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로펌을 상대로 제안서를 받았는데 수임료가 로펌마다 달랐다.
A로펌이 1억원, B로펌이 4천만원, C로펌이 3천만원을 써냈다고 한다.
대형 법률회사들 사이에 수임료를 둘러싼 이른바 가격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덤핑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법률회사들 사이의 수임료 인하 경쟁이 여러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린다.
위에 소개한 사건은 역설적으로 가장 높은 금액을 써 낸 A로펌에 돌아갔는데, “의뢰한 회사에서 다른 로펌이 제시한 가격을 보여주며 수임료를 깍아 달라고 하는 바람에 조금 양보할 수 밖에 없었다”고 A로펌 관계자는 법률 회사간 가격인하 경쟁에 우려를 나타냈다.
또다른 로펌 관계자는 “우리 계산으론 분명 손해인데 싼 가격으로 제안서를 내는 경우가 있다”며 “법률서비스는 인적 능력과 서비스의 질이 중요한데 수임료가 가장 중요한 고려요소중 하나가 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로펌 변호사들뿐만 아니라 이보다 규모가 적은 중소 법률사무소나 개인변호사들도 대형 법률회사들 사이의 가격 인하 경쟁이 불만스럽다는 분위기다.
규모가 작아 덩치 큰 법률회사가 맡기엔 적절하지 않은 사건마저 저렴한 수임료를 앞세운 이들에게 잠식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서초동의 한 개인변호사는 “덤핑이 계속되면 결국 다 망하게 돼 있다”며 “개인변호사 사무실의 이점중 하나가 로펌에 비교해 볼 때 비교적 저렴한 수임료라고 할 수 있는데, 로펌들이 낮은 수임료를 제시하며 개인변호사가 할 일마저 쓸어가 버리면 정말 곤란하다”고 정색을 했다.
의뢰인 입장에서 볼 때 수임료가 싼 게 꼭 유리한 것만도 아닌 것 같다.
법률서비스의 속성상 지나치게 낮은 수임료는 곧 부실한 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중소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기준 이하의 낮은 수임료란 결국 법률회사 입장에서 보면 출혈수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부실한 변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지 않겠느냐”고 지적한다.
로펌의 또다른 변호사는 “ 외국 로펌에겐 달라는 대로 다 주면서 국내 법률회사에 대해서는 입찰이니 뭐니 하며 수임료를 깍으려 드는 국내 기업들의 태도도 문제”라며 “ 그러다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결과를 당해봐야 정신을 차릴 것”이라고 했다.
적정 규모 이상으로 지나치게 많은 수임료를 받는다면 이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터무니없이 낮은 수임료도 의뢰인을 위해서나 공급자인 법률회사를 위해서나 권장할 일은 아닐 것이다.
어려운 이론을 생각할 것도 없이 덤핑은 곧 시장의 왜곡으로 나타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지만 어느 변호사의 지적처럼 ‘모두가 망하는 식’의 출혈 경쟁만큼은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본지 편집국장(jwkim@legaltimes.co.kr)
저작권자 © 리걸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