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임대차와 임대인의 부담
토지임대차와 임대인의 부담
  • 기사출고 2005.03.12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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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석 변호사]
토지를 임대차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이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하자.

◇최광석 변호사
즉, 임차인이 해당 토지 위에 건물 기타 지상물을 건축한 후에 이를 이용하다가 임대차기간이 끝났을 때 임차인의 비용으로 건축물을 철거한 후에 원상회복한 다음 임대인에게 토지를 반환하기로 한다.

변형된 다른 내용으로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다.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이후에 지상물을 임대인에게 양도하거나, 아니면 아예 임대인의 명의로 건물을 짓고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이후에 아무런 조건 없이 임차인이 건물을 명도한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이런 내용의 계약이 유효할까?

결론적으로는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임대차관계를 규율하는 민법 제643조에서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이후에 임차인에게 계약기간을 갱신해 달라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고, 임대인이 이를 거절하면 임대차 종료 당시에 현존하는 토지 지상물을 매수해 달라는 권리를 인정하면서, 아울러, 이 규정을 강행규정이라고 하여 당사자간의 합의로도 적용을 배제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위 규정에 따르면 토지 임차인은 임대차기간이 끝났을 때 토지상에 지상물이 현존하고 있다면, 다시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임대인에게 요청할 권리가 있고, 만약 그 요청이 거부될 경우에는 상당한 가격(시가)으로 매수를 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은 강행규정인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에 반하는 계약으로 무효일 가능성이 큰 것이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예외적인 경우도 있다.

첫째, 임차인의 차임연체, 무단양도, 전대 등 임차인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지(제)되는 경우에는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학설)

둘째,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을 포기하는 대가로 임대료 기타 임대차 조건을 파격적으로 임차인에게 유리하게 정하였다는 사정이 있는 경우이다.(판례)

이 경우에는 임차인의 이익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러한 특수사정에 대한 입증책임은 임대인이 부담해야 한다.

셋째, 임대차기간이 만료한 후, 임차인이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을 자유롭게 포기할

수 있는 상태에서 그 권리행사를 포기하는 것은 무방하다.(학설)

이러한 점 때문에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미리 위와 같은 내용의 계약을 제소전화해하는 것도 극히 제한적으로만 인정되고 있는 것이 법원 실무이다.

제소전화해 재판부 역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예외적으로만 위와 같은 내용의 제소전화해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견본주택(모델하우스)을 짓기 위한 토지임대차이거나, 파격적인 저렴한 조건으로 임대차한 것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등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에 반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하고서도 임대차기간이 종료한 이후에는 임대인이 원하는 대로 당연히 토지를 활용할 수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임대인이 많은 실정이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매수청구권 제도는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존재가치가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반면에 임대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토지의 자유로운 활용을 제한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것이다.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대인의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임차인의 필요하에 지어진 건물을, 그것도 어느 정도의 금액으로 인수할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토지를 임대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당연히 토지 임대를 꺼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더구나, 현재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임대인이 매수해야 할 대상 물건은 비록 임대차계약 당시에 건축되지는 않았더라도 임대차기간이 종료하기 이전에만 현존하는 건물이면 무방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임대인으로서는 임대료를 조금받고 어마어마한 부담을 안게 될 위험을 가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국가경제전체로 볼 때 토지의 활용도를 떨어뜨리면서, 임차인에게 다시 그 비용이 전가되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필자의 생각으로는, 과거에 비해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불평등 관계가 많이 해소된 상황이니만큼, 토지의 자유로운 활용을 장려하는 차원에서라도 위 규정의 적용범위를 다소 완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

◇최광석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으로 있으며, 특히 부동산 관련 분쟁을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lawgate87@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