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예정대로 진행하라"…표대결 불가피
[M&A]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예정대로 진행하라"…표대결 불가피
  • 기사출고 2015.07.0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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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지법] 엘리엇이 낸 가처분 각하 · 기각"비율 정당, 총수 일가 위한 합병 자료 없어"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저지하기 위해 낸 가처분 신청이 각하 또는 기각됐다. 이에 따라 합병 승인을 위한 삼성물산 주주총회가 7월 17일 예정대로 열릴 것으로 보이며, 엘리엇은 의결권 대결에서 이겨야만 합병을 저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가처분을 통한 주총 저지는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용대 수석부장)는 7월 1일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삼성물산의 등기이사 7명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사건(2015카합80582)에서 등기이사 7명에 대한 신청은 각하하고, 삼성물산에 대한 신청은 모두 기각했다.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에 관한 이사회 결의를 하고 합병계약을 체결한 후인 5월 26일 그 내용을 공시하자 6월 9일 합병 승인을 위한 주총 소집통지금지, 결의금지, 합병계약서를 승인하는 내용의 결의가 이루어질 경우 그 결의의 효력정지, 집행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자 삼성물산은 이틀 후인 6월 11일 주총에서의 의결권 확보를 위해 자사주 전부를 KCC에 처분했으며, 7월 2일 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공고가 예정되어 있다.

이 사건은 특히 김앤장 출신의 최영익 변호사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넥서스가 엘리엇을 맡고, 삼성물산 측은 김앤장이 대리해 김앤장 출신과 김앤장의 대리전으로도 화제가 됐다.

재판부는 이날 ▲등기이사 7명에 대한 신청의 적법 여부 ▲합병비율의 불공정 여부 ▲합병목적의 부당성 여부 ▲금반언 원칙 위반 여부 등 모두 6개 쟁점에 대해 상세한 판단을 공개했다.

첫째 등기이사 7명에 대한 신청의 적법 여부. 재판부는 "2009년 1월 30일 상법 개정으로 상장회사 특례조항이 상법으로 편입되면서, 구 증권거래법에 없던 상법 542조의2 2항이 신설되어 '이 절은 이장 다른 절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 이는 원칙적으로 선택적 적용을 부정하면서 특례조항이 일반조항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는 취지의 조항으로 보인다"고 전제하고, "또한 주식거래가 용이한 상장회사에서는 주식을 취득하여 바로 소수주주권을 행사한 후 이를 처분하는 식으로 소수주주권이 악용될 우려가 있어서 비상장회사와 달리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에 보유기간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이 등기이사 7명에 대한 가처분신청의 피보전권리로 주장한 상법상 유지청구권과 관련, 상법 402조(일반조항)는 '발생주식 총수의 100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가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상법 542조의6 5항(상장회사 특례조항), 상법 시행령 32조는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인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발행주식 총수의 10만분의 2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보유한 자'가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 상장회사 주주의 경우 둘 중 어느 한 조항의 요건만 갖추면 유지청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선택적 적용 긍정), 특례조항의 요건을 갖추어야만 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선택적 적용 부정)가 문제되어 왔다.

