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 "신혼여행서 도망간 네팔 신부…결혼중개업자가 중개료 30% 돌려주라"
[가사] "신혼여행서 도망간 네팔 신부…결혼중개업자가 중개료 30% 돌려주라"
  • 기사출고 2016.04.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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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지법] 손해배상청구는 기각
국제결혼 중개업자의 소개로 한국 남자와 결혼한 네팔인 신부가 신혼여행 다음 날 신혼여행을 위해 가져온 현금과 여행가방 등을 모두 가지고 숙소에서 사라졌다. 법원은 중개업자에게 결혼중개료의 30%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제주지법 이승훈 판사는 3월 25일 A씨가 제주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을 하는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2015가단9684)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결혼중개료의 30%인 390만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제주에 사는 A는 2014년 3월 B와 국제결혼 중개를 의뢰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중개료 1300만원을 B에게 지급했다. A는 B의 중개로 네팔로 출국하여 같은해 4월 네팔인 여성 C와 결혼하고 귀국하여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C가 같은해 12월 한국에 입국하여 A와 결혼식을 올리고 서울로 신혼여행을 떠났으나, 신혼여행 다음 날 A가 잠든 사이 A의 휴대폰에 저장된 결혼사진을 모두 삭제하고 신혼여행을 위해 가져온 현금과 여행가방 등을 모두 가지고 숙소에서 사라졌다.

A는 경찰서에 피해사실을 신고하고, C를 상대로 혼인무효확인소송을 냈다. C의 아버지는 C가 서울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호텔을 떠나겠다고 전화한 사실이 있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여 제출했다. C는 현재까지 한국에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한편 B는 A와 C의 맞선을 주선할 때 A에게 C의 건강진단서, 혼인경력서, 범죄경력서 등 국가공증인서류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기소돼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같은 이유로 제주시장으로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에 A가 "개인신상정보를 제공받지 못하여 C가 혼인의사 없이 한국에 체류할 목적으로 원고와 결혼을 한다는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B를 상대로 2800여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계약은 피고가 원고에게 국제결혼을 중개하고, 결혼을 위한 출입국 업무를 비롯하여 혼인의 성립에 필요한 주선업무를 이행한 후 그 대가로 원고로부터 보수를 지급받는 일종의 민법상 위임계약"이라며 "위 계약상 수임인인 피고는 원고와 약정한 바와 같이 네팔 여성 사이에 혼인을 성립시켜줄 의무가 있고, 여기서 '혼인의 성립'이란 국제결혼이 성사된 후 외국인 배우자가 한국에 입국하여 실질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는 계약서 10조에 근거하여 외국인 신부가 한국에 입국하여 A에게 인도되면 계약은 종료되고 B의 책임도 종료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외국인 신부가 물건이 아닌 이상 일반적인 물건의 매매, 중개계약과 같이 외국인 신부가 한국에 입국하여 회원에게 인도된다고 하여 피고의 책임이 종료된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결혼중개계약은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살아온 중개계약의 이용자와 상대방이 서로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국제결혼중개업자의 주선으로 만나 가정을 이루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되어 가정을 이루어야만 위임계약이 완료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밝히고, "나아가 여기에서 말하는 '실질적인 결혼생활'이란, 당사자 사이에 사회관념상 부부라고 인정되는 정신적 · 육체적 결합을 생기게 할 의사의 합치라는 주관적 요건 및 사회관념상 가족질서적인 면에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라는 객관적 요건이 모두 갖추어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C가 한국에 입국하여 원고와 결혼식을 올리고 불과 일주일도 되지 않아 가출한 점 ▲C는 위와 같이 가출한 후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고, 원고와 아무런 연락도 한 적이 없는 점 ▲C가 가출한 것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것이었다고 볼만한 자료가 없는 점 ▲C의 아버지가 작성한 진술서에 따르면 C는 서울에서 돈을 벌 목적으로 입국한 것이고, 향후 A와 혼인생활을 할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C에게 원고와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거나, 원고와 사이에 혼인생활의 실체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결국 원고와 C 사이에 실질적인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가 가출한 이후에도 B의 계약에 정한 수임사무는 완료되지 않았고, 다만 계약은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의사표시가 담긴 소장 부본이 B에게 송달됨으로써 중도에 해지되었다"며 "계약에 정한 수임사무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고에게 책임 없는 사유로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상 피고는 원고에게 이미 지급받은 결혼비용 및 중개수수료에서 민법 688조 1항에 정한 필요비에 상당한 결혼비용과 민법 686조 3항에 정한 수임인이 이미 처리한 사무의 비율에 따른 보수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국인 배우자가 입국하여 실질적인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것은 계약의 최종 목적에 해당되는 사항으로 혼인 당사자인 원고에게 있어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기는 하나, 그 계약이 완료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책임에 관한 귀책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B에게 전적으로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한 점 ▲계약에 따르면 원고는 본인의 결혼에 필요한 행사비용을 직접 집행하고 피고는 일정안내 및 신부 맞선소개, 서류수속을 책임지고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A는 B에게 행사비용의 대리집행을 의뢰할 수 있고, 이때 행사비용은 1100만원인데, A는 비용을 자신이 집행한 것이 아니라 B에게 행사비용을 지급하고 B가 이를 지출하도록 용인했고, 원고가 피고와 함께 네팔에 가서 C를 만나 결혼을 하고 귀국하는 과정, 한국에 입국하여 결혼식을 올리는 과정에서 C에게 상당부분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볼 때, "피고가 정당하게 지출한 비용 및 적정한 보수는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결혼비용 및 중개수수료 등의 합계 1300만원의 70%에 해당하는 910만원 정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따라서 피고는 원고에게 원고로부터 지급받은 결혼중개비용 1300만원 중 910만원을 뺀 나머지 39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가 결혼중개업법 10조의2 1항에서 정한 신상정보제공의무를 위반하여 C에 관한 신상정보를 (원고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만으로 C가 원고와의 혼인관계를 파기하고 가출한 데에 피고의 귀책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 A의 B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은재 기자(eunjae@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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