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대포통장 배달한 퀵서비스 기사에 집행유예
[형사] 대포통장 배달한 퀵서비스 기사에 집행유예
  • 기사출고 2016.05.19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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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지법] "보이스피싱 범죄 용이하게 해"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대포통장을 배달한 퀵서비스 기사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창원지법 서동칠 판사는 5월 12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퀵서비스 기사 A(54)씨에게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을 선고했다.(2015고단2776)

A는 2015년 4월 1일경 성명불상자로부터 전화상으로 "김해 또는 창원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수화물이 샘플인데 10개 이하는 25만원, 11~15개는 30만원, 16~20개는 35만원, 20개 이상은 40만원을 송금하여 줄 테니 이를 받아서 큰 박스에 넣어 'H상사'라고 기재한 후 안산시외버스터미널로 보내라'는 의뢰를 받아 12일 후인 4월 13일 오후 11시 40분쯤 김해시외버스터미널 주차장 내에서, 마찬가지로 위 성명불상자 및 그의 공범들로부터 대출을 받게 해 주겠다는 등의 이유로 속아 김해시외버스터미널로 도착한 13개의 통장 또는 카드가 들어 있는 수화물을 성명불상자에게 전달하여 주기 위하여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와 그의 변호인은 "수화물을 보관할 당시 그 안에 들어 있던 물건이 체크카드 또는 통장 등의 접근매체라는 사실을 몰랐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그러나 "성명불상자는 피고인에게 자신의 인적사항이나 H상사의 주소를 전혀 밝히지 아니하였고, 2015년 4월 2일부터 13일까지 피고인에게 25~40만원을 송금하는 사람의 이름이 자주 바뀌었으며, 성명불상자가 피고인에게 수화물이 단순히 샘플이라고 하였을 뿐 무슨 샘플이라고 전혀 말하지 아니하였고, 성명불상자가 수화물을 발송하는 사람들로부터 정상적인 물품을 받는 것이라면 H상사의 주소지로 물품을 받으면 충분한데 피고인에게 거액의 일당을 주며 위와 같이 번잡한 방법으로 물품을 받을 이유가 전혀 없었으며, 피고인이 김해 또는 창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령하는 수화물이 대부분 종이 또는 서류봉투였고, 피고인은 김해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는 시외버스의 운전기사로부터 수화물을 수령한 후 피고인이 주차하여 둔 차량까지 수화물을 들고 갔으므로 그 무게 등에 비추어 통장 또는 카드 외에 다른 물건이 들어있다고 생각하기 어려웠으며, 피고인이 수령하는 수화물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김해 또는 창원으로 발송되는 것으로서 성명불상자가 수화물을 발송하는 사람들에게 안산에 있는 H상사로 보내지 아니하고 김해 또는 창원시외버스터미널로 보내라고 할 이유가 전혀 없었고, 수화물의 받는 사람으로 H사로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령자의 이름이 매번 달랐으며 특히 'D건설 박 모 차장'이라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 등 피고인이 성명불상자의 지시에 의하여 김해 또는 창원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령하는 수화물이 통장 또는 카드임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서 판사는 특히 "이른바 대포통장을 이용한 보이스피싱 범죄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고 통장 등 접근매체 양도행위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은 언론 등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으며, 나아가 피고인은 범행 당시 10년 가까이 퀵서비스업을 하고 있었고 수년 전에는 보이스피싱 범죄에 사용된 통장을 배달한 일로 경찰서의 소환조사까지 받은 적이 있어 위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으로서는 자신이 보관한 수화물이 통장 또는 카드 등의 접근매체임을 알았거나 적어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를 용인하면서 보관하였다고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A에게 적용된 법조는 전자금융거래법 49조 4항 2호와 6조 3항 2호. 누구든지 전자금융거래에 있어서 거래지시를 하거나 이용자 및 거래내용의 진실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사용되는 접근매체를 사용 및 관리함에 있어 대가를 수수 · 요구 또는 약속하면서 접근매체를 보관 · 전달 · 유통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서 판사는 "피고인의 행위는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여 사회적 해악이 매우 큰 보이스피싱 범죄를 용이하게 하는 것으로서 죄가 가볍지 아니하다"고 양형사유를 설명했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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