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시 성적 공개 요구는 "학벌 극복하고 능력 검증받자는 다수 변시 합격자들의 절규"
변시 성적 공개 요구는 "학벌 극복하고 능력 검증받자는 다수 변시 합격자들의 절규"
  • 기사출고 2015.07.0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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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호 재판관의 위헌 보충의견 화제 "능력보다 배경, 인맥 작용 의혹 낳아"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도록 한 변호사시험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헌재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7명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헌법에 따르면, 위헌결정에는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하는데 모두 7명이 찬성한 것. 특히 위헌결정에 찬성하면서도 법정의견 즉, 다수의견에 보충의견을 낸 조용호 재판관의 위헌 찬성 이유가 많은 사람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4월 19일 조용호 헌재 재판관이 취임하며 취임사를 하고 있다.
충남 출신으로 서울 중앙고, 건국대 법학과를 나온 조 재판관은 1973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으며, 2013년 3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재판관으로 지명됐다. 변시 성적 비공개 위헌 결정문에 나오는 조 재판관의 보충의견을 전문 그대로 전재해 소개한다.

나는 변호사시험법의 전제가 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 · 운영에 관한 법률'(2007. 7. 27. 법률 제8544호)이 국민적 합의 없이 2007년 당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사이에 사립학교법 개정과 연계하여 갑자기 통과시킨 법률임을 상기하면서,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하여도 그 시험성적을 공개하여야 한다는 법정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아래와 같이 밝힌다.

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가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와 동일한 비교집단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형식논리적인 논의를 떠나, 현재의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가 종래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범하였고 사회적으로 늘 비교의 대상이 되므로 양 체제의 실질적인 비교검토를 통하여 변호사시험성적 비공개의 문제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법조인을 배출 · 양성하는 제도였던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서는 모두 그 성적과 석차가 공개되었다. 이때는 이른바 명문대와 비명문대, 수도권대와 지방대라는 서열구조에 관계없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희망하는 법조직역 또는 취업시장으로 진출하였고, 법원 · 검찰 및 주요 법무법인이나 법률사무소 등에서는 이를 기초로 하여 판 · 검사를 임용하고 변호사를 채용하였다. 학벌이나 집안, 배경, 인맥 등과 관계없이 그 능력(사법시험 및 사법연수원 성적)에 따라 역전의 기회가 보장되는 상황이었다.

위 체제는 우리 국민 대다수가 인정하는 계층 이동의 기회이자 공정한 경쟁의 대명사였고, 따라서 위 체제에서는 적어도 선발과정과 시험 및 평가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었으므로 위 제도가 시행되는 동안 어느 누구로부터도 한 점 의혹이 제기됨이 없었고 모두가 그 결과에 승복하였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에서는 출발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의 간판에 의해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됨으로써, 이 체제가 출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부터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전형 과정의 불투명성과 고비용 및 변호사로서의 실력 저하 등으로 인해 불합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오고, 그 결과 평가기준의 객관성 및 채용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으며, 현대판 음서(蔭敍)제라는 비아냥까지 받기에 이르렀다.

변호사시험은 법조인으로서의 전체적인 능력과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유효하고도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다. 법학전문대학원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방증할 또 하나의 지표인 변호사시험성적을 공개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 현행 시험성적 비공개 방식에 따르면 변호사로서의 능력을 측정할 객관적이고도 공정한 기준이 없어 각종 채용 과정에서 변호사로서의 능력보다는 지원자의 학벌이나 집안, 배경, 인맥 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날과 같은 자유경쟁사회에서 패자(敗者)가 실력이 아니라 학벌, 제도, 부모를 탓하는 사회구조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는 변호사시험성적이 공개되지 아니하여 결과에 승복하지 못하는 구조로 되어가고 있는 점에서 크게 우려 된다. 이는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의 미래를 위하여도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변호사시험의 높은 합격률(매년 전체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정원 대비 75% 이상)과 시험성적 비공개는 법학전문대학원을 기득권의 안정적 세습수단으로 만든다는 비판도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회적으로 사법시험 존치 또는 예비시험 제도가 논의되고 있음을 상기하여야 한다. 나아가 1971년에 로스쿨제도를 도입하였다가 1984년 이를 폐지하고 다시 사법시험제도로 회귀한 독일의 사례와 우리와 유사한 법학전문대학원-신사법시험체제가 이미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가 내려지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위와 같은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와 법학전문대학원-변호사시험 체제의 차이는 여러 가지 요인에서 비롯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시험성적의 공개 또는 비공개라는 결과의 공정성, 평가 기준의 객관성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나. 나아가 심판대상조항은 국내의 다른 자격시험이나 외국의 입법례와 비교할 때에도 합당한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는 변리사, 공인회계사, 관세사, 세무사 및 의사, 한의사, 약사 등 다양한 자격을 부여하기 위해 실시되는 시험제도가 존재하고, 과거의 외무고시 및 행정고시나 입법고시와 같은 공무원 임용시험도 있다. 현재 이들 자격시험 또는 임용시험에서는 거의 대부분 합격자를 포함한 응시자들이 자신의 성적을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여러 중요한 자격시험 또는 임용시험 중에서 왜 유독 변호사시험에서는 시험성적을 비공개로 하여야 하는지, 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만 자기 성적에 관한 정보가 전적으로 차단되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이유가 제시되지 않고 있다. 변호사시험성적의 비공개가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이 충실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변호사시험성적의 공개 여부에 따라 법학전문대학원 교육과정의 충실성 여부가 갈린다면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방법이나 운용과정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다. 반대의견에서는 변호사시험성적이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업성과를 측정 · 반영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로서 채용과 선발의 객관적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변호사시험을 법학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시행하도록 하고 있는 변호사시험법 제2조의 규정 취지를 도외시하는 것이고, 결국 변호사시험 자체의 존재의의를 부인하는 셈이 된다.

법정의견에서 변호사시험성적을 공개하여야 한다는 취지는 과거 사법시험-사법연수원 체제에서와 같이 임용이나 채용에 있어서 변호사시험성적만으로 선발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 응시자(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전문적인 지식 · 경험 · 자질,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교육과정이나 학점 등과 같은 여러 가지 평가요소 외에도 객관적인 평가지표가 될 수 있는 변호사시험성적도 또 하나의 요소로서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자는 취지이다. 반대의견에서 채용자가 자신이 원하는 인재를 채용하기 위하여 독자적인 평가시험을 포함한 여러 가지 다양한 요소를 참작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하면서도, 유독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으로 보이는 변호사시험성적만은 반영요소로서 허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는, 법학전문대학원 제도가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 제도임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수긍하기 어렵다.

라. "합격 여부만을 알려주고 성적은 비밀에 부치는 시험. 불합격하지 않는 한 응시자 본인도 자기 점수를 알 수 없는 시험. 세상에 이런 시험이 있을까?"라는 어느 일간지 칼럼의 조소(嘲笑)는 오히려 변호사시험성적을 통하여 학벌을 극복하고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받고자 하는 다수의 변호사시험 합격자들의 절규(絶叫)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하여 시험성적의 공개를 막고 있는 심판대상조항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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