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 무죄 취지로 환송돼
전 대구지하철공사 사장 무죄 취지로 환송돼
  • 기사출고 2004.05.20 19: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증거인멸 의도로 청소 지시했다고 보기 어려워"
2003년 2월에 일어난 대구지하철 참사 사건과 관련,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윤진태 당시 대구광역시지하철공사 사장이 대법원 상고심에서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무죄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이 판결은 특히 형법상 범죄 성립의 요건인 고의중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의 주관적 요소뿐만 아니라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행태와 상황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여서 주목된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강국 대법관)는 5월14일 윤진태 전 대구지하철공사사장 등 2명에 대한 증거인멸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윤씨의 상고를 받아들여 윤씨의 증거인멸죄 부분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하려면 범죄사실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있음은 물론 범죄사실이 발생할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한다" 고 전제한 후 "행위자가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고 있었는지 여부는 행위자의 진술에 의존하지 아니하고 외부에 나타난 행위의 행태와 상황 등 구체적인 사정을 기초로 일반인이라면 당해 범죄사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를 고려하면서 행위자의 입장에서 그 심리상태를 추인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은 지하철사고로 인한 형사사건의 증거를 인멸할만한 특별한 동기나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당시 여러 사정에 비춰보면 이 사건 지하철 참사 현장의 청소작업에 있어서 유류품의 발견, 수집 등이 상당히 강조되고 중요시되고 있었던 것이지 유류품을 인멸하거나 은닉하려는 의도에서 또는 그러한 의도로 가공되어 이 사건 청소작업이 행해 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파기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따라서 "이 사건 청소작업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도중에 실종자 유가족들로부터 이의제기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이 즉각 청소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지 아니하였고, 수사기관과 협의 또는 또는 승낙이 있었는지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피고인에게 그러한 청소작업으로 인하여 증거인멸의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2003년 2월18일 대구 지하철 중앙로역에서 191명이 숨지고 146명이 상해를 입는 사고가 나자 대구시와의 사이에 지하철공사가 사고 현장을 복구하기로 역할을 분담하기로 한 후, 경찰과 협의를 거치지 아니한 채 대구지하철 시설부장에게 잔존물을 치우도록 지시하여 2월19일 사고현장인 지하 3층 승강장 등에 쌓여있던 피해자들의 사체일부, 유류품, 쓰레기 등이 섞여있는 잔존물을 마대에 넣어 승강장에 쌓아두었다가 21일 대구지하철 안심기지창으로 옮겨 방치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벌금 5백만원, 2심인 대구고법에서 징역 1년6월에 벌금 3백만원이 선고되자 상고했었다.

김진원 · 최기철 기자(jwkim@legal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