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율 늘었으나 상소율은 그대로"
"무죄율 늘었으나 상소율은 그대로"
  • 기사출고 2005.02.03 17:4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사재판장 28명 공판중심주의 시행 2년 설문 조사[서울중앙지법]"심리 보강하면 무죄율 더 높아질듯"
서울중앙지법의 형사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재판장 10명중 6명은 공판중심주의를 실시한 결과 무죄율이 더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법은 합의부 6명, 항소부 6명, 단독판사 16명 등 형사재판장 28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등를 바탕으로 최근 "새로운 형사재판의 현황과 전망"을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63%가 '공판중심주의 실시 결과 무죄율이 더 늘었다'고 답변했으며,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37%였다.



무죄율이 늘어난 이유는 '피고인에게 충분한 방어기회를 주다 보니 수사기관에서 드러나지 않은 반대사실이 법정에서 현출되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72%를 차지했다.

이어 '검사에게 엄격한 입증책임을 지운 결과'라는 의견이 22%,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증인의 진술에 대하여 증거능력이나 증명력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6%로 조사됐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법의 무죄율 통계를 보면 공판중심주의를 시행하기 이전인 2001년 1.14%, 2002년 1.46%인데 비해 공판중심주의 시행 이후인 2003년 1.85%, 2004년 10월 현재 1.78%로 무죄율이 상승하고 있다.

중앙지법은 이 책자에서 "피고인들이 수사기관에서 피해자와의 관계, 여죄추궁의 부담감, 수사받는데 따른 피로감, 결과적으로 피해자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한 인정과 범죄사실의 인정의 구별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수사기관에서는 자백을 했다가 뒤늦게 법정에서 부인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이러한 경우 공판중심주의에 따른 심리를 충실히 한다면 무죄율은 좀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상소율은 공판중심주의 실시 결과 줄지 않았다는 의견이 67%로 조사돼 피고인들이 판결에 불복하는 경향은 여전한 것으로 분석됐다.

재판장들은 '피고인의 변명을 충실히 들어주고 방어기회를 충분히 준다면 피고인의 의사에 반하는 판결이 선고되어도 이에 승복하고 항소를 하지 않는 경우가 꽤 있다고 느끼는지'에 대해 43%가 '그렇다'는 의견을, 54%가 '그렇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통계상으로는 상소율이 2001년 46.79%, 2002년 45.79%, 2003년 47.41%, 2004년(10월 현재) 43.88%로 나타났다.

중앙지법은 상소율이 줄지 않는 이유로 ▲일반인들이 피고인의 변명을 충실히 들어주고 방어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하더라도 피고인이 알고 있는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판결이 선고된 경우 이를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점 ▲실형이 선고된 경우 아무리 단기형이 선고되더라도 그 결과가 중한 점 ▲항소심에서의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항소하더라도 불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점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중앙지법은 당사자의 주장과 입증이 공판정에서의 구두변론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하는 내용의 공판중심주의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형사재판 운영 방안'을 마련해 2003년부터 본격 시행하고 있다.