겠지만, 당사자들이 비용, 시간, 집행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해당 분쟁을 로컬소송으로 진행할지 아니면 중재판정을 받는 형식을 취할지에 대해 결정해야 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지 전문변호사와의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해외의 법원 판결이나 중재판정의 집행과 관련하여서는 양자간 협약, 리야드협약, 뉴욕협약 등을 고려해야 하나, 현지에서 사업경험이 좀 있는 기업들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GCC 국가들이 리야드협약의 주요 가입국임에 주목해 리야드협약 가입국이면서 중재 관련 법제 및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UAE의 두바이나 아부다비를 중재지로 하는 경우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 그의 의견. 그는 리야드협약은 아랍사법공조협약으로 체약국 내에서 이루어진 중재판정은 집행 등에 있어 법원의 판결과 동일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중재판정을 받은 후 이를 집행하기 위해 각국의 로컬 법원으로 가져갔을 때 실제 사건에 대해 다시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당사자들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법원 판결 집행 거의 없어

일반적으로 GCC 국가들의 경우 법적으로는 외국법원에서의 판결에 대해 해당 국가가 GCC내 법원의 판결의 집행을 인정하는가를 조건으로 승인하고 집행할 것을 지지하고 있기는 하나, 실제로 해외법원 판결이 GCC내 법원에서 집행된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영석 변호사는 또 "집행과 관련해서 의미 있는 재산이 어디 있는가가 중요한데, 빌딩 등 부동산뿐만 아니라 받을 돈 또는 줄 돈이 어디에 있는지 따져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한국 기업이 피고나 중재절차의 피신청인으로 분쟁에 연루되어 결과가 불리하게 나오면 GCC 지역에서 받아야 할 돈(채권)이 압류되는 등 집행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세션 3 중동내 해상분쟁]

세션 3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이철원 변호사와 오마르 변호사가 발표를 맡아 진행했다. 각국의 해상 전문변호사답게 보다 전문적인 토론이 오고 갔다.

중국, 외국 도산절차 미승인

이철원 변호사는 도산상황의 가압류(arrest)를 포함한 국내외의 선박 가압류(arrest) 제도를 비교해 설명했다. 우선 선박에 대한 권리실현 방법으로 선박 가압류와 선박우선특권 (maritime lien)을 소개하고 어떤 방법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접근방식이 달라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일반적으로 영국, 미국, 벨기에, 호주, 뉴질랜드, 일본, 캐나다, 남아공, 멕시코 등의 국가는 한국의 도산절차를 국제승인하고 있는 반면 중국은 외국 도산절차를 승인하지 않으며, 싱가포르는 모델법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으나 외국의 도산절차에 대하여 별도의 절차를 통해 승인과 유사한 효과를 부여하고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또 도산회사가 운용하는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are Boat Charter of Hire Purpose, 이하 BBCHP)의 경우 선박 가압류를 위해서는 등록선주가 회생담보권자 또는 미이행 쌍무계약의 상대방인지 여부를 파악해야 하고, 소유권의 귀속문제와 회생제도, 보전처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마르 변호사는 GCC내 해상분쟁과 관련하여 통관에 관한 법부터 시작하여 전반적인 소송과정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GCC는 회원국 간의 통관과정을 단일화하고, 통관부문에서의 협력을 위해 통합세관법(Common Customs Law)을 제정하여 따르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해당 법을 Common Customs Law for GCC States 또는 Common Customs Law of the Cooperation Council for the Arab States of Gulf라고 칭한다.