재판부는 그러나 선택적 적용을 부정하고 삼성물산과 같은 상장회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특례조항만 적용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판시한 것이다. 재판부는 "엘리엇은 특례조항의 보유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으므로, 특례조항에 따라 유지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는 자"라며 유지청구권을 피보전권리로 한 등기이사 7명에 대한 신청은 모두 부적법하여 각하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합병비율의 불공정 여부와 관련, "주권상장법인 간 합병에 있어서 자본시장법 및 그 시행령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합병가액 산정의 기준이 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에 의하여 형성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자본시장법 시행령 176조의5 1항 1호에서 계열회사 간 합병의 경우 그 합병가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100분의 10 범위에서 할인 또는 할증을 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사정을 고려하여 할인 또는 할증 여부 및 그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는 취지의 규정으로 보이므로, 자율에 맡겨져 있는 할인 또는 할증을 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의 산정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삼성물산의 공정가치는 100,597원~114,134원, 제일모직의 공정가치는 63,353원~69,942원인데, 이 사건 합병 기산일 무렵 삼성물산의 주가는 너무 저가이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너무 고가인바, 이를 토대로 산정한 합병비율은 현저히 볼공정하다"는 엘리엇의 주장에 대해, "회사의 주가는 수익성, 성장성, 보유자산, 경영진, 노사관계, 규제환경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어 결정되는 것이고, 상장회사의 경우 공개시장에서 다수 투자자들이 위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여 자유로운 거래를 한 결과 그 주가가 형성되는 것이므로, 공개시장의 주가가 해당 상장회사의 일정시점에 있어서의 가치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반영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따라서 공개시장의 주가와 무관하게 일정한 가정 아래 회사에 관한 제한된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특정한 값을 함부로 회사의 적정주가 또는 공정가치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엘리엇이 공정가치의 근거자료로 제시한 자료는, 회계법인이 기업실사 등 심층적 조사를 거치지 않은 채 일정한 가정 및 계산방식에 따라 산정한 두 회사의 적정주가를 제시한 자료에 불과하고, 위 각 자료에서 제시한 적정주가는 삼성물산, 제일모직이 상장된 후 공개시장에서 한 번도 거래된 적이 없는 가격이며, 위 각 자료는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산정되도록 평가된 자료라고 볼 여지도 있다"며 "따라서 위 각 자료만으로 엘리엇이 주장하는 공정가치가 삼성물산, 제일모직의 적정주가이고 이 사건 합병 기산일 무렵 공개시장의 주가는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합병 기산일 무렵 삼성물산의 주가는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가치 등 순자산가치에 비하여 턱없이 낮고, 제일모직의 주가는 그 순자산가치에 비하여 턱없이 높아서, 이를 토대로 산정한 합병가액 및 합병비율은 현저히 불공정하고, 합병 기산일은 특히 삼성물산에 불리한 시점인데, 이를 기산일로 선택해 산정한 합병비율은 현저히 불공정하다"는 엘리엇 측 주장에 대해, "회사의 보유자산은 주가를 형성하는 여러 요소 중 하나에 불과, 실제 PBR이 1.0 미만이거나 3.0 초과인 상장회사도 다수 있고, 주가가 순자산가치에 미치지 못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주가에 기초한 합병비율의 산정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고, 회사의 가치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고 이와 관련된 지표인 주가 역시 본래 시시각각 변동하는 것이며 일반적으로 이를 예측하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할 때, 과거의 특정 시점에 실제 기산일보다 회사에 유리하였을 것이란 사정만으로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엘리엇은 "제일모직이 상장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주가를 신뢰할 수 없고, 보호예수기간 중의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하도록 허용하여서는 안 되므로, 기산일 무렵의 제일모직 주가를 토대로 산정한 합병비율은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주장도 폈다. 재판부는 그러나 "관련 법령에서 상장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 해당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지 않고, 상장 후 일정기간이 지나야만 주가가 회사의 객관적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고 단정할 근거도 없다"며 "보호예수는 최대주주 등의 지분매각에 따른 주가급락으로부터 소액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일 뿐, 신규상장법인의 합병을 막거나 그 합병가액의 산정기준을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므로, 보호예수기간 중의 주가라는 사정만으로 합병가액 산정기준으로 삼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다"고 밝혔다.

다음은 합병목적의 부당성 여부. 재판부는 "합병이 공시된 직후 삼성물산의 주가가 상당히 상승하는 등 시장에서 합병에 대하여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 점에 비추어 보면, 합병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에게는 손해만 주고, 제일모직 및 그 주주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삼성물산 경영진이 삼성물산 및 그 주주의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 및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하여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금반원의 원칙 위반 여부에 대해서도,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이 합병을 고려하거나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확언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고, 엘리엇과 삼성물산 사이에 2015년 2월 4일부터 같은해 4월 21일까지 수차례 서신이 오갔으나 삼성물산이 보낸 서신 중 엘리엇의 주장과 같은 확언을 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양측이 2015년 4월 9일자 회의를 한 것은 맞지만, 회의록 등 삼성물산의 확언을 소명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며 "상장회사인 삼성물산이 대외비로 관리되었으리라 보이는 합병 계획의 유뮤에 관한 정보를 엘리엇에게만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여 알려줄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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