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중간생략등기로 명의신탁된 부동산 임의 처분해도 횡령죄 무죄"
[형사] "중간생략등기로 명의신탁된 부동산 임의 처분해도 횡령죄 무죄"
  • 기사출고 2016.05.21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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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전원합의체] "타인 재물 보관하는 자 아니야"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해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5월 19일 횡령 혐의로 기소된 안 모(58)씨에 대한 상고심(2014도6992)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판결 전문 보기)

재판부는 "부동산을 매수한 명의신탁자가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4조 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며 "따라서 명의신탁자로서는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질 뿐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수탁자 역시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직접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이전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아니하므로,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명의신탁자가 매매계약의 당사자로서 매도인을 대위하여 신탁부동산을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명의신탁자가 이러한 권리 등을 보유하였음을 이유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로 보아 민사상 소유권이론과 달리 횡령죄가 보호하는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라고 평가할 수는 없다"며 "명의수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신탁자를 사실상 또는 실질적 소유권자라고 형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이 명의신탁약정을 무효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효인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소유권의 상대적 귀속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이 없어서 부동산실명법의 규정과 취지에 명백히 반하여 허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과 그 밖의 물권을 실체적 권리관계와 일치하도록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하게 함으로써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투기 · 탈세 · 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 부동산 거래의 정상화와 부동산 가격의 안정을 도모하여 국민 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입법취지와 아울러, 명의신탁약정에 따른 명의수탁자 명의의 등기를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쌍방을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부동산실명법의 명의신탁관계에 대한 규율 내용 및 태도 등에 비추어 볼 때,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그 위탁신임관계를 근거지우는 계약인 명의신탁약정 또는 이에 부수한 위임약정이 무효임에도 불구하고 횡령죄 성립을 위한 사무관리 · 관습 · 조리 · 신의칙에 기초한 위탁신임관계가 있다고 할 수는 없고, 또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도 부동산실명법에 반하여 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적인 관계에 지나지 아니할 뿐 이를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명의신탁자가 매수한 부동산에 관하여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하여 명의수탁자와 맺은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신탁자는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을 가지지 아니하고,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에 위탁신임관계를 인정할 수도 없어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으므로,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및 매도인 3자 간의 법률관계는 물론이고 횡령죄의 보호법익 등을 고려할 때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의 구성요건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이상,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있다는 사정만을 내세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하는 것은 법치국가원리의 근간을 이루는 죄형법정주의 원칙과 이로부터 유래된 형벌법규의 유추해석금지 원칙에 배치되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달리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을 한 경우, 명의수탁자가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아 명의수탁자가 그 명의로 신탁된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명의신탁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한 2000도3463 판결 등은 폐기하기로 했다.

안씨는 2004년 7월 최 모씨로부터 서산시 성연면에 있는 답 9292m²의 2/4 지분을 매매대금 4억 9000만원에 강 모씨 등 4명과 공동으로 매수했다. 비용은 안씨가 1억 9000만원을, 강씨 등이 3억원을 부담하기로 합의하고, 추후 매도시 편의를 위해 강씨 등의 지분을 안씨 앞으로 명의신탁하여 2/4 지분에 대하여 안씨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했다.

이후 안씨는 2007년 심 모씨에게 6000만원을 빌리면서 공동 소유자인 강씨 등의 허락을 받지 않고 이 토지에 심씨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고 등기까지 해줬다. 이듬해에도 농협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고 토지에 근저당권 설정과 등기를 했다가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항소심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되자 상고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부동산실명법에 위반하여 타인의 명의를 빌려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처벌될 뿐만 아니라, 명의를 빌려 준 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더라도 향후 더 이상 횡령죄로 처벌받지 않게 되므로, 일반 국민으로서는 부동산실명법의 취지에 맞게 부동산을 실권리자 명의로 등기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명의신탁 유형별 유무죄 판단=대법원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의 횡령죄 여부를 따지면서 다른 유형의 명의신탁에서의 형사책임 문제도 소개하고, 이와 연관지어 볼 때도 중간생략등기 명의신탁에서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실명법 위반 명의신탁 관련 유 · 무죄 판단(대법원 판결)


대법원 판례(98도4347, 2011도7361, 2010도10515 판결 등)에 따르면,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가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가 소유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후 그 매매계약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에, 명의수탁자를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없고,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도 볼 수 없어 명의수탁자가 신탁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한 행위는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 및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그런데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 따라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는 대부분 명의신탁자와 명의수탁자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인식한 매도인의 협조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도인이 계약명의신탁약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른바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 앞으로 등기가 이전되는 경우와 등기 이전 등의 실질적인 과정에 유사한 면이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서 명의신탁약정이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인지 아니면 매도인 악의의 계약명의신탁인지를 구별하는 것은 다수의 재판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법률전문가에게도 쉽지 않은데, 그럼에도 명의수탁자의 신탁부동산 임의 처분행위에 대하여 계약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아무런 형사적 제재를 부과하지 않으면서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사안에서는 이와 달리 취급하여 계속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을 해칠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의 법 감정에도 맞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의 의견.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보아도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명의수탁자를 횡령죄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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