오마르는 선박관련 소송 · 분쟁에 휘말렸을 경우, 선박 가압류를 누가 어떠한 원인으로 요청했으며, 어떤 국가의 어떤 법원에서 가압류 명령을 내렸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UAE의 예를 들어 선박보안만을 목적으로 가압류를 요청할 시에는 요청자의 사업자등록지 또는 해당 분쟁 관련 채무의 발생지가 아랍에미리트이거나 최종 항해 시 발생한 채무, 선박충돌 · 구조 시 발생한 채무, 모기지로 인한 채무 등을 밝힐 수 없다면 아랍에미리트 법원은 관할이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오마르는 가압류 결정에 불복하여 소를 제기하는 이른바 부당억류(Wrongful Arrest) 클레임의 경우, 위임장의 번역 · 공증본과 증빙서류 번역본, 신청서, 지급보증서(또는 일부 현금공탁), 정박료, 서베이 리포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서베이 리포트는 소를 제기하는 근거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아랍어 번역 후 법원이 임명한 전문가로부터 반드시 검수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랍어로 된 서베이 리포트 필요

오마르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해상클레임은 위임장과 증빙서류, 지급보증서(또는 현금공탁)를 제출하고 법원에 수수료를 내면 진행된다. 이후 법원에서 임명한 집행관이 해당 사건을 담당하게 되는데, 아랍에미리트 연방법에 따르면, 해운 관련 클레임의 유형은 우선 적용을 받는 특수클레임(Priority Claims)과 일반클레임(Normal Claims)으로 나뉜다. 특수클레임은 선박유지 · 매각, 수익배분, 하역비용, 하역 · 도선료, 항만시설 복구비용, 예선료 등에 관련된 내용, 선원고용계약 하에서 발생한 채무, 용선계약에 따른 선박손실배상 등을 주로 다룬다.

◇이날 세미나엔 한국 로펌에서 여러 명의 변호사가 참가해 함께 발표에 나섰다. 왼쪽부터 김앤장 해상팀에서 활약하는 이철원 변호사, 국제중재 전문인 법무법인 율촌의 이영석 변호사와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아부다비에 파견되어 4년간 근무한 후 얼마 전 김앤장으로 옮긴 이대웅 미국변호사.

일반클레임은 선박충돌 및 항해 시 발생한 손실 · 상해, 선박구조 · 인양, 용선계약 하 선박운용, 선하증권, 예 · 도선, 선박정비를 위한 물품, 선원 임금 제공, 선박소유권에 대한 분쟁, 선박의 공동소유 및 수익배분 관련 분쟁을 다룬다.

금요일부터 휴무

그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한 GCC 회원국의 법원은 현지 주말인 금 · 토요일이 휴무이므로 한국과는 다른 업무시간에 주의해야 하며, 두바이의 경우 법원 운영시간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이나, 긴급사안은 오후 4~6시에 진행된다. 또 주요 클레임과 별개로 선박압류 신청서 제출이 가능하고, 법원 수수료도 감액될 수 있다고 했다.

개별 연사의 발표가 마무리된 후 패널 토론이 이어졌다. 오마르, 이종은 변호사, 하지원 변호사와 함께 삼성엔지니어링 근무 당시 아부다비로 파견되어 4년간 거주하며 중동지역의 법무를 총괄한 경험이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이대웅 변호사가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이종은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중동 진출 시 시도하는 현지법인(LLC) 및 지사(Branch) 설립과 관련하여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로컬스폰서(Local Sponsor) 문제에 주목했다.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UAE만을 한정할 때, 지사설립 시에는 현지 서비스에이전트가 반드시 필요하고, 현지법인 설립 시에는 법률에 따라 현지의 로컬스폰서(UAE 국적자 혹은 UAE 국적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가 해당 법인의 51% 지분을 반드시 소유해야만 한다. 이 조건만 놓고 보면 로컬스폰서는 본인이 보유한 51%의 지분에 따라 회사 수익에 따른 배당 및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실제 UAE내 현지법인 중 80%는 이러한 설립 시의 법적 요건만 맞추었을 뿐 실제 투자자와 로컬스폰서는 별도의 명의제공계약(Nominee Shareholder Agreement)을 통해 로컬스폰서는 매년 일정액(annual service fee)을 수령하는 조건으로 단순히 회사 설립 및 유지를 위한 명의만 제공할 뿐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수익배당도 받지 않도록 별도의 약정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러한 명의제공계약은 언제든지 별도의 위약금 혹은 전별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의제공 서비스는 해당 회사의 규모나 평판에 따라 연간 3만(한화 약 1000만원)에서 10만 디람(한화 약 3000만원) 정도에 시세가 형성되어 있고, 알타미미 역시 고객에 한해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도 현지법인의 형태로 중동진출을 고려하고 있고, 실제 자본투자의 의지가 있는 전략적 파트너와 함께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명의제공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 실제로 기존에 보유한 네트워크 및 노하우 등을 통해 설립될 합작법인에 공헌할 것이 분명한 로컬 파트너들의 경우에도 경영권 및 이익배당을 공유하기보다는 해당 서비스와 관련하여 별도의 용역계약(Consultancy Agreement) 등을 통해 계약 수주에 성공할 경우 일정 수준의 커미션을 지급받는 형태로 계약을 맺어 현지법인 운영에 탄력성을 부여하고 있다고 한다. 실제 자본투자를 하는 로컬스폰서의 경우도 얼마든지 이같은 방식의 협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UAE 인구의 90%가 외국인

