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원금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을 '안정적 · 고수익' 상품으로 설명…투자 손실 40% 배상하라"
[금융] "원금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을 '안정적 · 고수익' 상품으로 설명…투자 손실 40% 배상하라"
  • 기사출고 2015.03.23 10:1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중앙지법] 우리은행에 패소 판결"투자자에 대한 보호의무 위반"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하면서 정기예금과 같이 안정적이고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한 은행과 은행 직원에게 투자손실의 40%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은행의 고객보호의무 위반으로 인한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재판장 이인규 부장판사)는 1월 9일 가정주부 김 모(47)씨가 "특정금전신탁상품을 판매하면서 정기예금과 같이 이자가 되고 안정성이 있으며 연 8%의 수익이 가능한 것처럼 설명해 2억원을 잃었다"며 우리은행과 은행 직원 A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2013가합70946)에서 은행 측에 40%의 책임을 인정, "피고들은 각자 원고에게 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씨는 남편과 함께 2007년 7월 말경 우리은행 지점의 부지점장인 A씨로부터 특정금전신탁에 가입할 것을 권유받았다. 이 특정금전신탁은 우리은행이 자산운용사인 하나USB가 운용하는 부동산펀드의 수익증권에 투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금융상품으로, 신탁재산의 운용실적에 따라 이익배당이 달라질 수 있고 원본에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이다. 그러나 A씨는 김씨 등에게 가입을 권유하면서 '정기예금과 같이 이자가 되고 안정성이 있다. 이자율은 8%다. 확실하다. 좋은 상품이라서 빨리 마감될 것이다'라는 취지로 설명했고, 이에 김씨는 만기가 2009년 2월 14일이고, 신탁금액이 각 1억원인 두 계좌에 가입했다.

그러나 A씨는 만기인 2009년 2월 14일 무렵 김씨의 해지 문의를 거절하고 만기를 2010년 2월 14일까지로, 이어 2010년 8월 12일로 다시 만기가 연장되었다고 통지하였다가 2010년 7월 14일경 '이 사건 펀드의 관련 시공사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게 되어 사업추진이 불가능하게 되었고 채권회수업무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김씨에게 발송, 김씨가 신탁금액 2억원을 회수하지 못하자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구 간접투자자산운용법 26조에 따라 투자신탁 수익증권 판매 업무를 영위하는 은행 임직원이 고객에게 수익증권의 매수를 권유할 때에는 그 투자에 따르는 위험을 포함하여 당해 수익증권의 특성과 주요내용을 명확히 설명함으로써 고객이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객을 보호하여야 할 주의의무가 있고, 이러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결과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한 때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성립하고, 이 경우 고객에게 어느 정도의 설명을 하여야 하는지는 당해 수익증권의 특성 및 위험도의 수준, 고객의 투자경험 및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며 "이 사건에 있어 피고들이 직접 펀드의 수익증권을 판매한 것은 아니나, 피고 은행이 위 수익증권에 투자할 목적으로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한 이상, 위 특정금전신탁 계약에 있어서도 수익증권의 판매에서와 동일한 주의의무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는 위 특정금전신탁의 내용이 기재된 거래신청서, 계약서 등은 교부받지 못하였고 단지 신탁통장만 교부받았는데, 위 신탁통장은 일반 예금통장과 매우 유사한 양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그 표지에도 '저축성통장'이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었던 사실 ▲금융감독원의 조사결과, 피고 은행이 이 사건 펀드에 관한 위 특정금전신탁 상품을 판매함에 있어서 연 8% 내외의 고수익이 가능하고 원리금 상환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하는 등 구체적인 근거 없이 위 상품이 안정적이고 고수익이 가능한 것처럼 현혹적인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된 사실 ▲또한 피고 은행은 펀드의 투자대상이었던 부동산개발사업의 사업성이 현저히 악화된 시점에서도 만기 연장에 동의하지 않은 원고 등 고객의 신탁기간을 일방적으로 연장하는 등 신탁재산을 부당하게 운용하여 손해를 확대시킨 사실 ▲원고는 특정금전신탁 가입 이전에는 가입금액 1000만원의 채권형펀드 또는 가입금액 30만원의 주식채권혼합펀드에 가입한 경험만 있었던 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 A씨는 간접투자상품인 특정금전신탁을 판매함에 있어 특정금전신탁의 구조와 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던 원고에게 위 상품이 마치 정기예금과 유사하게 안정적이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처럼 설명함으로써 위 상품에 수반되는 위험성에 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하거나 원고의 투자상황에 비추어 과대한 위험성을 수반하는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함으로써 투자자인 원고에 대한 보호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되고, 따라서 피고 A씨는 위와 같은 불법행위에 기하여, 피고 은행은 피고 A씨의 사용자로서 사용자책임에 기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는 자기책임의 원칙에 따라 투자상품의 내용이나 투자에 따른 위험성 등을 사전에 정확히 파악하여 신중히 검토한 다음 투자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만연히 피고 A씨로부터 구두로만 설명을 듣고 안정성 및 수익성을 기대하였고 달리 특정금전신탁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서류 등을 확인하지 않았던 점, 원고는 이 사건 특정금전신탁 가입 이전에도 투자위험도가 낮기는 하나 어느 정도의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주식 또는 채권형 펀드에 투자한 경험이 있었던 점 등 원고의 특정금전신탁 가입 경위 및 원고의 과실 정도 등을 고려해 피고들의 책임을 40%로 제한했다.

법무법인 오현이 원고를, 피고들은 법무법인 지평이 대리했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Copyrightⓒ리걸타임즈(www.legaltime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