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배] "초보자 코스에서 스키 타다가 안전망 뚫고 나가 뇌출혈로 사망…스키장 책임 50%"
[손배] "초보자 코스에서 스키 타다가 안전망 뚫고 나가 뇌출혈로 사망…스키장 책임 50%"
  • 기사출고 2013.11.2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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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법] "슬로프 이탈 방지 못한 흠 있어"
현대성우리조트에서 스키를 타다가 안전망과 충돌했으나 안전망이 이를 지탱하지 못하고 쓰러지는 바람에 슬로프를 이탈, 조명탑 부근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사망하는 사고가 났다. 법원은 안전망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어 스키장에 50%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최상열)는 9월 12일 스키를 타다가 사고로 숨진 김 모(사고당시 20세 6개월 · 여)씨의 부모가 현대성우리조트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항소심(2013나2006733)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깨고, "피고 측은 원고들에게 모두 1억 17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고 당시 김씨는 알파4 코스를 내려오던 중 방향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조명탑 부근에 설치된 안전망과 충돌하였는데, 안전망이 김씨와의 충돌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짐에 따라 김씨가 슬로프를 이탈하여 조명탑 부근 아래로 떨어졌고, 그 과정에서 김씨의 머리가 지면 또는 불상의 물체에 강하게 부딪히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사고 안전망은 슬로프 바깥으로 경사져 있는 설치 장소의 지형적 요건을 고려하여 적어도 스키어의 슬로프 이탈을 방지함으로써 슬로프 이탈로 인한 충돌의 피해를 회피할 수 있는 정도의 강도와 구조를 가지고 있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미치지 못하는 설치 · 보존상의 하자가 있었고, 이러한 하자로 인하여 김씨는 사고 당시 슬로프를 이탈하여 조명탑 부근으로 떨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고 할 것"이라며, "사고 당시 스키장의 점유 · 관리자였던 현대시멘트는 안전망의 설치 · 보존상의 하자로 인하여 발생한 사고와 관련하여 김씨 및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신안종합리조트는 사고 이후 현대시멘트로부터 스키장의 물적 · 인적 시설 일체를 인수하면서 현대시멘트의 채무를 중첩적으로 인수하였으므로, 신안종합리조트도 현대시멘트와 연대하여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안전망의 재질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강한 충격에도 쓰러지지 않게 설치되어 있을 경우 오히려 안전망과의 충돌 자체에 의한 스키어의 부상이 생길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하여 스키어의 슬로프 이탈을 전혀 막을 수 없는 부실한 안전망의 설치로 그 의무를 다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고 지적하고, "동일한 재질의 안전망을 사용하면서도 이를 2중으로 설치하거나 스키어를 잡아두고 있을 정도의 강도를 가진 안전망을 설치하는 등의 방법으로 안전망과의 충돌 자체에 의한 부상은 회피하면서도 스키어의 슬로프 이탈을 좀 더 효과적으로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피고 측은 일반적인 지형에 설치된 안전망과 동일한 구조로 1겹의 허술한 안전망만을 설치, 이러한 점이 결국 사고의 원인이 되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김씨는 이 사건 이전에 스키를 타본 경험이 없음에도 별도의 스키강습을 받지 않고 일행들로부터 구두로 간단한 요령만 들은 다음 안전모 등의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은 채 스키를 탄 점, 사고 장소는 초보자용 코스의 하단부로 경사가 그리 심하지 않고 급격한 회전을 요구하는 곳도 아니어서 김씨의 실력 부족도 사고 발생의 하나의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 스키라는 운동은 그 특성상 슬로프에서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는 등의 위험이 수반되는 것으로서 김씨도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스키를 타게 된 점 등을 참작하여, 피고들의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김씨는 2011년 2월 19일 오후 9시25분경 현대성우리조트 스키장의 초보자용 슬로프로 올라가 상단에서 일행들과 하단 도착지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초보자용 알파4 코스로 내려가던 중 안전망을 뚫고 나가 조명탑 부근에 떨어지며 머리를 부딪혀 뇌출혈 등으로 숨졌다.

김덕성 기자(dsconf@legal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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