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하면 무효"
[민사] "형사사건 성공보수약정하면 무효"
  • 기사출고 2015.07.25 23:0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 전원합의체 판결]"민법 103조 위반…민사는 유효" 형사변호 보수체계 큰 변화 예상
앞으로 형사사건 변호사는 성공보수를 못 받게 된다. 향후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라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형사사건에서의 변호사 보수체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만 종래에 체결된 성공보수약정은 변호사나 의뢰인 모두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였던 가운데 체결된 것이 현실이고, 민법 103조 위반 여부는 법률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 원칙이므로 무효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으로 체결되는 형사사건의 성공보수약정만 무효라는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7월 23일 허 모(52)씨가 "성공보수로 지급한 1억원이 너무 과다하여 무효이니 반환하라"며 변호사 조 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2015다200111)에서 "향후 형사사건에 관하여 체결되는 성공보수약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어 민법 103조에 의해 무효이나, 종래 이루어진 보수약정의 경우에는 보수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103조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시하고, 피고의 상고를 기각, "1억원의 성공보수약정 중 6000만원을 초과하는 4000만원 부분은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이므로, 피고는 원고에게 4000만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금까지는 형사 성공보수약정도 원칙적으로 유효하고, 다만 약정된 보수액이 부당하게 과다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내의 보수액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하였다.(대법원 2009. 7. 9. 선고 2009다21249 판결 등)

허씨의 아버지는 2009년 10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긴급체포된 후 구속됐다. 허씨는 2009년 10월 조 변호사를 아버지의 변호인으로 선임하고, 약정 당일 선임착수금으로 1000만원을 지급하며, 성공사례금 항목에 '석방조건 사례비 지급하되, 추후 약정하기로 함'이라고 기재한 형사소송선임약정서를 작성했다.

허씨의 아버지는 '상습으로 총 57회에 걸쳐 합계 1억 60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절취했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1심 공판이 계속 중이던 같은해 12월 보석허가결정을 받았는데, 보석허가결정을 받기 전, 허씨는 조 변호사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 허씨의 아버지는 2010년 5월 1심에서 공소사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의 형이 선고되자 이에 불복하여 항소하면서 다른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으나,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이 선고됐고, 2010년 9월 확정됐다. 허씨가 "성공보수 1억원이 너무 과다하다"며 조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민사사건은 대립하는 당사자 사이의 사법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쟁송으로서 그 결과가 승소와 패소 등으로 나누어지므로 사적 자치의 원칙이나 계약자유의 원칙에 비추어 보더라도 성공보수약정이 허용됨에 문제가 없고, 경제적 형편으로 변호사보수를 지급할 형편이 되지 않는 사람이 성공보수약정을 통하여 변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존재 이유를 찾을 수 있으나, 형사사건의 경우에는 재판결과에 따라 변호사와 나눌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법원은 피고인이 빈곤 그 밖의 사유로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는 국선변호인을 선정하여야 하므로, 성공보수약정을 민사사건의 경우와 같이 볼 수 없다"며 "결국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가져오는 여러 가지 사회적 폐단과 부작용 등을 고려하면, 비록 구속영장청구 기각, 보석 석방, 집행유예나 무죄 판결과 같이 의뢰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어내기 위한 변호사의 변론활동이나 직무수행 그 자체는 정당하다 하더라도,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수사 ·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그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하고, 의뢰인과 일반 국민의 사법제도에 대한 신뢰를 현저히 떨어뜨릴 위험이 있으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은 무효라는 취지이다.

재판부는 그러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는 부단히 변천하는 가치관념으로서, 어느 법률행위가 이에 위반되어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는데, 그동안 대법원은 수임한 사건의 종류나 그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공보수약정이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취지의 견해를 보여왔고, 대한변호사협회도 1983년에 제정한 '변호사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형사사건의 수임료를 착수금과 성공보수금으로 나누어 규정하였으며, 위 규칙이 폐지된 후에 권고양식으로 만들어 제공한 형사사건의 수임약정서에도 성과보수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놓고 있었고, 이에 따라 변호사나 의뢰인은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 내지 그 문제점이 약정의 효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그 결과 당사자 사이에 당연히 지급되어야 할 정상적인 보수까지도 성공보수의 방식으로 약정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종래 이루어진 보수약정의 경우에는 보수약정이 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민법 103조 위반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려우나, 대법원이 이 판결을 통하여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음을 명확히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향후에도 성공보수약정이 체결된다면 이는 민법 103조에 의하여 무효로 보아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과 관련, "원고와 피고 사이에 허씨 아버지의 석방을 조건으로 체결된 약정은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으로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고 볼 측면이 있고, 다만 위 성공보수약정은 대법원의 견해 표명 전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그 약정사실만을 가지고 민법 103조에 위배되어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원심이 1억원의 성공보수약정 중 6000만원을 초과하는 4000만원 부분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게 과다하므로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수긍할 수 있고, 보수금약정에 관한 법리오해의 잘못은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로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지금까지 반세기 넘게 유지되어 온 형사사건에 관한 성공보수약정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착수금-성공보수'라는 형사변호사 보수체계도 더 이상 활용될 수 없게 되어 성공보수를 착수금에 포함시켜 받는 등 변화가 예상되나 성공보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대법원은 변호사보수의 과다논쟁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대한변협은 그러나 즉각 성명을 내고,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의 과도한 성공보수 문제에서 초래된 국민의 불신을 불식시키기 위해 성공보수를 철폐하는 것은 형사 사건수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변호사들의 얼마 되지 않는 수입마저 빼앗는 것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우(愚)를 범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변협은 "성공보수제도가 변호사 100년의 역사에서 인정받은 것은 변호사가 최선의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담보로서의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대법원이 성공보수의 부정적 측면만 보고 변호사의 공익적 지위를 형식적으로 내세워 성공보수를 인정해온 기존의 판결을 뒤집고 성공보수약정 전부를 반사회적 행위로 보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무리한 형식논리적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일찍부터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약정이 변호사 직무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침해하거나 사법정의를 훼손할 우려가 있어 공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금지하고 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