이대웅 변호사는 중동내 기업들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Expat)의 높은 수준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로 UAE의 경우 전체 인구의 90%는 외국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종 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영국, 호주, 유럽, 캐나다, 미국 등지에서 온 전문인력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대웅 변호사에 따르면, 흔히 중동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 네트워크와 거래처와의 친밀한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지만, 만약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해당 분쟁의 해결은 기존의 관계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는 이 경우 한국 회사들이 사업 초기부터 향후 발생할 클레임에 대비하여 각종 문서화 작업을 사전에 준비해 놓지 않았다면 상대방이 준비해 놓은 자료에 당황할 수밖에 없고, 이미 그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분쟁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상대방의 논리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향후의 분쟁에 대비하여 문서작업을 철저하게 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원 변호사는 알타미미에서 경험하고 있는 현지의 수많은 공기업 및 외국계 기업들과 직접 현지기업의 법무실과 일한 경험을 들려주었다. 특히 유명 테마파크인 페라리월드(Ferrari World)와 포뮬러 원 그랑프리를 주최하는 야스마리나서킷(Yas Marina Circuit) 등 아부다비의 주요 공기업과 현지의 부동산 시행사 등의 법무실에 직접 파견되어 현지기업들의 법무실에서 근무했던 경험은 현지기업들의 법무실의 상대방이 되어야 할 한국 기업들의 사내변호사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앞서 말했듯 중동의 비즈니스 환경 자체가 이른바 Expat 주도형의 구조이다보니, 대부분의 회사들이 고급인력들에 대한 보수나 비용 등의 문제로 조직을 매우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고, 한국 기업들과 같이 서열과 직급 등을 중시하고 때로는 인력구조를 방만하게 운영하는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사내변호사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어 중동내 현지기업들의 사내변호사들은 매우 다양한 업무와 이슈들에 빈번하게 노출됨은 물론 단순한 법적 이슈에 대한 조언뿐만 아니라 리스크 매니지먼트 방안을 포함하여 실제 커머셜한 이슈들에도 의견을 내야 하는 상황이 많이 만들어지기에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사내변호사의 역할보다 확장된 업무범위와 근무강도를 겪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대신 비교적 법조인 경력 초기에 보다 많은 책임에 노출되며 조직내에서 상위 직급으로 승진할수 있는 기회들도 자주 부여받을 수 있다.

아랍어 모르는 변호사도 많아

일반적으로 중동내 현지기업의 사내변호사 하면 아랍어(Arabic)를 할 수 있어야 하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가 경험한 4곳의 현지기업의 법무담당 임원(General Counsel)은 한 명을 제외하고는 아랍어를 하지 못하는 변호사들이며, 영국, 뉴질랜드 등 영미법(Common Law) 국가에서 자격을 따고 경력을 쌓은 변호사들이었다. 하 변호사는 중동 대부분의 국가가 대륙법 국가인 상황에서 이렇게 영미법 계열의 변호사들이 중용된다는 사실은 중동기업들이 얼마나 철저하게 비즈니스 중심으로 기업을 운영하는지를 대변해주는 일례라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쳤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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